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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부터 12월 5일인 어제까지 26일간 이야기입니다.
수첩에 간략히 메모만 해야 했습니다. 자전거 교실 프로그램을 한 달간 주 5일 받았습니다. 수업 시간은 2시간이지만 오고 가며 걸리는 시간을 합치면 무려 3시간 쯤 됩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여 기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동차와 이별이 없었다면 이 행복한 시간은 절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확실히 자전거가 저의 교통수단으로써 발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운동의 효력까지 덤으로 주니 행복합니다. 자전거와 마라톤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됩니다. 이번 11월은 달리기를 시작하여 가장 적은 시간, 적은 거리를 달린 기록으로 남게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결코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습니다.
12월부터 훈련일지 기록은 읽어 주시는 분들을 위해 2주 이상 넘기지 않으려 노력하렵니다. 나의 이 솔직한 기록들이 처음 달리기를 접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저 자신이 뒤를 돌아보며 언제나 나를 수련하고 정진하는 밑거름으로 삼으려 합니다.
11/10(수) 쉬었습니다.
11/11(목) 오후 4시부터 70분 사라봉(집-우당도서관-사라봉정상-등대-모충사-우당도서관-집) 뛰었습니다.
11/12(금) 오후 3시 30분부터 80분 연북로(집-한마음병원-전원유치원-한라도서관 입구 -집) 뛰었습니다. 황사가 몹시 심한 날이라 힘들었습니다. 목이 매캐했습니다.
11/13(토) 노는 토요일입니다. 작은 아이와 자전거 연습 9시부터 12시 30분까지 했는데 자전거페달 처음 돌릴 수 있던 날입니다.
한자 '익힐 습'자가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새가 날기 위해 둥지에서 수백 번 날개 짓을 하는 것과 같이 두 다리와 허벅지는 온통 멍 투성이입니다. 아,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늘에다 대고 큰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자동차 운전면허 땄을 때도 이만큼 기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슴을 환하게 비추는 비옥한 흙이 내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흙아, 고맙다. 나는 무성해질 거야.'라고 내게 말했습니다.
수능 치루는 수험생에게 격려차 나갔다가 밤 8시50분부터 105분 동안 사라봉(집근처-사라봉 정상-별도봉 둘레 한바퀴-집) 걸었습니다. 사라봉 내려와 늦은 시간이라 귀가하려는데 별도봉으로 아주머니 두 분 도란도란 내려가시길래 바짝 뒤쫓아 함께 묻어갔습니다. 이렇게 늦은 밤 별도봉을 걷는 건 처음입니다. 사람들은 참 부지런합니다. 시내 가까운 곳에 사라봉과 별도봉이 있어서 제주 시민들은 참 복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운동 코스나 풍광 그 모두가 좋기 때문입니다.
11/14 (일) 쉬었습니다. 감귤마라톤 1주일 남은 월요일인 내일 합동 훈련에 참석했으면 한다는 회장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페이스메이커 2시간 15분 목표로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자고 하십니다. 나는 "예"라고 답합니다.
11/15(월) 저녁 7시 스트레칭 마치고 종합운동장 40분 뛰었습니다. 날씨는 몹시 춥고 눈이 싸합니다. 목도 컬컬합니다. 아직도 대열에서 나는 많이 처집니다.
2주간 자전거 교실에서 내준 자전거를 이용하여 배웠는데, 오늘 나의 발이 되어줄 자전거를 구입했습니다. 중고 차 한대 값에 맞먹는 자전거인데 내 맘에 쏙 듭니다. 나는 이 자전거를 명마 '보케팔루스'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조그만 마케도니아 왕국의 왕자였다가 세 개의 대륙을 통일한 왕 알렉산더의 명마 이름입니다. 페르시아 테살리아 사신으로부터 선물 받은 명마를 어떤 장군들도 타지 못해 쩔쩔 맬 때 알렉산더는 한 번에 말에 올라 광야를 순식간에 달리다 돌아왔습니다. 자기 그림자에 놀라 말에 오르는 사람을 모두 거부하는 것을 유심히 살폈던 알렉산더, 그림자를 볼 수 없게 하여 말을 안심시키고 자신과 한 몸이 되는 지혜와 용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중용의 철학을 강조했던 그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말의 이름을 지어 주었고, 그 후 알렉산더는 보케팔루스와 전쟁터에서 생사를 함께 하는 깊은 애정을 나눕니다. 나 역시 이 명마 '보케팔루스'와 함께 작고 아름다운 내 고향을 두루두루 돌아다닐 것입니다. 분명 보케팔루스는 나의 좋은 발이 되어 줄 것입니다. "보케팔루스, 이제 너와 난 한 몸이야. 내가 네게 좋은 곳으로 인도해 줄게 함께 가자. 나를 잘 도와줘. 보케팔루스 사랑한다." 온갖 자연에서 일어나는 소리와 냄새 색깔과 모양들을 애정을 갖고 볼 것입니다. 물론 제주 사람들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11/16(화) 밤 9시 20분부터 120분 동안 연북로(집-KCTV-집) 뛰었습니다. 아주 춥습니다. 오른쪽 손과 팔이 감각을 잃고 저려옵니다. 운동하는 사람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무섭기까지 합니다. 밤 하늘은 아주 맑고 달이 밝습니다.
