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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충북교육발전소는 2017년을 조직 비젼과 미션 수립의 해로 정했습니다. 회원 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회원님들 한 분 한 분의 귀한 의견을 듣고 단체의 갈 길을 모색하고자 시작한 기획입니다. 이 기획을 통해 충북교육발전소는 회원님들과 소통의 끈을 더욱 견고히 하고, 회원들의 이야기로 더욱 풍성하고 풍요로운 한 해를 만들고자 합니다. |
학교 변화의 큰 힘 ‘한영욱’ 회원
단체에 중요한 일이 생길 때면 생각나는 몇몇 분들이 있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많은 분들을 만나 의견을 구할 여유가 없을 때 그래도 이 분만은 꼭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분들이다. 한영욱 선생님은 사무국에게 그런 분이다. 발 딛고 있는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하고, 말과 행동에 과함이 없으나 마음 속에 품은 열정이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교사 개인의 일로 끝나지 않고 학교 전체에 제도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한 발 앞서 준비하고 애쓰는 분. 한영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학교의 변화는 역동적이고 감동적이다. 내용도 알차다. 학교가 이렇게만 바뀐다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싶은 생각이 든다.
# 충북교육발전소는 어떻게 아시게 되었나요?
저는 실은 발전소 초기 멤버에요. 2011년이던가? 학교생활이 녹녹치 않아서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 몇몇 분이 모여서 ‘교육정책’에 대한 공부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오셨어요. 그래서 매주 목요일에 함께 책도 읽고, 학교 상황도 나누면서 공부모임을 하고 있었죠. 그 시기가 경기도에 혁신학교를 시작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례를 찾아보거나 방문을 하기도 했었어요. 타 지역의 사례를 보니 이제 우리 지역에서도 교육적 지형이 바뀔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좀 들었어요.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 자연스럽게 충북교육발전소가 출발을 했는데 참 반가웠어요. 자연스럽게 함께 공부하던 모임이 발전소의 교육정책모임이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 교사로서 제일 기억에 남거나 보람 있었던 일은?
요즈음은 저희 학교 학생 자치회의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요. 민주주의라는 건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거잖아요. 혁신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실천은 두 가지 축인 것 같아요. 교사들의 협의문화를 활성화 시키는 일, 그래서 끊임없이 협의하고 결정하고 성찰하구요, 또 하나는 학생 자치를 활성화 시키는 일이예요. 학생들은 선생님들보다 빨라요. 학생자치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었죠. 학교에서는 학생 자치회를 잘 지원할 수 있는 한 분 선생님에게 업무를 드리고 이 선생님께 담임교사 업무를 뺐어요. 이 과정이 어려웠어요. 젊고 역량 있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담임을 뺀다는 건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도 학생자치가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이 분에게 학생자치 업무를 온전히 드렸죠.
한 2년만에 학생자치회가 상당히 발전해가고 있어요. 오늘도 방학 전에 총평가회 한다고 학생들끼리 모였어요. 실장, 부실장이 함께 하는 것이 대의원이고 부서장들 모임이 집행부인데 오늘이 집행부 대의원회가 모여 평가회가 있었어요. 선생님들이 학생자치회 활동에 대해 “시간 많이 뺐기지 않니?”라고 질문하면 “이런 일을 하려면 개인의 시간 투자가 필요한데 수업시간에 한 공부도 공부지만 이렇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디 가서 이런 기획을 해 보겠어요.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대답을 해요. 외부 손님들이 오셔서 자치회 회장단들과 대화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옆에서 아이들이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 학생 자치회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11월 경에 학생 자치회 선거가 있어요. 회장 부회장이 뽑히고 나면 방학 전까지 집행부를 구성하고 12월 중에 연간 사업 계획을 짜요. 연간 사업 계획 실천률이 80퍼센트 정도 된다고 해요. 연간 사업의 예를 들면 3월에 신입생이 들어오면 ‘학교 안내’를 자치회가 해요. 각 실마다 집행부를 배치하고 역할도 나눠서 신입생들을 인솔하면서 학교를 안내하죠. 도서실, 음악실 등을 돌면서 설명도 해주니까 신입생들이 어디에 뭐가 있는지 헷갈려하지 않더라구요. 이런 일들부터 시작해서 집행부서에 총무부가 있는데 각 부서별로 필요한 예산을 총무부에 올리면 총무부가 정리해서 선생님에게 제출해요. 그러면 선생님이 그대로 품의 해줘요. 물건을 사는 것도 해당 부서와 총무부가 가서 사요. 예산 집행도 400만원 정도 본인들이 직접 집행하는 경험을 하죠.
