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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지·창원’, 옹이 자국 선명한 나뭇결처럼 향기로운
1. ‘-답게’ 사는 시인의 모임 ‘포에지․昌原’은, 창원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시와 시조로써 문학의 텃밭을 일구어 나가는 지역 시인들이 활동하는 동인 명칭이다. 등단 지지紙誌도, 시 경향도, 자연 연령이나 문단 경력도, 생업의 마당까지 다른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 창원 지역 회원들만 함께하다가 창원시가 통합되면서 진해, 마산 지역의 시인들도 영입, 한 가족이 된다.
“시의 향기, 시의 고향으로 향하고자 하는, 시인이 향수할 수 있는 사색의 안식처”를 뜻하는 《시향詩嚮》을 동인지명으로 정하고 올해 열한 번째 동인지를 《시간의 자락 앞에 경건히 홀로 서서》란 표제로 발간한다. 경남 지역에도 많은 문학 동호인 단체가 있지만 시의 갈래를 구분하지 않고 시(자유시)와 시조(정형시)를 쓰는 시인들이 함께 활동하는 동호인 모임으로는 ‘포에지․창원’이 유일하다.
‘포에지․창원’의 발원은 1993년에 발족한 ‘창원사랑시회’라는 시운동 모임에서 비롯한다. 그들은 창원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이 도시와 함께 삶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며, 창원 사랑을 노래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꽃들을 그들의 생활 위에 피워 여물도록 북을 돋우고 가꾸기 위해 나선다. 생활의 멋, 정신의 멋, 언어의 멋을 일상 속에서 찾아 기계 중심의 지역문화를 감성적 보편적 문화로 일구고자 7년여 동안 ‘시와 시민과 함께’하는 시운동을 끈질기게 펼쳐왔으나 2000년부터 안타깝게도 회원의 유고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휴면기에 접어들게 된다.
2004년 봄, ‘창원사랑시회’의 정신을 다시 잇고자 하는 용감한 후발 시인 둘이 공감대를 형성하여 향토 사랑을 시로써 다시 일굴 ‘포에지․창원’을 결성한다. 강윤수 시인이 회장을, 이부용 시인이 사무장을, 공영해 시인이 편집을 맡는다. 당시 14명이던 회원이 현재는 출향명예회원을 더하여 스물다섯으로 늘어난다. 인적 자원의 지역적 한계 탓으로 회원들은 40대에서 80대까지의 현격한 연령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대가족적인 친화력과 결속력을 더 아우르는 분위기를 굳히게 된다.
강윤수 시인은 창간호 머리말에서 “‘문학이 문학답고 시인이 시인다워야 함’을 내세우며 ‘생각이 못 미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사는 시대를 난세’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처럼’이란 말을 전제로 하고 가장 어렵고 가장 불안한 위기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고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어떻게 ‘인간답게, 시인답게’ 살아야 하는가를 찾는 데 심혈을 쏟”아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하며 “탓하지 않고 때 묻지 않고 앞을 내다보고 뜻을 찾겠다.”고 한다. 이 시대 우리가 해야 할 다짐을 확인할 수 있는 말이다.
