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염산면을 주목하라!
허만갑 기자
▲ 영광 봉양지의 제방권 2.5m 수심을 노린 비바붕어 박현철씨가 월척붕어를 낚아 올리고 있다.
혹한기가 되면 낚시인들의 마음은 남쪽으로 향한다. 마음만 가는 게 아니라 발길까지 남행이다. 조금이라도 더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따뜻할 것 같고 더 겨울낚시가 잘될 것 같아서 진도, 해남, 완도, 고흥으로 내달린다.
하지만 꼭 남쪽 끝으로 가야 겨울붕어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쪽이라고 늘 북쪽보다 따뜻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위도상 더 북쪽에 있는데도 기온이 따뜻하여 겨울낚시가 잘 되는 경우가 있고 남쪽 땅끝에 있어도 툭하면 얼음이 어는 저수지도 많다.
신안군 섬과 비슷한 온화한 기후
전남 영광군은 전북과 경계를 접한, ‘고위도의 무빙지대’다. 전남에선 가장 북쪽 지역이지만 해풍의 영향과 지형적 원인으로 겨울 기온이 높고 결빙시기가 짧은 고장이다. 그중 노른자위인 염산면의 평야지대는 겨우내 얼지 않는다 해도 무방하다. 지도를 펼쳐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염산면 앞에 펼쳐진 바다를 건너면 바로 신안군 지도다. 그래서 위도상 약간 북쪽일 뿐 겨울붕어낚시의 성지로 불리는(지금은 고약한 낚시휴식년제로 대부분 묶여 있는) 신안군 섬붕어터와 기후여건이 비슷한 것이다.
이런 염산면에는 이름난 겨울낚시 명당이 즐비한데 봉양지, 내남지, 설도안강제, 명도지 등이 그런 곳이다. 이런 저수지들은 우리나라 최남단의 진도나 완도보다 결빙기간이 짧다. 더구나 염산면은 외래어종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구역이라 다양한 씨알의 붕어를 마릿수로 낚을 수 있다.(다만 봉덕지는 배스가 유입되어 터 센 대물터로 변했다.)
▲ 올킬채비로 34cm 붕어를 낚은 박현철씨.
▲ 박현철씨와 원주완 객원기자가 봉양지 보트낚시 조과를 펼쳐보이고 있다.
조과가 보장되는 봉양지 보트낚시
지난 1월 3일과 4일 나는 클럽비바 회원들과 함께 영광군 염산면의 봉양지로 보트낚시를 나섰다. 봉양지는 대형 평지지라 포인트가 많고 마릿수가 좋아서 단체출조지로 적격인데 12월부터 여러 낚시회들의 단체출조지로 러브콜을 받아왔다. 클럽비바 회원들도 재작년 납회를 봉양지에서 연 바 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대물도 싫다! 그저 밤낮 없이 찌올림이나 실컷 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밑의 한파가 얼마나 지독했는지 봉양지의 붕어들도 입을 다물었다. 첫날인 3일엔 점심때가 되어서야 드문드문 붕어가 낚이기 시작했는데 박현철씨가 34cm 월척을 낚았을 뿐 대부분 6~8치로 씨알마저 잘았다. 중상류에선 입질이 없었고 무넘기 근처 최하류의 2.5m 수심에서만 붕어가 낚였다. 삭은 마름 찌꺼기가 바늘에 묻어 나왔고 저수온인데다 바닥마저 지저분해 멋진 찌올림은 커녕 지내림채비마저 힘겹게 끌고 다니는 입질이었다.
그날 밤에도 계속 낚시를 한 오인선씨는 10마리쯤 낚으며 찌맛을 즐겼다. 그러나 씨알은 8치를 넘지 못했다.
다음날은 바람이 남풍으로 바뀌고 해가 나서 그런지 붕어들이 한결 얕은 1.5~1.8m권 중류에서 많이 낚였다. 오인선씨가 중류에서 아침나절에 8마리를 낚았고 그 얘기를 뒤늦게 들은 우리는 부랴부랴 중류로 옮겨서(왜 진작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인선씨를 타박하면서) 한두 마리씩 손맛을 보탰다. 함께 보트를 탄 원주완 객원기자는 철수 직전 턱걸이 월척을 낚아 체면치레를 했다.