매월 버스킹도 해요. 4월에는 세월호를 주제로 기획했는데 차분히 시낭송도 하고, 추모 노래도 부르고, 추모곡도 듣고 했죠.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니까 ‘통일퀴즈 한마당’ 형식으로 진행해요. 노래도 부르고 골든벨처럼 운영하는데 학생들이 다 만들어요. 518은 기념 영화제도 하구요.
학급자치회를 살리는 것도 중요한데 대의원 회의에서 학급 자치회의에서 뭘 정할지 이런 것도 의논해요. 대의원 회의에서 한 번 하고 가니까 학급 자치회의도 더 잘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좋아요. 자치회 담당 선생님에게 늘 감사하죠.
# 혁신 학교는 조직 운영도 혁신적으로!
이번에 우리학교의 조직개편이 있었는데요, 저는 학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부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은 투입을 기준으로 부서 이름을 정했다면 이제는 산출의 결과를 가지고 부서를 정해보자는 거죠. 그 예가 민주시민교육부예요. 교육과정 운영부도 새로 생겼어요. 환경봉사부의 경우 지역사회교육부로 바뀌는 등 체제 변화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조직의 형태에도 반영이 되어야 겠죠. 학교 조직도 필요와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어야죠.
# 학교 수업으로 만들어가는 민주시민교육
민주시민 교육의 핵심은 자치활동, 그리고 수업이예요. 대화, 협력, 경청, 표현이 중요하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 이걸 매 수업시간에 하는 거죠. 이게 중요한 민주시민교육이 아닌가 생각해요. 교과내용의 조직도 중요해요. 예를 들면 저는 ‘시’ 의 화자를 공부할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가지고 수업했어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화자는 누굴까, 화자는 어떤 상황일까 생각하게 했죠. 교과내용 조직해서 대화하고 협력하는 수업을 하는 게 민주시민 교육이지 특별한 형태의 강의로 진행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인성교육도 민주시민교육 자체에 들어가 있다고 봐요. 인성교육을 특강형태의 교육으로 추진하는 건 일회성이고 한계를 가져요.
작년에 제가 진로 담당이었는데, 두 가지를 진행했어요. 하나는 지역사회진로프로젝트였고 하나는 우리시대 노동문제였어요. 마음과 뜻이 맞는 아이들 4명이 한 팀이 되어 우리 지역사회와 관련된 주제를 잡아서 그걸 쭉 연구해보는 프로젝트인데 12차시 정도 돼요. 예를 들면, 어느 모둠은 우리 학교주변의 프랜차이즈를 조사했어요. 학교 주변에는 치킨집이 많아요. 근데 치킨집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 토론을 해도 답이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 그러니까 다음시간에는 아이들이 부동산을 다녀왔어요. 학교주변은 주차를 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고 상가가 발달하지 않아서 값이 싼 배달음식이 발달한 지역인 거예요. 그래서 뒷골목에 배달음식점이 발달한 거죠. 마지막 활동은 국어와 연계를 했는데 광고 만들기에서 이 모둠은 “동네상점을 이용해주세요” 라는 광고를 만들더라구요.
우리시대 노동문제 부분도 비슷해요. 우리시대 노동문제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고 제안해요. 아이들은 비정규직 문제, 남녀의 고용 차별, 알바 청소년의 현실 이런 주제를 잡아서 자료 찾고 관련된 영상을 보게 해요. <미생> 드라마나 <송곳>, <카트> 영화도 보고. 결과 정리해서 발표해요. 민주시민 교육이 교과 안에서 정착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 의견이 반영되어 세상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포인트
건의문 쓰기가 교과과정에 있었는데 그 내용을 교장선생님에게 전달했어요. 교복이 불편하다는 건의가 가장 많이 들어왔어요. 탈의실을 만들어달라, 급식소가 친절했으면 좋겠다 등등 많았죠. 근데 건의문을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해요. 시청에 부탁하는 건의문은 시청 홈페이지에 올려보거나 건의문을 통해서 교장 선생님의 답변을 들어보는 것도 하죠. 학생회장이 동아리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필요해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동아리실을 만들어 줬어요. 그 방은 동아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쓰도록 늘 개방해요. 부회장은 축제를 이틀 하게 해준다는 게 공약이었어요. 그것도 2학기에 실행될 예정이에요. 이런 게 민주시민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잘 수용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완벽하게 수용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도 하려고 노력은 하죠. 선한 의지가 통하는 것 같아요. 교장선생님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구요.