11/17(수) 밤 9시부터 117분 연북로(집-KCTV-집) 뛰었습니다. 컨디션이 무지 좋습니다. 감귤마라톤 가까워서인지 남자 주자 3명과 마주쳤습니다. 풀코스 출전하는지 왕복을 재차 하는걸 보게 됩니다. 어제와 대조적으로 날씨가 아주 포근하고 달이 너무나 밝습니다. 달리기를 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이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늘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달과 별, 은하수, 흐르는 구름, 나는 새들 가끔은 비행기나 제트기 등 그런 것들입니다. 그리고 소중한 꿈이 그리움으로 그 하늘 어딘가에 숨어 있습니다. 분명히 그 어딘가에서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습니다. 나는 그래서 그 미소를 상상합니다. 나는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11/18(목) 쉬었습니다. 스포츠 용품점에서 타이즈와 반바지, 파워젤을 구입했습니다.
소공동체 모임 우리 집에서 있었습니다. 원장 수녀님께서 참관하신 특별한 날이기도 합니다. 자정 가까운 시간 아파트 옆 라인 사는 아이가 우리가 기르던 고양이 사고 소식을 알려 줍니다. 아파트 주차장 남편의 트럭 옆에 피가 낭자한 채로 쓰러져 있습니다.
베란다 방충망을 통해 들고 나는 것이 자유롭지만 아주 가끔 외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큰 아이나 작은 아리랑 몸 붙여 자곤 했었는데 두 아이의 슬픔이 말이 아닙니다. CCTV 로 확인해 보자고 경비실로 아이들은 나를 끌고 갑니다. CCTV는 고장 나서 알 수 없다며 울고 있는 작은 아이에게 "왜 우냐?"고 경비 아저씨가 반문 하십니다. 아이의 마음을 모르시는 겁니다. 나는 선뜻 고양이를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렵거니와 어떻게 거두어야할지 꺼림칙하기만 한데 큰 아이는 큰 쟁반에 고운 방석을 깔고 고양이를 편안히 옆으로 누입니다. 수건을 개어 머리를 받혀주고 몸 위를 큰 수건으로 덮습니다. 십자고상과 성모상을 준비하고 촛불을 켜서 제물을 바치듯 그 앞에 놓았습니다. 똥묘(똥쌔기 고양이라는 뜻), 작년 4월경 작은 아이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야생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길렀고, 암컷 고양이를 선물 받아 둘이 짝을 이뤄 올 봄에 다섯 마리 새끼를 낳는 경이로운 장면도 경험한 터입니다. 흙투성이라도 아인지라 구분하지 않고 품에 안고 함께 놀아 무척 정이 들었습니다. 엄마 고양이, 새끼 고양이 모두 기르기에 힘에 부쳐 모두 남 줘 버리고 원래 키웠던 이 녀석만 남았던 것입니다. 야생 고양이와 싸우다 귀를 뜯기고, 피를 흘리며 집으로 돌아오다 주차하는 차에 머리를 다친 것 같았습니다. 작은 아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이 붓도록 웁니다. 이튿날 작은 아이가 고양이 피 흔적들을 추적하다 미루어 짐작하게 된 사실들이기는 한 것인데 마지막까지 집으로 돌아오려고 안간힘을 썼던 똥묘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긴 했지만 자신의 일생에 대해 알 수 없었던 외롭고 지친 똥묘, 양지 바른 우리 집 화단 목련 나무 아래 묻습니다.'똥묘야, 이제 편히 쉬렴. 더 잘 돌 봐 주지 못해 미안하다. 안녕.'
