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4)성공사례_생산자 중심의 충남 아산시
“아이들 식탁에 오르는 모든 식재료가 유기농”
11월18일 찾은 천안시 백석초교의 점심시간은 다른 학교의 급식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영양교사의 지휘아래 아이들 식판에는 밥과 국, 반찬이 올려지고 학생들은 재잘재잘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식사를 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 학교의 급식은 분명히 다른 학교와 다르다.
재료가 100% 친환경 식자재이기 때문이다.
푸른들영농조합 아산 전학교 지역産 유기농쌀 공급
2000년 친환경농가 모여 자금 1,000만원으로 시작
‘친환경종합타운’ 건립 축산 연계 유기축산 도입 시도
■ 학교급식이 일상도 바꿔
친환경식자재 중 백석초교에 유기농 쌀을 공급하는 곳은 충남 아산시에 소재한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이다.푸른들영농조합은 아산지역 전체 학교에 친환경 유기농 쌀을 공급하고 있다.지역의 쌀이 전 학교에 공급되는 것은 현재 아산시가 유일하다.
올 들어서는 인접지역인 천안에까지 학교급식 법인인 (주)푸른들 SFC를 설립했다.지역에서 생산되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기 위한 로컬푸드 운동이 아산에서는 생산자 조직인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의 주도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천안시 백석초교는 수산물을 제외한 전 식재료를 친환경농축산물로 사용하는 전국 유일의 학교로 국내 친환경급식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했다.백석초교의 급식에는 농약과 항생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재료이어야 식단에 오를 수 있다.특히 쇠고기나 돼지고기의 선별기준은 더욱 까다로워 오직 무항생제 고기만 쓴다.매일 식단에 오르는 쌀과 김치도 모두 유기농제품이다.
이 학교의 식재료는 (주)푸른들 SFC가 전담해서 공급한다.푸른들 SFC는 학교 급식재료로 납품하는 재료에 대해 가급적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로컬푸드 운동의 실현을 위해서이다.
■깐깐한 식재료 고르기
인근 생산지에서 구하지 못하는 일부 식재료는 도나 경기도에서 구해다 공급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제주도에서도 공수해오고 있다.바로 식재료 하나하나를 유기농으로 공급하고자 하는 ‘깐깐함’때문이다.
이같은 학교에서의 유기농 급식은 많은 변화의 바람을 몰고왔다.학교식단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가정의 식단도 바뀌게 된 것이다.유기농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아이들이 유기농 전도사로 나서면서 부모들 설득해 가정의 식단을 유기농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아토피를 앓는 학생이 이 학교로 전학을 오는 일은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백석초교의 이영미 영양교사는 “유기농 급식이 결정된 이후 학부모들이 급식 검수에 직접 참여하면서 유기농 급식이 조기에 정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먹는 급식이 유기농이란 사실에 자긍심을 갖고 있고 가정의 식단을 변화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유기농 급식으로 전환된 이후 학부모들의 부담은 한 끼 당 400원, 매월 평균 8,000원 정도 늘어난게 고작이다.지난해 친환경급식 실시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학부형의 88%가 ‘부담이 늘더라도 해야 한다’고 찬성했다.
■생산자의 힘을 모으다.
아산시와 천안 백석초교를 변화시킨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의 역사는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1975년 유기농업을 처음 도입했으며 79년에는 YMCA가 주축이 돼 양곡조합운동이 시작되면서 이듬해 쌀 직거래가 시작됐다.80년대 초에는 마을주민 대부분이 참여하는 집단재배로 무공해 쌀을 생산하며 동분서주했지만 생산활동에 바쁜 나날을 보내는 농민들이 직접 수금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결국 주저앉아 버렸다.이에 따라 1987년 한마음 공동체를 설립, 본격적으로 한살림 운동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생산자인 농민들은 생산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이런 지역적 특성을 배경으로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은 2000년 아산지역 친환경농가들이 100% 출자해 자본금 1,000만원에 회원 50명 규모로 출범했다.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직후인 1994년 초 농민운동과 생산활동을 병행해온 농민조직 구성원들이 혹독한 내부비판을 거쳐 생산조직으로 거듭나기로 결정하고 유기농업연합회, 지역농업 학습 등 6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등을 설립했다.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은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아산시의 지원도 끌어내 콩 가공사업에 이어 무농약 이상의 친환경 콩을 원료로 한 두유와 콩기름, 일반콩을 원료로 하는 두부, 유기농 양파를 원료로 한 양파즙, 저농약 배를 원료로 한 배즙을 생산하고 있다.
■가공사업에도 도전
지난해 말 현재 조합원 수 500여명에 실무자(직원) 66명, 자산 100억원, 출자금 18억원, 직거래를 통해 연 매출 145억원을 자랑한다.연계 조직으로 아산시친환경생산자연합회, 한살림천안아산, 푸른들영농사업단 등이 있다.또 RPC, 분석센터, 유통센터, 학교급식지원센터 등을 갖춘 ‘푸른들영농조합법인 친환경종합타운’ 건립으로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한 푸른들은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은 본인들의 장점인 유기농을 축산과 연계시켜 유기축산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올해 유기축산을 위한 송아지를 처음 입식해 내년에는 제품이 출하될 예정이다.
허남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