# 학교 변화를 실감했던 사례
전통놀이 행사 했었는데 방과후 강사분이 수곡중을 1지망으로 쓰고 싶은데 탈락될까봐 겁난다고 하더라구요. 예전엔 5,6지망이 왔는데 요즘엔 1지망이 많이 와요. 수곡중이 엄청 좋아져서가 아니라 가까워서 오는 것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가까워도 안 오던 학교였거든요. 작년에 졸업한 아이들에게 “학생자치 열심히 했는데, 뭐가 가장 아쉽니?” 물어보니 “저는 우리 학교가 너무 좋다는 걸 초등학교에 가서 말하고 싶었는데 전 교장선생님이 학생 구걸하는 것 같다고 하셔서 못간 게 아쉽다”고 했어요. 뭉클했어요. 선호도 같은 건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문화
아이들과 생활협약을 정하면서 선생님이 뭘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인사를 잘 받아줬으면 좋겠고,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래서 저희가 정한 약속 중에 하나가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 하겠습니다’가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랬죠. “그러니까 너희는 교복을 잘 입고 다니렴.” 하하하. 명찰이 있어야 이름을 부르잖아요. 반갑게 인사하고 이름 불러주고 하는 등 노력들을 많이 해요.
# 수곡중은 혁신중학교인데, 상벌점제도를 적용하고 있으신가요?
상벌점제는 우리학교가 갖고 있는 큰 딜레마 중 하나예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통제’를 생각하시는 선생님이 계세요. 상벌점제를 폐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저는 혁신학교의 완성은 상벌점제가 없어져도 스스로 안정된 생활의 약속들이 생기는 거라고 봐요. 상벌점제를 통하지 않더라도 삶의 규칙들이 생기는 거죠.
이번에 3학년들의 이성교제 문제가 대두되어 학부모, 선생님, 학생들이 모여서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어요. 근데 이럴 경우 상벌점제는 간단하죠. 벌점주면 되니까요. 아직도 “벌점주세요” 하고 요청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20~30년 동안 해왔던 방법이니까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을 거라고도 생각해요. 상벌점제의 출발은 약자를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완전히 약자가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없어질 때가 아니라는 생각도 해요. 그러나 자연스럽게 없어지리라 생각해요. 벌점제가 없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없어지겠죠. 다만 바램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노력하도록 교육청도 도움을 주면 좋겠어요.
# 행복씨앗중학교 졸업한 학생들이 일반고등학교에서의 적응은?
아이들이 졸업하고 가장 많이 가는 일반계가 충북고와 산남고예요. 충북고에서도 행복씨앗학교에 관심이 좀 있어요. 학교협동조합도 하고 협력 수업을 해보려는 시도도 하거든요. 지금 고등학교에서는 수시입학 전형에서 생기부 기록이 중요하잖아요? 일제식 수업만 가지고는 생기부에 아무것도 기록할 게 없을 것 같아요. 아이들의 활동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수업을 해야 기록이 가능하죠. 실은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마음이 매우 조급할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수시 말고 정시만 준비하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수시전형이 정시보다 비율이 더 높아서 70~80%를 차지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고등학교가 변하려면 빨리 변할 수 있어요.
우리 학교 애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다른 학교 애들보다 동아리에서 더 중요한 역할들도 하고 수업에서도 좀 달라, 이런 얘기를 듣는다고는 하는데 심도 깊게 확인해 본 건 아니에요. 바람이 있다면 고등학교는 수업이 혁신되어 있지 않지만, 동아리 활동의 경우는 입시에 바로 연결이 돼서 엄청 활발하게 하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 고등학교에서도 혁신학교의 흐름이 이어질까요?
고등학교의 요구와 중학교에서 필요한 게 좀 다른 것 같아요. 중학교에서는 돌봄, 예술적 감성, 학교 안에서 자기 가치를 발견하는 일, 수업을 의미있게 해서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일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고등학교는 당장 입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제가 얼마 전에 어느 일반 고등학교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고등학교 선생님들에게는 ‘그래 중학교니까 그렇지’ 이렇게 들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그런데 정말 본질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이걸 왜 하는가, 왜 배우는가. 행복씨앗학교가 초중고 각 단계에서 배워야 할 본질을 가장 잘 배우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라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 교양, 탐구심, 사고력, 글쓰기 능력, 이런 것들이 신장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마 변해갈 것 같아요. 전국에 혁신학교가 10퍼센트가 넘었어요. 어떤 그룹이 10퍼센트가 넘으면 이 물결이 지속된다고 해요. 주저앉지는 않을 거예요. 시대의 흐름이죠.
# 학교복지와 평등교육
학교에 기초수급자와 한부모 가정이 17% 정도예요. 복지사님이 챙겨야할 학생들이 3학급 정도 되죠. 매우 많아요. 학교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요. 예를 들면, 이번에 윤동주 시 공부 후에 윤동주 문학관과 연세대를 가봤어요. 교육복지 대상 학생들과 함께 했죠. 기획한 선생님이 ‘형편이 좋은 학생들은 그런 곳에 부모랑 같이 다닐 수 있는데, 교육복지 대상 학생들은 아니지 않느냐’ 그러셨어요. 이런 게 철학 같아요. 교육을 통해 평등을 실현하는 게 공교육의 중요한 목표라는 걸 선생님들이 공유하고 계세요. 명료한 문구로 정리해서 벽에 써놓지 않았어도 그런 동의가 있는 거죠. 물론 다녀오고 나서 많이 힘들어 하셨죠. 하하하! 윤동주 문학관은 실은 재미가 없거든요. 아이들이 문화적인 향유 능력이 다소 약하다 보니 조금 더 재미있어야 하는데... 가기 전에도 걱정하긴 했어요. 그래도 오고가면서 친구들과 수다 떨고 밥 먹고 하는 게 즐거운 거죠.