2. 회원들의 서로 다른 얼굴 만나기 2014년 현재 회원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시에 17명 : ♣도심의 그늘에 가린 도시적 로망의 새로운 해석을 위해 정연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하연승(《현대시학》, 《월간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 전 경남운수연수원장), ♣흙법의 정의로운 시를 주남호 주변에서 일구는 주기문(계간 《시세계》 등단. 영농인), ♣도래마을의 소처럼 사는 법을 터득하며 늘 새로운 아침을 열어가는 강윤수(《현대문학》 등단. 전 창원고 재직-국어), ♣농민의 삶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보여주는 최순용(계간 《제3의문학》 등단. 전 경남농업자원관리원장), ♣겨울 들판에서도 부드러운 서정을 수채화처럼 펼쳐나가는, 파토스적 긴 울림의 시를 쓰는 이부용(월간《문학공간》 등단. 문학박사-영문학), ♣꽃사슴 뛰노는 들꽃지기의 삶의 터를 잊지 못하는 낙원 지향의 윤재필(계간《농민문학》 등단. 진성 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 대표), ♣비정한 자본의 그늘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건강한 웃음으로 삶을 극복해나가는 얼굴을 보여주는 오삼록(월간 《문학공간》 등단. 전 진안 건설 대표), ♣메꽃, 그 연분홍 꿈의 들마을을 벗어나 비오는 도시의 서정을 펼치는 봄의 전령사 우원곤(계간《한국문인》등단. 현 창원 사파고 행정 실장), ♣어두운 골목마다 희망의 등불을 내거는 착한 이웃들의 정겨운 얼굴을 찾아가는 이월춘(무크 《지평》, 시집 《칠판지우개를 들고》로 등단. 진해 남중학교 교장 직무대리), ♣지금도 기차를 기다리며 백 년 전의 기억을 추스르는, 산문시의 진국맛을 기타 치듯 보여 주는 김승강(계간 《문학․판》 등단. ‘복사․판’ 운영), ♣아날로그의 기형을 업데이트하듯 사계의 변화성을 건강한 보폭으로 이미지화하는 정보암(계간 《창조문학》 등단. 문학박사-현대문학. 현 김해 가야고등학교 교감) , ♣비린내 풍기는 삶의 모서리에 긁힌 상처를 끌어안고 따뜻한 연민의 정을 감각적으로 짜 내는 김시탁(계간 《문학마을》 등단. 컨설팅 ‘대성’ 대표. 현 창원문협회장), ♣문명과 기호화에 길들여지고 있는 현대인의 자의식 추구에 관심을 가지는 정선호(《경남신문》신춘문예 당선. 한진중공업 근무. 필리핀 수빅 시에 거주), ♣물총새 발톱에도 긁히지 않는 연꽃 같은 사랑, 또는 화엄 세계를 보여주는 장예은(《경남문학》 등단. 창원대 대학원 재학 만학도), ♣봄이면 입덧을 하는 도시적 감성, 또는 비정한 인간을 고발하는 호흡이 긴 생태시에 관심을 보이는 황시은(계간《시선》 등단. 함안신문사 문화부 기자), ♣참신한 시어로 비유와 성찰의 힘이 돋보이는, 은어 향처럼 싱그러운 이미지를 다인(多人)에 머물며 직파하는 진서윤(《경남신문》신춘문예 당선. 부산세관 근무), ♣아직 밝지 않은 시간의 사이에서 단물 다 빠져 버린 풍선껌의 질감 같은 현실을 반짝이는 은유로 띄우는 김명신(계간 《시로 여는 세상》 등단. 시와 그림 작업) 시인 등이다.
시조에는 5명 : ♣사실적 이미지와 환상적 이미지의 조화를 펼치는 자귀꽃 정염, 또는 빈잔의 여유 홍진기(《현대문학》에 시, 계간 《시조문학》에 시조로 등단. 전 경남시조시인협회 회장), ♣단단히 여문 젓대 같은 이미지를 정형의 틀에서 격조 높이 직조하는 이처기(계간 《현대시조》, 《시조문학》 등단. 전 반송여중 교장. 현 경남시조시인협회 회장),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해가는 작업을 정제된 시어로 펼쳐나가는 공영해(계간 《시조문학》 등단. 전 경상고 재직-국어), ♣천의 꿈, 생멸의 빛을 지적 감성으로 캐내는 단정한 문희숙(《중앙일보》 지상백일장 연말 장원. 의류 판매업 ‘밀양’ 경영. 중국 항주시 위항에 거주), ♣눈빛도 숨 막혀 황홀한 바람의 뼈 꽃을 피우는, 달콤쌉쌀한 갯가 말을 즐겨 쓰는 이영탁(《경남문학》 등단. 오리엔탈 정공 협력 업체 근무) 시인 등이다.
