천년고도 전주는 예로부터 맛과
멋이 넘치는 예향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애주가들에게는 낙원이다. 술값 부담 없이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멋지게 취할 수 있고,
이튿날 모주와 콩나물 국밥으로 해장 속풀이까지 시원하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전주에는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술맛과 속이 시원한 해장국이 있다. 전주의 가맥, 막걸리, 모주와 콩나물국밥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중앙부처에서 출장 온 친구들에게
가맥 한 잔 하자고 하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맥이란 ‘가게에서 마시는 맥주’를 말한다. 가맥의 전통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지금은 널리 알려졌다. 가맥은 음식 솜씨 좋은 가게 아주머니들이 호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이나 대학생 또는 노동자들을 위해 맥주를 팔면서
맛있는 안주를 만들어 싼값으로 제공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전주 가맥집의 원조격인
‘전일갑오’ 앞을 지나다 보면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가계 앞에 재미있는 팻말이 걸려 있다. 포장 줄과 대기 줄이다. 손님들이 많아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포장을 해가지고 갈 손님과 술을 마시고 갈 손님들이 구분해서 기다리라는 팻말이다. 전일갑오는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인쇄거리를 지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옆에 있다. 그곳은 지금도 옛날 가게 그대로다. 가게에서는 과자나 생필품도 팔지만 주로 맥주를 마시는 손님들이 많다.
1층과 2층 합하여 7~80여 명이 앉아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인데도 자리를 잡기가 수월치 않다. 밖에는 안주를 사가지고 가려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전일갑오가 이처럼 인기가 좋은 것은 가게 주인아주머니의 변함없는 후덕한 인심과 음식 솜씨 때문이다.
이곳은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스물다섯가지의 재료를 넣어 만든다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조름하고 매콤달콤한 간장 맛 때문이다. 연탄화덕에 적당히
바삭하게 구운 황태와 갑오징어를 간장에 찍어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는 술 맛은 환상적이다. 맥주가 마른 논에 물들어 가듯 한다. 전일갑오에서 술을
함께 마셨던 서울 친구들은 가끔 전화를 하면서 전주만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인다고 한다.
전주에는 이름난 가맥집들이 많다.
전주 가맥집들은 입소문으로 유명해졌다. 전주에서는 해마다 8월 초에 가맥축제를 연다. 가맥축제는 가게마다 맥주에 어울리는 다양한 안주와 소스를
선보이며 전주만의 특별한 관광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 축제 땐 하이트맥주 전주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가장 신선한 맥주를 공급한다. 2016년
가맥축제를 찾은 수만 명의 참가자들이 밤새워 원 샷을 외치며 마시고 이튿날 새벽 콩나물국밥과 모주로 속 풀이를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전주는
애주가들의 낙원'이라고 했다고 한다. 전주의 모주와 콩나물국밥도 전주만의 특별한 맛이다. 전국 어느 도시를 가나 ’전주콩나물국밥‘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이는 전주콩나물국밥의 명성을 알 수 있는 증표다.
전주막걸리도 인기가 높다.
막걸리집에 갈 때마다 느끼는 감회지만, 역시 우리 전주는 맛과 멋이 어우러진 예향임을 실감한다. 막걸리집마다 산수화나 서예작품 하나쯤은 기본으로
걸려있다. 한지로 만든 등불의 조명은 다정하고 따뜻한 전주 인심을 비춰준다. 커다란 등에는 ‘정철의 장진주사’ (한잔 먹세그려) 가사가 쓰여
있어 분위기가 한결 좋다. 술을 주문하면 먼저 전복죽이 나온다. 전복죽을 먹는 사이에 안주가 차려진다. 처음 나온 안주의 가짓수가 20여 가지나
된다. 막걸리의 주문량에 따라 안주가 계속 추가된다. 각종 생선회와 생선매운탕, 홍어탕도 나온다. 근사한 한정식상을 받는 느낌이다. 별도로 저녁
식사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안주가 넉넉하다. 막걸리 맛도 좋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본 고장답게 나오는 안주마다 정성이 깃들고
맛깔스럽다. 역시 전주는 애주가들의 낙원이란 명성을 얻을 만하다.
첫댓글 전일갑오!
그런곳이 있는줄 몰랐오이다.
함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