11/19 (금) 쉬었습니다. 존경하는 철학 선생님이 진드기 유충에 물려 쯔쯔가무시 병으로 입원하셨습니다. 치료 방법은 항생제 투약뿐이고 고열로 앓고 계십니다. 심포지엄 '제주사회 갈등 해결을 위한 실천과제' 발제를 위한 스터디 모임을 마치고 병문안 다녀왔습니다. 시간이 자정을 넘겼습니다.
11/20(토) 쉬었습니다. 병문안 다시 다녀왔는데 식음 전폐하십니다. 안타깝게 지켜보기만 합니다. 마라톤 시작해서 연 3일 쉬기는 처음입니다. 내일 난생 처음 가장 오래 뛰어야 하는 출전일이라 계획은 목, 금, 토요일 3일 몸을 아주 가볍도록 컨디션을 조절해 놓고 싶었는데 빗나갑니다. 막판에 수면과 운동 모두 부족입니다. 내일 잘 뛸 수 있을지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11/21(일) 오늘 감귤마라톤 첫 하프코스 출전하는 날입니다. 새벽 4시 50분 기상했습니다. 긴장한 탓입니다. 난생 처음 가장 오래, 가장 멀리 달리는 날입니다. 읽다 마치지 못한 책 요슈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를 읽습니다. 8시 종합운동장 도착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9시 30분 출발합니다. 해가 점점 오르며 11월 날씨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덥기까지 합니다. 2시간 20분 목표는 단지 목표일뿐이었고, 2시간 51분 58초 걸려서 들어왔습니다. 21.0975km를 처음으로 인식하는 시간이었고, 나는 이 거리를 참 가볍게 여겼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더 빠르고 더 멀리까지 가는 주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존경의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무척 지쳤습니다. 예, 확실히 지칩니다. 집으로 돌아와 내내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출산의 공허같은 허탈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육중한 몸무게를 이끌고 뛰었다는 것, 그러나 완주했다는 안도감은 더 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또한 오늘처럼 첫 하프 출전 목표와는 큰 차이의 기록은 앞으로 기록을 바꿔 가는데는 훨씬 더 고무적일 수 있다는 위로를 오히려 스스로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나는 이 정도야. 그러니 힘을 내어 더 노력하자고. 좋았어. 나는 달리기 재주는 원래 없던 것이지. 잘 된 일이야.'라고 내게 말해 줍니다. 진정으로 강한 자는 '자기를 극복하는 사람'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저를 위해 거북이 걸음으로 고단하게 하프 코스를 뛰신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더 분발하는 아름다운 가마동 회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1/22(월) 가마동 회원들과 종합운동장에서 함께 40분간 뛰었습니다. 달빛이 정말 곱기도 합니다.
11/23(화) 밤 8시부터 사라봉 (집-사라봉정상-등대-모충사-집) 달리기 70분, 걷기 20분 합니다.
11/24(수) 낮 11시 50분부터 종합운동장 79분 18바퀴 뛰었습니다. 상의 반팔, 하의 반바지 입고 뛰었을 만큼 포근합니다. 합동청사 남쪽 공원 자전거 교실 연습 장소에서만 탔던 보케팔루스를 처음으로 세상구경 시킵니다. 종합운동장까지 타고 가고 집으로 타고 오는데 40분이나 걸렸습니다.
11/25(목) 쉬었습니다. 철학 선생님 퇴원하시는 날입니다. 자전거 교습생들은 오늘 교래리로 멀리 실습 나갔습니다. 나는 집에서 한라병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군데군데 연삼로 자전거도로는 벚나무가 서로 어우러진데다 나뭇잎들이 얼마 남지 않았고 바람에 떨어지고 있거나 바닥에 쌓인 나뭇잎을 밟으며 맑고 찬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물론 아직 자전거 타는데 많이 서툽니다. 우리집에서 소공동체 모임 있었습니다.
11/26(금) 쉬었습니다. 심포지움 스터디 있는 날입니다.
11/27(토) 아침 6시 한라수목원에서 가마동 회원 7명이 함께 뜁니다. 지난 달 수목원 훈련때보다 회원들과 함께 뛰는 속도와 거리가 많이 좁혀지는 걸 느꼈습니다. 노는 토요일이라 훈련하고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아직도 자고 있습니다. 보케팔루스를 타고 연북로 전원유치원까지 30여분 자전거를 타고 돌아옵니다.
