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서점이 없으면 어때. 인터넷서점에서 주문하면 되지. 아니면 마트에 쇼핑하러 갈때나 시내에 볼일 보러 갔다가 서점에 들르면 되지' 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책을 주로 어디서 사보세요?
인터넷 서점, 번화가의 대형 서점 아니면 동네 서점?
생각해 보니 저도 서면의 큰 서점들이나 인터넷서점에서 주로 구매하는 것 같습니다.
약속장소로 애용하는 서면 동보서적에서는 기다리는 동안 이리저리 둘러보다 충동구매를 많이 하고, 꼭 사야할 책은 서면 영광도서에서 주로 찾습니다. 영광도서는 책의 종류가 다양하고 뭣보다 저희 출판사 책이 2층 문학코너와 4층 인문사회코너에 많이 놓여 있거든요. 교보문고 서면점은 지하철역과 좀 떨어져 있어 그런지 잘 안가게 되구요.
제가 사는 동네엔 서점이 없습니다. 작은 서점이 하나 있긴 한데 참고서와 문제집만 팝니다. 서점이 옛날부터 없었는지 아니면 온라인서점의 등장으로 전국의 동네서점들이 하나둘 사라져갈때 운명을 달리했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동네에 서점이 생길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소형 서점들이 사라지는 문제는 전세계적인 추세인것 같습니다. 5월호 출판저널을 보니 영국도 예외가 아니네요. '<가디언> 지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영국 내 중소형 서점 27%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Gay's the Word (구글)
특히 한 가지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서점들.
예를 들면, 추리 범죄 서적 전문인 <머더 원 Murder One>이나 게이 레즈비언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게이스 더 워드 Gay's the Word>같은 소형 서점들이 문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하네요.
원인은? 건물 임대료가 너무 올라서라고 합니다. 여기나 저기나 건물주들만 돈을 버는군요. '특히 이러한 전문 서점들은 소수의 마니아 독자층에게는 서점 이상의 중요한 랜드 마크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잇따른 영업장 폐쇄가 더욱 아쉬움을 사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전문 서점들이 폐업을 선언하는 주된 이유는, 경기 침체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슈퍼마켓과 아마존 같은 인터넷 서점들이 대거 가격 할인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오랜 시간 쌓여온 문화자산이 자본의 위력에 사라지는 거지요.
10분 거리의 대형 마트, 도심의 대형 서점들, 버튼 몇번만 누르면 언제든지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서점, 손쉽게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아이폰 등. 동네서점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다가 동네에 서점간판이 사라져버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전 동네 레코드방이 하나둘 자취를 감췄던것처럼요.
부산지역 대표서점인 동보서적과 문우당서점의 폐업소식은 부산시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부산지역 대표신문의 P이사는 너무너무 답답한 현실이라고 우울한 심정을 필자에게 토로하기도 하였다. 부산일보 10월 30자는 1면에서 3면에 걸쳐 “동네 책방을 추억하다”라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창원KBS 방송국에서는 특집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하고 향후 대책을 질문하기도 하였다. 늦었지만 지역의 언론은 마음이 짠해진 독자들의 ‘정겨운 사랑방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라는 정서를 충실히 전달하였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필자에게 요청한 주제는 2010 지역서점이 살아야 지역문화도 산다는 내용이다. 출판생태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출판과 지역문화를 고민하고 있는 필자에게 작은 대책이라도 이야기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며칠을 고민하여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서점신문 제238호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의 글은 암울한 현실을 진단하고 있었다. 지역서점이 인터넷서점, 초대형 서점과의 힘겨운 경쟁, 지속적인 종이책 소비 감소라는 환경에 앞으로 예상되는 디지털교과서 등장으로 인한 참고서 시장의 축소라는 3중고에 직면한 현실.
그래서 부산지역에서 <책과아이들>이라는 어린이전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수, 강정아 대표와 차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강정아 대표는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첫 번째 대책으로 이야기하였다. 또한 서점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을 이야기하였다.
<책과아이들>의 예를 들면 할머니한테 옛이야기 듣기, 시 감상을 통한 노래 배우기, 음악과 어우러진 빛그림 감상하기 등의 프로그램, 그것 말고도 3세부터 7세까지 연령대 별로 있는 그림책 교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학년별 독서프로그램, 올해 시작한 초등 그림책 읽기 교실, 한반 아이들이 오는 서점 나들이 프로그램까지 어린이 책을 중심에 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책만 팔아서는 적자이고, 서점을 먹여 살리는 건 이런 프로그램들이라고 강 대표는 이야기하며, 비관적 현실에서도 15년을 버틴 비결은 책에 애정과 열정이었고 돈만 생각한다면 서점을 그만두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였다.
