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될 때, 대관령 양떼목장을 다녀왔습니다.
대관령 양 맞나고요? 미안합니다. 독일의 염소입니다.
얘가 대관령 양입니다.
양과 함께 셀카를…
난 양띠니까 양 두 마리
메에에~~
'가만 좀 있어 인마!'
이곳은 자칭 '한국의 알프스'입니다. 험하지 않은 구릉지에 양떼가 풀을 뜯고 있으니 그렇게도 보입니다.
한국의 알프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여기 말고도 몇 군데가 더 있습니다. 먼저 국립공원 소백산도 '한국의 알프스'라 불립니다. 철쭉으로 유명한 비로봉 정상에는 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고 산 여기저기 야생화가 지천입니다. 알프스도 마찬가지로 허브로 유명하잖아요. 또 의외로 칠갑산이 한국의 알프스라 불립니다. 설경이 아름다워서 그런가보다 싶긴 한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알프스에도 콩밭 매는 아낙네가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알프스가 '스위스의 칠갑산'이지! (허걱! 콩밭 매는 아낙네는 그럼 하이디?) 그리고 경상도의 동남쪽 일대 산악군을 영남알프스라고 합니다. 경주, 청도, 울산, 밀양, 양산에 걸쳐 있는 8개 산을 묶어 그리 부른다고 합니다. 영남알프스가 위키백과에도 실린 걸 보면 꽤 보편화된 명칭인가 봅니다. 여담입니다만 한국알프스(주)도 있더군요. 전자 부품을 만드는 일본의 다국적기업 알프스의 한국 법인이라고 합니다.
알프스의 양들이 밥 먹는 시간입니다. 사실, 얘들 식사 시간은 따로 없습니다. 목장 들어올 때 어른 기준 3,500원을 내는데 이걸 입장료라고 하지 않고 건초 구입비라고 합니다. 입장하면 건초는 무조건 주는 거니까, 내가 먹을 게 아니면 양에게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녀석들 대식가던데요. 배부르다고 그만 먹겠다는 녀석 없습니다. 주는 대로 꾸역꾸역. '이것들 혹시 양의 탈을 쓴 늑대?'
대관령에 양떼목장이 한 군데 더 있습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채 10km가 안 되는 곳에 대관령삼양목장이 있습니다. 산을 타고 갈 수는 없고, 가자면 자동차로 1시간쯤 걸립니다. 삼양식품에서 운영하는 목장인데 양보다는 소가 많다고 합니다. 동해전망대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볼 수 있고 삼양라면을 매우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대신 입장료는 어른 기준 8,000원입니다. 저는 삼양목장을 가보지 않아 두 목장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에 보면 둘 중 어디가 좋냐는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참고해 보십시오.
양떼목장을 하산하는 길에 아이들이 그럽니다, 양이 흰색이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목장에 흰색 털 가진 양은 한 녀석도 없습니다. 죄다 회갈색입니다.
"마! 목욕 좀 해!"
"어차피 이발할 건데 왜 해?"
가까운 곳에 의야지바람마을이라는 체험마을이 있습니다. 양목장 체험, 눈썰매 타기, 감자 캐기, 치즈 양초 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류 프로그램이 있던데 우리 일행은 양초 만들기, 비누 만들기만 간단히…
그 사이, 마당 한켠에서 외로움에 울부짖는 사모예드 한 마리와 형동생하기로 했습니다. 얘도 흰색은 아닙니다. '개나 양이나'
용평리조트는 스키 시즌이 아닐 때 놀이동산으로 운영합니다. 스키 곤도라는 전망용 케이블카가 됩니다.
정상에 올라 하늘 높이 팔짝!
이카루스! 네 꿈을 내가 이뤄주마! 자세 좋다.
이제 마지막 일정 숲체원을 찾아 둔내로 갑니다. 여기 조금 못 미쳐 봉평에서 여행지의 마지막 식사를 마쳤습니다. 봉평은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각 이효석의 고향이라서 이효석문학관 근방에는 막국수와 메밀전병을 파는 식당들이 여럿 모여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도로명주소를 쓰잖아요? 이 동네 주소가 이효석길입니다.
숲체원 사진을 하나도 안 담았네요. 산림욕 덕분에 무아지경이 됐었나 봅니다. 숲체원은 비영리 재단이 운영하는 숲체험장입니다. 학생 수련원 시설도 갖추고 있는 다기능 교육 공간으로서 숲 자체는 사실 평범합니다. 이곳이 특별한 것은 사진처럼 경사로(ramp)가 설치돼 있어서 노약자와 장애인이 휠체어를 이용해 산을 오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산림욕장이라는 점입니다. 케이블카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로는 노약자와 장애인의 접근성을 들먹이던데 숲체원에 와보면 좀 머쓱하겠습니다. 최소 1주일 전에 예약해야 하고 일일 입장객을 50인 이하로 제한한다고 합니다.
글을 마치며 첫날 먹은 점심 얘기 좀 하겠습니다. 이틀 동안 강원도에서 놀다 온 얘기를 풀었으면 그 동네 맛집 하나 정도는 나오겠지 기대했을 겁니다. 사실 소문난 집을 가긴 갔습니다. 대관령면사무소 건너편 금천회관은 오삼불고기와 황태구이로 인터넷이 떠들썩한(?) 맛집입니다. 늦은 점심이라 허겁지겁 한 그릇 맛있게 비우긴 했지만 남들에게 추천은 못하겠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살짝 당황스럽습니다. '사람들이 왜 이걸 극찬을 하지? 특별히 스키어들 입맛에 맞나? 강원도에선 내 입맛이 왕딴가?'
2012. 09. 22. ~ 23.
첫댓글 글을 읽는 동안 너~~무 재미있고 웃긴데다~~ 유익한 정보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냈네요.곳곳에서 유머와 위트가 돗보인다는~~ㅋㅋ이효석길도 빨리 가보고 싶은데 어쩌나~~ㅎㅎㅎ저도 가끔 소문난 맛집에 가서 이해 못 하고 돌아올 땐 참~~허무하더라구요.대박 나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져서 깜놀하는 가게도 많아졌구요~~ 언제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죠.^^ 더 늙기 전에 진짜 맛집 리스트 만들며 여행지 늘려가기 ~~실천하고 싶네요.^^암튼 좋은 글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고맙습니다.꾸벅^_^
이렇게 신나는 응원을 해주시니 술 약속 잡지말고 또 블로그 다듬기 들어가야 겠습니다. 술은 19일날 실컷 먹으면 되니까 ㅎㅎ
비행 님의 글을 보니 오삼불고기는 횡계식당이 원조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