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자주빛 꽃잎 가운데에 노란 수술이 마치 연꽃 받침 위에 밝힌 촛불의 형세를 보는 듯 하고, 물위에 떠 있는 연꽃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연못 위에 비친 연꽃의 그림자와 함께 할 때라고 말하면서 ‘실체’와 ‘그림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 성찰을 넌지시 건네주었다. 연못을 두고 불교와 철학적 사색을 설파하는 토굴의 주인은 어느새 그의 소설과 닮아가고 있었다. 미루나무, 백양숲에서 내려온 물길과 지하수를 한데 모았다는 연못의 물은 고요하게 깊이를 만들어냈다.
그의 초기 소설에 드리운 짙은 불교적 색채가 앞마당 연못에서 해독이 되어갈 즈음, 작가는 비단잉어의 모이를 가져와 ‘향초’, ‘향초’ 하며 뿌리고 있었다. 마치 굿판을 주재하는 제사장의 몸짓처럼. 비단잉어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연못에 비친 연꽃의 그림자도 같이 움직여 ‘연꽃바다’를 보는 것만 같았다. 움직이지 않고 늘 부표처럼 떠서 피오르는 연꽃과 그 사이를 오가는 비단잉어의 무늬가 어우러져 해산토굴의 연못은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의 미학을 살려내고 있었다. 한데, ‘향초’란 비단잉어의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해져 물으려 했더니 주인은 연못의 거주자인 잉어와 연꽃의 더부살이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