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식 공부가 어째서 위험한지 기출문제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다음은 2005학년도 MEET에서 자연과학 추론 II 영역에서 출제된 유기화학 21번 문제이다.
21 알코올(alcohol)은 탈수반응(dehydration)을 통하여 알켄(alkene)으로 전환될 수 있다. 산 촉매 조건에서 탈수반응을 시켰을 때 생성물로 1,2-dimethylcyclopentene이 형성될 수 있는 알코올을 <보기>에서 모두 고른 것은?

<보기)

① ㄴ ② ㄷ ③ ㄱ, ㄴ
④ ㄱ, ㄷ ⑤ ㄱ, ㄴ, ㄷ
문제 풀이 및 해설
유기화학을 조금만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알코올의 탈수 반응에서 알켄이 생성되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이 문제를 단순 암기에 의존하여 풀어보자.
알코올의 산 촉매 탈수 반응은 E1 mechanism으로 진행되며, carbocation 중간체가 생성 된 후 carbocation과 이웃하고 있는 β-수소가 이탈되면서 생성물이 만들어진다. 만일 두 개 이상의 β-수소가 존재하면 두개 이상의 구조 이성질체 생성물이 생성되며, Saytzev's rule에 의해 이중 결합 주위에 치환기가 더 많은 생성물이 더 안정하므로 주 생성물이 된다. 각각의 화합물에서 생성되는 탄소 양이온과 그에 따른 가능한 모든 생성물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이중 1,2-dimethylcyclopentene이 생성되는 구조는 오직 첫 번째 (ㄱ) 구조 뿐이다. 하지만 (ㄱ) 하나만 답으로 표시된 보기가 없다. 적어도① ②번은 답이 아니지만 나머지 3개 중 어떤 것이 정답인가? 바로 적당히 공부한 사람을 골라내는 의도가 담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반응 생성물을 묻는 문제가 아니다.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한다. 암기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다.
carbocation의 자리 옮김 반응이 이 문제의 핵심인데, 자리 옮김 반응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도 단순히 3차 carbocation이 생성되는 쪽으로 자리 옮김이 일어난다고 알고 있다면 (ㄱ), (ㄴ) 에 해당하는 ③번 답을 고르게 된다.
자리 옮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ㄴ) 화합물의 탈수 반응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자리 옮김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반응은 다음과 같은 3단계로 일어난다.

그러나 step 2에서 만들어지는 carbocation A는 2차이므로 불안정하며, 다음과 같이 더 안정한 3차 carbocation으로의 자리 옮김이 가능하다. 이어서 두개의 새로운 β-수소가 존재하게 되며, 따라서 두개의 생성물이 만들어 지는데, 이중 더 치환기가 많은 주생성물이 바로 1,2-dimethylcyclopentene 이다.

이번에는 (ㄷ)을 확인해보자. 이 반응은 자리 옮김을 고려하지 않을 때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step 2에서 생성되는 carbocation C를 검토해보자. 역시 2차 carbocation이다. 자리 옮김을 통해 3차 carbocation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자. 다음과 같이 가능하다.

여기서 어떤 생성물도 1,2-dimethylcyclopentene 이 아니다. 따라서 답은 ③이 맞는가? 바로 여기까지가 암기식 공부의 한계점이며, 출제위원들이 파놓은 함정에 영락없이 빠지고 마는 것이다. 정답은 ⑤번이다. 어떻게 (ㄷ)에서 1,2-dimethylcyclopentene이 생성되는지 살펴보자.
carbocation C는 위와 같이 carbocation D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이 5각형 고리인 carbocation E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 carbocation E 는 다름 아닌 (ㄱ)의 반응에서 보았던 carbocation B이다. 그리고 당연히 1,2-dimethylcyclopentene이 생성된다.

4각형 고리는 각도 strain으로 인해 불안정한 구조이다. sp3탄소의 결합각은 109.5도에 가까워야 하지만 4각형 고리는 기하학적 구조상 90도에 가까운 내각을 갖는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불안정하고, 에너지가 높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는 빠르게 다른 형태로 전환되려는 경향을 갖는다. 여기서 살펴본 자리 옮김 반응의 추진력이 바로 이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⑤번이다.
여기까지 암기식 공부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유기화학을 막무가내로 외우고 있는 수험생들이라면 차라리 포기하고 한 줄로 찍는 것을 권한다. 어설프게 암기했다가는 오답을 정답으로 확신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예 모르고 찍는 것 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되어버린다. 만일 포기하지 않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공부 방법을 바꿔야한다. 암기가 필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특히 기초부터 반응 달달 외우는 사람들은 뭔가 공부를 많이 했다는 생각에 마음은 뿌듯할지 몰라도 본 시험에 가서 영락없이 실패한다.
더구나 유기는 변변한 추론식 문제집도 시중에 전무한 실정이다. 일부 시중에서 돌고 있는 편입식 문제들을 풀고 흡족해 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암기로 해결 가능한 문제는 추론에서 전혀 출제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암기식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단언한다. 절대로 편입식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공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정진하여 본시험에서 꼭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수험생 여러분들의 건승을 바란다.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아직은 갈길이 멉니다.. 공부방향을 제대로 잡는 일도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셤 땀시 정신이 없네요. 근데 이거 "아리송 다리송 " 암만봐도 기초가 부실해서 그런듯~ 셤 땀시 정신이 없네요. 근데 이거 "아리송 다리송 " 암만봐도 기초가 부실해서 그런듯~ 일단 퍼갑니다. 유기화학 빵꾸를 면하기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