1순위터 봉양지
영광군 염산면 봉남리 / 6만평 / 준공 1945년
염산면에서 가장 붕어자원이 많은 곳으로 현지 주민들도 “물 반 고기 반”이라 자랑할 정도다. 혹한에도 붕어 입질을 받을 수 있으며 겨울에도 밤낚시가 된다. 주종은 6~8치로 31~35cm 월척은 간간이 낚이지만 대물은 기대하기 어렵다.
연안낚시 포인트는 무넘기 주변과 상류 긴 물골 끝에서 살짝 후미진 축사 앞 연안이 손꼽히며 월척 확률은 2면의 제방 중 짧은 제방 중간쯤이 가장 높다. 수심은 중상류 연안은 1.2~1.5m, 제방권은 2~2.5m다. 여름에는 마름이 자라서 낚시하기 불편하고 씨알도 잘다. 11월부터 2월까지가 월척 시즌이다. 떡밥 밤낚시도 잘되는 곳이며 지렁이와 새우 등이 고루 먹힌다.
▲ 도로변에서 바라본 봉양지 하류 무넘기 주변.
▲ "봉양지 붕어 때깔 좋습니다!" 클럽비바 회원 오인선씨.
2순위터 내남지(구내지)
영광군 염산면 봉남리 / 4만평 / 준공 1945년
4만평이 넘는 준계곡형 저수지다. 역시 겨울에 시즌을 맞는 곳으로 8~9치가 주종으로 마릿수가 좋다. 봉양지는 씨알이 다양하다면 내남지는 씨알이 균일한 편이다. 중상류가 포인트이며 상류의 뗏장수초 언저리를 노리면 좋다. 찌올림이 멋진 것이 장점이다. 3면이 산으로 에워싸여 분위기가 아늑하고 바람에 의지되는 편이라서 바람이 강할 땐 내남지를 권하고 싶다.
3순위터 설도안강제
영광군 염산면 봉남리 / 약 7만평 / 준공연도 미상
바닷가로 흘러드는 수로에 제방을 쌓아서 저수지처럼 만든 곳이다. 수면적은 5만평 남짓하다. 하절기엔 잔챙이 성화가 심하여 겨울과 초봄에만 준척과 월척붕어가 낚인다. 이곳의 특징은 상류가 깊고 하류가 얕다는 것이다. 상류 안쪽의 수심은 2.5~3m나 되는데 보트낚시에 월척이 쉽게 낚인다. 다만 연안낚시는 수심이 얕아서인지 씨알이 잘다. 그래도 봉양지보다 굵어서 평균 씨알이 8~9치라 할 수 있다. 단점은 붕어 때깔이 좋지 않고 들판 가운데 있어서 바람을 많이 탄다는 것이다.
4순위터 명도지
영광군 염산면 상계리 / 9천평 / 준공 1945년
아담한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로 뗏장수초와 갈대 부들이 발달해 있어 언제 가도 마릿수 입질을 볼 수 있다. 6~8치가 주종이며 역시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호황을 보이는 동절기 낚시터다. 제방 우측 학교 앞이 최고의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지렁이가 가장 좋지만 새우나 참붕어를 쓰면 굵은 씨알을 낚을 수 있다.
5순위터 봉덕지
영광군 염산면 상계리 / 6만7천평 / 준공 1945년
영광군의 대표적인 대물터로서 해마다 많은 월척을 배출한 곳인데 근래 배스까지 유입되면서 더 확실한 대물터가 되었다. 그만큼 마릿수는 없어 지루한 기다림의 낚시를 해야 한다. 그래서 겨울낚시터로는 인기가 없고 3~4월에 대물을 노리고 들어갈 만하다. 5월 이후엔 마름이 찌들어서 낚시하기 어렵다. 떡붕어도 많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다.
■취재협조 비바붕어 031-317-6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