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 거북선’ 서양에 첫 소개 자료 발굴
美 해군 기록 번역한 조법종 교수
“1894년 美신문, 철갑함이라 보도”
선·NYT 등 30여 곳 실리며 반향
유석재 기자
입력 2021.02.18
1897년 10월 23일 자 미국 신문 선(The Sun)에 실린 거북선 그림. '조선 전함 거북선'을 보도한 1894년 기사의 후속 기사지만, 여기서는 거북선을 중국 배로 잘못 소개했다. /조법종 교수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이순신 장군의 승전에 기여했던 ‘한국 전함 거북선’을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한 자료가 발굴됐다.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전북사학회장)는 17일 출간된 단행본 ‘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알파미디어)를 통해 1894년과 1897년 미국 뉴욕에서 발행된 신문 선(The Sun) 기사 등 최근 발굴한 거북선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 중 1894년 8월 9일 자 선은 ‘조선의 철갑함(Corea’s One Ironclad)’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1619년(1592년의 잘못) 일본과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현재까지 남아 있다” “일본 목제 선박에 대항해 매우 성공적으로 사용됐다. 귀갑과 철제 갈고리로 무장된 배는 항구에서 일본 선박을 전복시키거나 구멍을 뚫어 침몰시켰다. 이 철갑함은 현재 용용(통영의 오기)에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옛 물고기 모양의 배’라는 제목, 윌밍턴의 모닝뉴스는 ‘조선 해군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1894년 8월 9일자 미국 신문 선(The Sun)에 실린 거북선 소개 기사. /조법종 교수
이어 1897년 10월 24일 자 선과 11월 3일 자 보스턴글로브는 ‘이충무공전서’(1795)에 실렸던 거북선의 그림을 지면에 소개했다. 이는 거북선의 모습이 서양에 알려진 최초의 자료다. 다만 3년 전과는 달리 거북선을 중국 배라고 잘못 보도했다. 거북선으로 추정되는 배는 1882년 영국인 윌리엄 그리피스의 ‘은자의 나라 한국’에서 ‘금속으로 덮인 배’라고 최초로 언급됐지만, 당시에도 중국 배로 잘못 소개됐었다.
조법종 교수는 “1893~1897년 미국 신문의 보도는 해군 무관으로 1883년 조선에 파견돼 대리공사를 지낸 조지 클레이턴 포크(Foulk·1856~1893)가 미국 해군부에 보고한 비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크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의 모델 중 한 명이 됐던 인물이다. 조 교수는 “포크가 1884년 대동여지도를 들고 44일 동안 조선 남부 지역 1448㎞를 여행한 기록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거북선 관련 자료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포크가 37세로 요절한 뒤 그의 아버지가 유품 중 보고서 자료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당시 거북선 관련 보도는 1899년까지 25개 이상의 미국 신문에 보도돼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조 교수는 “현재는 거북선이 철갑함은 아니었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지만, 제국주의 열강이 해군력을 앞세워 식민지 쟁탈을 벌이던 1890년대에 ‘약소국 조선이 강한 전함으로 일본을 이겼다’는 역사적 사실은 조선인의 역량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