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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 환자 권리인가, 의사 의무인가? |
진료실에서 본 의료윤리 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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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07일 (금) 11:14:51 |
관리자 doctor@thedr.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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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훈 법무부 대구소년원 의무과장
지난 주말, 여자 소년원생 숙소에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16세 여자 원생이 샤워 중, 질 내에서 이상한 촉감을 느껴 담임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자궁 밖으로 돌출한 IUD(자궁내 피임장치) 끝부분의 실 때문이었다. 소녀의 부모는 난잡한 성관계로 인해 인공중절을 할 수밖에 없었던 딸아이에 대한 고민 끝에, 의사의 권유에 따라 수술 직후 환자가 모르게 IUD 시술을 해버렸던 것이다. 골반염과 불임에 대한 의학적 논란은 논외로 치더라도, 의사가 보호자에게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설명했는지, 미성년 환자에게 시술 사실을 알렸는지의 여부는 미묘하지만 중대한 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필자는 미성년 아이들에게 피임약이나 시술보다는 성교육을 통한 절제를 권하지만, 굳이 보호자 요청으로 해야 한다면 성생활이 무절제한 소녀에게 골반염과 무관한 피임조치나 시술의 다른 방법도 고려할 수 있었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보 능력이 없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개원의의 일방적인 의학 지식과 경험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환자와 보호자는 환자에게 행해지는 치료의 내용과 부작용, 예측되는 결과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의사가 행하는 치료와 처치의 형태에 대해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의 권리와 더불어 보호자에게 시술 부작용과 피임 방법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고, 비록 미성년자이지만 인지능력이 있는 환자에게 의사는 최소한 IUD 시술 사실만은 알려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의료윤리의 적극적 개념은 정보와 소통의 부재로 인해 침해된 환자의 권리도 의사의 의무로 직결된다. 환자의 권리란 무엇인가? 오늘날 시민 인권의식의 성장과 함께 과거 권위주의 사회가 해체되면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수평적 진료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지위로 바뀌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진료계약을 맺는 당사자들로서, 환자는 의사에게 진료비를 지급한 후 진료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는 채권자로서 위치를 가지고, 의사는 진료계약에 의한 진료채무의 이행을 하는 진료채무이행자의 지위를 가진 대등한 법률적 관계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즉, 채무에 대한 권리와 의무는 쌍방 동일한 역학관계와 법적 역할의 계약을 수행하게 된다. 신의료윤리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찰스 프라이드(Charles Fride)는, 건전한 의사-환자 관계에 대한 기본 조건들의 목록으로서 개인적 치료의 권리를 투명성, 자율성, 충실성, 인간성의 네 가지를 제시했다. 개인적 치료의 권리라는 표현에서, 의사는 환자의 요구를 마지못해 존중하는 치료자가 아니라 환자의 인생을 가장 잘 향상시키는 방법으로서 의학기술을 사용하는 환자의 하인이라고 주장한다. 생명윤리학자인 브로디(Haward Brody)는 이와 같은 프라이드의 권리 개념을 설명하면서, 이것은 환자의 권리라기보다 히포크라테스 전통을 결합시킨 의사의 포괄적 의무라는 진보적인 결론을 내린다. 시대적 흐름은 의사 개인이나 다수 종합병원의 사이버 홈페이지 전면에 환자의 권리를 게재, 홍보하는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의료계가,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동등한 위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과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의식의 성장과 정보윤리의 등장, 의료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은 바야흐로 의료윤리의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비전문가인 환자의 제한적 권리인가, 전문가인 의사의 포괄적 의무인가. 의료윤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 이젠 우리 의료계가 양자적 접근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구, 대응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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