11/28(일) 밤 11시부터 50분 동안 우리집 아래 체육공원 뛰었습니다. 체육공원에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외투 위에 더 두터운 겨울 잠바를 덧 입었습니다. 뛰다가 옷을 벗기는 했지만 무척 추웠습니다.
11/29(월) 한 달 간의 정식 자전거 교실 수료하는 날입니다. 무료로 지도해 주신 강사님과 함께 배운 교습생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몰입할 여건이 되기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자전거를 잘 배우고 싶어서 동호회 활동을 할 생각입니다. 주 2회 오전 시간을 내어 한라산 중턱 오름 근처를 다닐 수 있을 것입니다. 최대한 자연과 부딪히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습니다. 하느님 제게 이런 삶의 길들을 열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종합운동장 가마동 훈련하는 날에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갑니다. 저녁 퇴근 시간, 도로는 차들이 길을 매웁니다. 속도가 나질 않습니다. 오히려 자전거가 빠릅니다. 시간과 택시비를 확실히 줄여 준다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내 몸과 자연이 함께 편안해 진다는 걸 생각하며 자동차의 야만을 탈출한 나는 '괜찮은 진정한 문명인'이라고 나에게 개미소리로 칭찬합니다. 어쩔수 없이 자동차를 타야 하는 분들에게 적개심을 품는건 나의 건강에도 해롭습니다. 인류의 문명이란 발전적으로 가고 있다고 믿지만 회의는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파괴되는 자연으로 공멸하지 않으려면 더 훨씬 느리게 느리게 가야만 합니다. 소비를 줄이고 절약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지구 다른 쪽에서 배고픔에 시달리는 인간인 동족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훨씬 더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며 사는 것에 대한 감사와 검소한 생활을 추구해야만 합니다. 나를 계속 돌아보게 됩니다. 이제 가마동 회원들과 달리기 속도에 거의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주까지도 2바퀴 이상 앞지르게 내주었는데 이제 한 바퀴도 다 내주지 않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게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몸의 컨디션에 좌우되기도 하고 아주 경미한 차이이므로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벡의 '월등히 나아지는 법은 없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비틀거리지 말고 꾸준히 연습해야만 할 것입니다. 아주 가볍게 친구처럼, 애인처럼 늘 곁에 있기를 바라는 대상처럼 그렇게 말입니다. 가마동 훈련하며 돌아오는 길에 은행 몇 군데 들립니다. 시내 중심가 자전거도로 상황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경험합니다. 파헤쳐 방치된 도로, 수많은 자동차들이 자전거 도로에 주차되어 있는 것, 삼삼오오 무리지어 가는 사람들을 기다리거나 피해 가야 하는 기술, 좁은 길목이 가로 놓인 곳을 드나드는 자동차를 피해야 하는 상황등입니다. 특히나 마라톤 실전 코스와 연습 코스, 자전거 도로, 물론 올레 코스만 표시된 주제별 제주지도가 있다면 생태적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등입니다. 제주 관광 지도로는 원하는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11/30(화) 쉬었습니다. 전농로 제주문화포럼 사무실 심포지움 스터디 모임을 위해 보케팔루스를 타고 다녀옵니다.
12/ 1(수) 오후 5시 15분부터 105분 연북로(집-KCTV-집) 뛰었습니다. 10분 가까이 단축되었습니다. 보케팔루스를 야간에 타면서 눈이 되어줄 전조등을 구입합니다. 보케팔루스에게 어울릴 만한 강하고 좋은 빛을 주며 소모성 건전지가 아닌 충전식인 전조등을 달아 놓으니 이제 모든 것이 안심입니다.
12/ 2(목) 11시 17분부터 종합운동장 77분 20바퀴 뛰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간간이 비가 내리는 날입니다. 자전거 교실 모임 마쳐 운동장에 갔습니다. 운동장은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습니다. 19바퀴째부터 빗방울이 굵어집니다. 운동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데 몸이 얼마나 추운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기분은 좋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집에 와 따뜻한 물로 씻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오후의 할 일들을 잽싸게 준비합니다.
12/ 3(금) 정오부터 1시간 35분 사라봉(집-사라봉 정상-등대-모충사-별도봉 남쪽 둘레:별도봉 등산 입구까지-집) 뛰었습니다.