'책과아이들' 서점 안 풍경.
서점 입구
동네서점이 사라지고 지역문화에 구심적 역할을 하는 대표서점이 무너지는 현실에서 위기를 돌파할 힘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서점인들의 소통과 연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점이라는 소중한 공공적 공간에 대한 재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의 공정한 규칙의 정립(완전 도서정가제)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절망스러운 현실의 개선의 힘은 서점인들의 자부심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요구해야 한다. 동네 슈퍼와 동네 서점은 다른 것이라고. 서점은 문화가 살아 있도록 하는 나무이며 여기에서 공기가 나온다고. 생태계가 파괴되면 삶이 황폐화된다고
지역서점이 죽으면 지역문화가 선순환할 수 없다. 대형 온라인서점과 지역서점은 가는 길이 다르다. <책과아이들> 대표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문화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으로 획일화되어서는 좋은 책을 뒤적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 녀석은 노빈손의 팬이다.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데, 지난 설에 세뱃돈을 받아 새로 나온 노빈손 책 한 권을 사들고 들어왔다.
“대영아, 책 어디서 샀니?”
“이마트요.”
“이마트? 거 참…….”
혀를 끌끌 차고 있으니 아이가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다.
“왜요?”
“좀 더 내려가면 서점 있는데, 서점에 가서 사지.” 하면서 왜 동네서점이 살아나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는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제 엄마랑 같이 서점에 가서 문제집을 사왔다. 새학기가 되어 전과목 문제집을 사니 제법 무거운데도 낑낑거리고 들고 왔다.
서점신문의 원고 청탁을 받고 도서관에서 한국서점에 대한 책을 조사해보았다. 2000년에 발행된 『우리에게 온라인 서점은 과연 무엇인가?』(한기호 저)라는 책 등 소수의 책만이 비치되어 있었다. 서점신문 제230호 기사(소외 받는 서점, 서점인은 외롭다)에 나오는 현실 그대로였다.
대부분의 동네 서점은 높은 도서매입률때문에 할인을 할 수 없는 처지인데, 이를 모르는 일부 독자는 서점이 폭리를 취한다고 비판한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의 한 서점.(출처:서점신문 230호)
한국의 출판유통은 온라인 서점의 급성장과 오프라인 서점의 몰락으로 표현되는 소수 과점 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미래의 한국독자들에게 한국출판의 괴멸로 나타날 것이다.
2005년에 부산 지역에서 출판사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직거래 서점의 부도 세 번을 직접 경험하였다. 대구의 제일서적(2006년), 부산의 청하서림과 면학도서(2008년)의 경험이었다.
2006년에 맞은 대구 제일서적의 부도는 그나마 출판사의 피해가 적었다. 출판사 창업 후 몇 년 되지 않은 시점이라 출간 종수도 적었고, 무엇보다도 서점 측의 협조로 위탁 도서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산의 청하서림과 면학도서는 달랐다. 부도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도 않았고, 책을 찾으러 갔을 때는 직거래 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매상에서 책을 모두 싹쓸이를 해간 탓이다. 손해는 고스란히 출판사로 돌아왔다.
부도의 경험을 통하여 출판사와 유통업체의 관련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동안 부산지역은 영광도서와 동보서적 등 지역을 대표하는 서점들이 건재한 편이었다. 하지만, 2월 22일부터 인터파크와 알라딘의 부산지역 당일 배송 실시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터넷 서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교보문고 센텀점을 비롯해 대규모 서점들의 부산 공략이 시작된 것이다.
지역 서점들의 몰락은 지역문화를 죽이는 일이다. 지역서점들이 건재해야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문화에 투자도 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는 이유는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고 할인 및 마일리지를 용인하기 때문이다.
지역서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지역서점에서 책사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지역의 작은 서점들이 10년 안에 모두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서점인들의 단결된 힘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지역의 서점이 공기와 같은 공공재로 역할을 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 더 많은 관심과 예산의 배분을 요청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국회에도 무대책으로 방관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