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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 듣기만 하여도 얼마나 가슴 설레는 산인가. 황산의 아름다움은 화가들로 하여금 붓을 버리게 하였고, 많은 시인들의 글구를 막히게 하여 인간선경(人間仙境)이라 불렀다. 명나라 때 지리학자이며 여행가인 서하객(徐霞客)은 중국의 산들을 두루 돌아보고 황산에 들러서는 이렇게 말했다.
五岳歸來不看山(오악귀래불간산)
黃山歸來不看岳(황산귀래불간악)
오악을 보고 나니 다른 산은 눈에 차지 않고,
황산을 보고 나니 오악은 눈에 차지 않는구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라는 2개의 커다란 공식명칭을 한꺼번에 거머쥔 산. 거기에다 세계지질공원으로도 등록되어 있다. 나는 그 아름답고 귀한 황산을 감히 화폭에 담아보려고 이번에 황산을 찾았다.
황산은 중국 안휘성(安徽省) 남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주봉인 연화봉(1,864m)을 비롯해 72개의 기암괴봉들이 신비함을 자랑한다. 중국 10대 명승지 가운데 유일한 산악명승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산은 황산이요, 물은 구채구’라고들 말한다.
황산은 연평균기온이 7~8℃에 256일 동안 안개가 끼어 있으며, 183일동안 비가 내린다고 하니 좋은 날씨가 매우 드문 셈이다. 그중에도 황산을 오르기에 가장 좋은 달은 5~6월, 이 시기에 비가 비교적 적게 내린다고 한다.
나는 그간 백두대간 종주와 낙동정맥, 그리고 한남금북정맥 종주로 우리 산하를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이제 대륙의 명산 황산을 비롯하여 도교 5악(泰山, 華山, 嵩山, 衡山, 恒山)과 불교 4대 명산(峨嵋山, 九華山, 普陀山, 五臺山)을 그림산행으로 유람하며 폭을 넓히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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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대협곡(75×94cm)
- 올해는 북경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때문에 중국 대륙의 명산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2008년을 맞아 곽원주 화백의 중국 명산화를 연재한다.
중국 오악을 비롯한 중국의 명산들이 이미 백두대간 그림산행을 통해 선보였던 곽 화백 특유의 힘차고 강렬한 터치로 재탄생하여 독자들께 다가갈 것이다.
이 연재는 중국 전문 여행사인 자이언트트레킹 협찬으로 진행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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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객송과 전해(前海) 일출(143×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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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산의 주봉인 연화봉(55×4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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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
황산을 오르기로 한 오늘, 날씨가 유난히 쾌청하다. 일행은 남쪽 풍경구의 2층 누각으로 된 웅장한 좌광각에 도착했다. ‘세계지질공원’이란 육중한 글씨가 새겨진 커다란 자연석이 길손을 맞는다. 자광각 뒤편으로는 천도봉이 암골미를 자랑하며 위용을 드러낸다.
옥병루로 오르는 케이블카 입구에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계단에 줄을 선 사람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황산의 그 명성에 걸 맞는 광경이다.
우리가 케이블카를 타려면 앞으로 3시간은 더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중국 그림산행을 후원하는 자이언트트레킹의 이구 사장은 우리가 여기를 관광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므로 운곡사 방향으로 계획을 바꾸자고 한다.
이 대장 판단이 옳았다. 운곡사 케이블카 정류장은 너무 한가하고 조용했다. 입구에는 ‘云谷 新索道(운곡 신삭도)’라고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개통한 지 2개월 되었다고 한다. 운곡사 방향을 동해, 혹은 동해대협곡이라 한다. 곧바로 케이블카에 탑승하여 신백아역으로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