밤 9시 30분부터 80분간 연북로(집-KCTV-집) 자전거를 탔습니다. 달릴 때와는 다르게 오르막과 내리막에 대한 감이 더 큽니다. 바람에 대한 느낌 역시도 큽니다. 바람소리를 계속 들었습니다. 겨울이 오는 계절의 제주의 바람 소리, 지구의 어느 끝을 돌아서 나를 만지며 스쳐가는 바람입니다.
12/ 4(토) 쉬었습니다. 심포지엄 스터디 발제 원고 마감을 위한 점검 시간으로 소길리 철학 선생님 댁에서 공부하는 분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12/5(일) 오후 3시 30분부터 작은아이와 3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습니다. 시댁과 아는 분께 밀감을 보내기 위해 친정 오등동에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연북로 따라가다 그랜드 장례식장 지나 장례문화센타를 끼고 오등동 원불교 어린이집으로 가는 샛길로 올라갑니다. 오등봉 밀감밭에서 오등동 어머니 집에 잠시 머물러 이야기를 나누고, 아라초등학교를 거쳐 월평동 금산공원위로 나 있는 제주대학 가는 능선길(법우정사) 따라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 갑니다. 물론 나는 오르막에서 자주 보케팔루스를 끌며 가야합니다. 그러나 작은 아이는 "엄마, 나 봐. 불굴의 의지. 잘 봐." 이렇게 말하며 그 오르막들을 안장에 안지 않고 몸을 세워 왼발 오른발 이쪽 저쪽 출렁거리며 잘도 올라 갑니다. 아직 미숙한 엄마를 위해 이 녀석은 평지에서는 항상 뒤에서 나를 따라 옵니다. 그러면서 차 온다고 옆으로 붙이라, 멈춰라 등 주문을 하며 코치 합니다. "엄마, 2010년 마지막으로 잘 마무리하려는 거지. 나이 들면 이러고 싶어도 힘들어서 못하니까 그렇지? 엄마, 정말 행복하다." 아이 입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나역시 행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철이야, 저 하늘 좀 봐라. 12월 하늘이 저렇게 색깔이 여러가지야. 저 색을 우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만들수 있기나 할까? 화가들은 저 색을 어떻게 그릴까?" 우리는 끝없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직 따지 않는 귤들은 얼마나 진하게 색을 내는지 아이 말처럼 노란등을 수도 없이 달아놓았습니다. 철새인지도 모를 새떼들을 첨단 과학단지 거의 다 오를 즈음 만났습니다. 아이는 "엄마, 난 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새로 태어날래." "왜?" "새들은 앉고 싶을 때 언제라도 앉고, 쉬고 싶을 때는 언제라도 쉬고, 가고 싶은데로 멀리로 날 수도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 "그래. 엄마도 너와 같은 생각이야." 저녁 5시 40분 가까운 시간 이제 막 땅거미가 지려합니다. 서편으로 해가 구름에 가렸고 동쪽 하늘은 구름들 사이로 형용할 수 없는 빛깔로 무리지어 바다를 유영하는 물고기의 큰 행렬처럼 호랑나비 크기의 새떼들이 나는 것이 아니고 수영을 하며 저 멀고 깊은 바다로 떠나가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아주 많은 동화책과 그림책을 읽어 왔기 때문에 꼴찌로 바쁘게 작은 무리를 지어 쫓아가는 새들을 보며 야 저 띳띳띳 꼴찌 오리핑 같다야 라고 말하며 키득거립니다. 내 마음 정리하기 위해 자주 올라오는 그 마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진 첨단과학단지. 전에는 관음사 서쪽 길에 있는 섬문화 축제장 입구에서 제주시를 한 눈에 보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이곳에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JDC) 건물 위로 소나무 밭 너머에 찔레벌판이 5월 중순 이후가 되면 코를 찌르는 곳