그리고 본회의 취지에 공감, 뜻을 함께하는 출향 시인으로는, ♣창간호부터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준 소답동 출신 조영서(《문학예술》등단. 전 조선일보 출판죽장) 시인, ♣11호부터 참여하는 남산동 출신 이춘하(평화신문 신춘문예 당선. 전 한국현대시협 부이사장), ♣이상개(《잉여촌》시동인. 전 부산시인협회장) 시인이다.
사람마다 그 타고난 성정과 시업의 길이 달라 생각을 표출하는 방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차이점을 서로 인정하고 격려하며 시인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신뢰를 더욱 다져 나가고 있다. 저마다 색깔 다른 노래는 옹이 자국 선명한 나뭇결처럼 향기로워질 것이다.
3. 《시향》이 만난 시인과 고향 찾기 그동안 《시향》에 발표한 내용을 살펴본다. 창간호부터 《시향》은 경남 출신의 중진 원로 시인들을 초대한다. 초대시인은 조영서(5), 이유경(4), 이수익(5), 정공채(4), 허만하(4), 문덕수(5), 정희성(5), 김규태(5), 김종해(5), 허영자(5), 이광석(5) 시인까지 11명. 시 52편을 만난다.
중심 사업으로,《시향》은 각 지역 시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시향국토순례>를 매호마다 가진다. 그 여정과 만난 시인을 본다. 제주(윤석산, 나기철, 오시열)→ 강원도(최명길, 고경희, 채재순) → 충청권(임강빈, 김정수, 주용일, 황희순) → 순천(서정춘, 양동석, 김영숙, 양해열) → 울산광역시(정일근, 이궁로, 도미솔) → 경주(김성춘, 서영수, 황명강) → 부산(손경하, 유병근, 박태일, 최영철) →대구(이태수, 박해수, 서정윤, 문인수)까지 순례하며 해당지역에서 현재 활동하거나 그 지역을 연고로 한 시인 28명의 자선작自選作 96편을 만난다.
그리고 경남을 연고지로 한 작고시인의 대표작을 매호마다 권말에 소개, 이들의 치열한 시정신을 기리기도 한다. 이렇게 만난 시인이 14명 : 제해만, 이형기, 서벌, 오규원, 김상옥, 김용호, 박재두, 홍원, 박재삼, 이경순, 황선하, 방인영, 정규화, 이문형 시인이다.
창간 축사의 이우걸, 번역시의 김춘랑 시인까지 《시향》은 총 57명 시인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한편 <나의 시 나의 고향>을 특집으로 정하고 자연 연령이 많은 회원부터 시를 통한 고향의식을 자연스럽게 펼치도록 한다. 이는 차후 문단의 소중한 개인사적 자료가 될 것이다. 강윤수, 하연승, 조영서, 홍진기, 이처기, 주기문, 공영해 회원이 참여한다. 이 특집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된다.
한편 ‘포에지․창원’은 카페 <포에지창원(http://cafe.daum.net/poesycw)>을 개설하여 창간호부터 《시향》의 면면을 정리하는 곳간으로 삼고 동인들 간의 정보 교환은 물론 대화의 장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런 한편 첨단 통신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카카오 그룹을 개설하여 회원들의 소식과 정보를 실시간 공유,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10년 동안 강윤수, 이처기 두 분이 회장을 맡아 오늘의 《시향》으로 기반을 다져 놓는다. 그리고 하연승, 조영서 두 원로 시인의 회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시향》의 격을 높여 주는 활력소가 된다.
4. 마무르기 앞으로 ‘포에지․창원’은 더 젊고 활기찬 시정신으로 향기로운 시의 꽃을 피워나갈 것이다.
젊고 활력 넘치는 신나는 《시향》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이것은 회장단만의 일이 아닌, 동인 모두가 해내어야 할 과제요, 사명이다.
우리 회를 믿고 출판비 일부를 꾸준히 지원해 준 창원시 당국에 감사드리며, 인구 107만의 통합창원시에서 시민과 함께하며 개성미 넘치는 서정의 꽃을 피워 비록 지리적으로 남도의 한 변방에 치우쳐 중앙문단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역문화의 독자성을 꿋꿋하게 대변하는 동인지의 위상을 지켜 갈 것이다.
공영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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