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에서는 개정된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것은 단순히 주인으로서의 소유 개념이나 집단 이기주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며, 보수적 우익 성향은 더욱 아니다. 사학에는 분명 사학으로서의 정체성이 있고, 이 정체성이 훼손될 경우 더 이상 사학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정체성 문제는 사학 존립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이다. 천주교 수원교구 학교법인 광암학원에서 특별히 사립학교법의 문제점을 주보를 통해 언급하는 것은 사학의 정체성 훼손이라는 심각성을 함께 인식하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대한 문제 제기가 교회와 정부와의 충돌이 아니며, 특히 비리 사학을 교회가 비호하는 것도 아니다.
2005년 12월 9일 개정된 사립학교법(일명 사학법) 정부 여당 주도로 국회 통과, 12월 16일 김진표 교육부총리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 면담, 김수환 추기경 교육부총리 면담 요청 거절,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7개 종단대표 개정된 사립학교법 거부 탄원서 제출, 12월 22일 교육부총리 이용훈 주교 방문, 12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전국 종교계 지도자협의회 인사들과의 회동, 12월 27일 국무회의 의결, 12월 30일 법률 시행 공포, 한나라당 사학법 저지를 위한 연일 장외투쟁. 이것은 사학법을 둘러싼 12월 한 달간의 일정이었다.
현재 공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학교 22%, 고등학교 45%, 대학교 85%이며, 전체 사립학교의 24%가 종교계 학교이다. 한국 교육사에서 종교계 학교들의 역할과 공헌은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개정된 사학법을 놓고 온 나라가 논쟁과 토론에 뛰어들었다. 정부 여당은 사립학교법을 날치기하듯 통과시켰고, 사립학교는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탄원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청하며, 내년도 신입생 배정 거부와 학교 폐쇄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투쟁 방침을 선포하고 있다.
한편 정부 여당은 사학법 개정을 계기로 사학비리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고 건전 사학을 육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이 사학법 개정을 환영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사학재단은 설립하는 순간 공적 기능을 보유하기 때문에 공공성과 투명성 보장을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아울러 사학이 우려하는 건학이념 구현의 불가능, 사학의 자율성 훼손 등의 문제점은 시행령을 통해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우려를 표명하셨다. 정부는 이번 사학법으로 사학비리를 척결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발표하였으나, 사학의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없는 법으로 개악이 되었다면 그 법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광암학원은 개정된 사립학교법 중 사학의 설립목적 및 자율권을 크게 위협하는 개방형 이사·감사제 도입문제, 임시이사 파송요건 완화와 새로운 이사 선임문제, 임시이사 운영비 및 사무직원 인건비 지급문제, 사립학교장의 임기 제한문제 등을 중심으로 개정된 사립학교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 가톨릭 학교의 현황
교회법전 「제3장」제800조에 보면 “① 교회는 어떤 학과나 종류나 등급의 학교든지 설립하고 운영할 권리가 있다. ②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가톨릭 학교를 설립하고 유지하는 데 힘껏 협조함으로써 이를 육성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는 전국에 초등학교 6곳, 중학교 27곳, 고등학교 35곳, 대학교 11곳, 특수학교 5곳 등을 운영하며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운영 주체가 되고 있다. 그리고 1986년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를 구성하여 한국 천주교회 내 교구 및 수도 단체에서 설치, 경영하는 교육기관의 당면 문제 논의 및 가톨릭 학교, 기관간의 공동체 정신 함양, 가톨릭 건학 이념 구현에의 공동 대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가톨릭 사학들은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모범적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현재 국가 공권력의 제재를 받고 있는 학교가 전혀 없다. 그러나 개정된 사립학교법으로는 비리로 제재를 받고 있는 학교와 마찬가지로 범죄 예방적 차원의 모든 조치를 감내해야 한다. 이는 법을 어긴 자도 판결에 의하여 범죄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범죄인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 정신까지 어긴 것으로 사립학교는 앞으로 범죄를 저지를 것을 예방하는 차원의 초법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기막힌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2. 법 제정 절차의 문제점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는 꾸준히 사립학교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정치적 차원에 관심을 두었을 뿐 성실한 대화나 공동연구에 임하지 않았으며, 일부 편향된 단체의 의견만을 중심으로 야당의 참여도 없이 사립학교법을 기습적으로 처리하였다. 이는 사립학교의 민주성·공공성·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를 스스로 부인한 부당한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적인 내용이라면 절차상 비민주적인 방법도 불사하는 것이 정부 여당의 가장 큰 오류인 것이다. 참여를 기치로 내건 현 정권은 자신들의 존재 이념을 스스로 파괴하였음을 자각해야 하며 비민주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3. 사립학교법의 위헌성 및 거부 탄원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이 통과된 후 교육인적자원부의 고문변호사 4명 중 3명은 이 법의 위헌성을 지적하였다.
12월 16일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 7개 종교단체 지도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청와대에 사학법 거부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였다. 사학법 문제가 불거진 후 7개 종단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으로 한기총을 중심으로 사학법 거부 탄원서 제출안이 강력히 요구됐고 이 의견이 종교지도자협의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당초 이 모임에서는 한기총의 건의로 7개 종단 공동의 사학법 거부 천만 명 서명운동과 헌법소원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기총의 적극적인 사학법 거부 움직임과는 달리 다른 종교단체 지도자들은 종교인으로서 자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권고했고, 이에 격식 있는 ‘자문’ 차원의 사학법 거부 탄원서를 대통령께 제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수원교구 학교법인 광암학원
참고 : 수원교구 학교법인 광암학원 소속학교
소화초등학교(수원), 효명중학교(평택), 효명고등학교(평택), 안법고등학교(안성), 수원가톨릭대학교(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