그 마루에 서면 제주시 서쪽 끝과 동쪽 끝이 한 눈에 다 들어옵니다. 흐린 날에는 제주시와 바다, 또 그 바다와 하늘이 경계를 알 수 없음을 알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과학단지 안에도 가로등이 막 켜지고 있습니다. 제주시는 불빛들로 아롱집니다. "엄마, 힘들기는 해도 이 맛 때문에 여기 온 거지." 라고 말은 하지만 작은 아이는 지쳤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빨리 가자고 재촉합니다. 오르막은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내려가는 것은 눈 깜짝할 사이 쌩쌩입니다. 우리는 왔던 능선길-가로등이 하나도 없고 양 옆으로 방풍림이 하늘 높이 크거나 소나무 밭으로 이어져 있어 충분히 무섭습니다.-로 내려 가느냐, 제주대학 진입로를 나가 가로등이 환한 5.16도로로 가느냐 결정합니다. 겁보인 작은 아이가 그냥 가보자고 합니다. 능선으로 들어서자 길 바닥이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겁이 나는지 노래 부르자고 합니다. 그것도 '최진사댁 셋째 딸', 우리는 큰 소리로 자전거를 탄 채로 신나게 노래 부르며 능선길 10분 이상을 아무 감각없이 그리고 이상없이 내려왔습니다. 금산공원 입구에 다다르자 아이는 환호합니다. "엄마, 우리 어둠에 대한 공포에서 극복했다. 우와 대단하다." 그러면서 스스로 감격합니다. 내려오다 요즘 한 참 공사 막바지인 한일 베라체를 알려주니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합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한라산을 가려 매일 욕했는데 이렇게 반가울 때도 다 있다며 집에 다 왔다는 신호로 자기가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내게 나중에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묻습니다.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작고 허름한 집, 공장에서 나는 것이 아니면 그 어떤 거라도 좋으니까 땅에서 나는 그 모든 것을 먹으며 살 수 있는 집, 쌀만 사 먹으면 되니까 쌀을 바꿀 수 있는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집이라고 말해 줍니다. 내년 여름 방학에는 우리 둘이서 자전거로 도일주하기로 약속합니다. 보케팔루스가 내게 오고 나서 새로운 삶의 내용들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저녁 식사를 간단히 하고 한 차시 수업을 마칩니다. 지치지만 어제도 쉬었는데 오늘은 쉬지 않기로 합니다. 이 12월은 거의 매일 뛰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입니다. 운동화를 신고 나서기만 하면 됩니다. 그때부터는 그냥 저절로 모든 것이 다 풀립니다. 밤 8시 40분부터 110분 연북로(집-KCTV-집) 뛰었습니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미안합니다. 다음에 더 짧게 쓰겠습니다.
첫댓글 이진희 모니카자매님의 훈련기록은 앞으로 마라톤에 첨 입문하는 형제자매님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이전에는 앞의 글만 올라있어서 읽었는데 감귤마라톤이후의 글을 또 찾아 읽었습니다. 참 글을 맛깔스럽게 쓰십니다. 정말 좋을 글입니다.특히 자전거를 통한 이철 마르코와 더욱 가까워진 모습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나날이 보기 좋게 달라져 가는 이진희모니카는 제주가마동 명품입니다.
모니카는 고마운 흙입니다.
흙아,고맙다.
모니카님 고맙습니다.
너무 좋아보입니다.
보케팔루스(명마)를 운전하며 제주의 아름다운곳을 돌아다니거나
보케팔루스를 집에두고 사라봉 일대를 달리며 즐기는 것 그자체가 매니아가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첨언한다면 한달에 한번 적지 말구 좀 나누어 적는다면 보는사람도
더 가볍게 읽을 수 있구, 모니카도 적기 편할텐데 생각했습니다.
요셉형님의 훈련일지와 함께 공동저자로 하여 가마동의 훈련복음서가 탄생할 날이 멀지 않았네요
자신의 일생에 대해 알 수 없었던 외롭고 지친 똥묘, 양지 바른 우리 집 화단 목련 나무 아래 묻습니다.
똥묘야 이제 편히 쉬렴. 더 잘 돌 봐 주지 못해 미안하다. 안녕.
요셉수의사를 부르실걸 지나쳤군요.
철학선생님 쯔쯔가무시병도 안타까운 사연입니다.테라마이신 항생제를 맞으면 치료는 잘 됩니다.
황사가 심한 날은 쉬는게 좋습니다.집안에서 바닥에 타올을 깔고 제자리 뛰기도 30분쯤하면 땀이 솟습니다.
제자리 뛰기는 발바닥을 세우는데 꼭 타올이나 쿠션을 깔아야합니다.
우째 연필만 잡으면 글이 요로코롬 줄 줄 나옵니까?
참 좋은 펜을 갖고 다시니는것 같아 부럽습니다.
제주가마동 감동 물결 일렁입니다.
넘 좋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