# 바람이 있다면?
학교 시설이 열악해요. 1997년에 개교해서 20년쯤 됐거든요. 열악한 시설과 구조를 개선했으면 좋겠어요. 학교 공간에 대한 시설 투자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시청각실도 변변치 않아요. 그러다 보니 복지가 약하죠. 지금 이 공간(교사 휴게실)도 작년에 처음 만들었어요. 학생 동아리실과 자치실 만들어 준 것 외에는 굉장히 열악해요.
# 어릴 적 꿈
아빠가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어릴 적 꿈은 암을 고치는 의사였어요. 그런데 과학은 좋아했지만 수학에 재주가 없어서 문과에 갔어요. 집안형편도 어렵고 하니까 사범대 가서 선생님이 되면 동생들을 도와주고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정했죠. 시 공부할 때 너무 행복했어요. 그래서 시 공부하면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시인이었어요. 그러니까 시를 좋아하도록 가르쳤던 거 같아요.
# 우리교육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경쟁, 서열화예요. 학교 안에서는 경쟁과 서열화의 핵심이 시험이잖아요. 전 요즘 시험에 대해 회의적이예요. 1학년 자율학기제를 보면 학년말까지 수업이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아요. 근데 2, 3학년은 11월 말이나 12월 초 시험이 끝나고 나면 교실이 난장판이 돼요. 시험이라는 건 그동안 배워왔던 모든 배움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은 시험 때문에 공부했었구나’ 생각하게 만들어요. 근데 자유학기를 경험해 본 선생님들은 모두 그 말씀을 하세요. 12월 말까지 수업이 온전하게 돼요. 온전하게 배우고 아무런 흐트러짐이 없는 거예요. 어떤 선생님들은 공부한 게 없어서 2학년 때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이렇게 얘기해요. ‘공부는 무엇을 알려고 하는 것이다’라는 관점이 전환이 안 된 거죠. 저는 ‘공부는 무엇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라고 생각해요. 2학기 시험 횟수를 줄여보자는 제안에 “아이들이 알아야할 것을 모르고 있고, 고등학교 가면 큰일난다”는 말씀 하시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시험이 아닌 형태로 잘 배울 수 있게 하는 게 고민이예요. 어른이 돼서 배우면 시험 없이도 잘 배우잖아요.
# 발전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해야 하는 영역? 목표? 비전은?
네트워킹이예요. 교육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외부 단체, 시민, 집단을 연계시켜주는 거죠. 외적, 교육적 환경들을 구축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해요. 2가지인데, 하나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중요한 교육정책에 대한 제안, 현재 진행되는 교육 정책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판단, 그런 것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또 하나는 학교와 연대하면서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끌어안는 노력이 필요해요. 아이들은 학교 밖을 나가면 또 다른 공간에 던져지게 되잖아요. 가정에 들어가기까지는 아이들이 또 다른 외부 세상에 노출이 되는데 그런 것까지 잘 신경을 쓰는 부모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하지 못하는 교육적 배려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여요.
학생이 한 건의 중에 특별한 것이 있었는데요, 수곡동에 청소년들이 머무르는 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학원 말고는 있을 만한 곳이 없고 놀이터에 가서 놀면 어른들이 이상하게 보고, 모여서 같이 이야기하고 취미 생활하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런 학교 밖 환경들을 함께 구축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역아동센터가 수곡동은 좀 많은 편인데 학교가 그곳의 아이들과 연계도 하고 그래요. 그런 노력들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어요. 행복교육지구가 추구하는 그런 환경인 것 같아요.
#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대한 의견
좀 고민스럽고 걱정이 돼요. 올해 지정할 때 3개 지역 정도는 지정해도 괜찮겠다 싶은 곳이 있었어요. 그런데 신청한 곳을 모두 지정했더라구요. 중요한 사업이고 잘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상한 모델링이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기반이 잘 다져지고 주체가 잘 형성된 곳에 예산도 주고, 좋은 결과를 만든 다음에 확장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청주는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고 만들어가고 있어요. 저희는 이번에 지역 연계 교육과정 신청을 했어요.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지역사회와 교육과정을 잘 연계해서 학생들이 마을로 자기 삶을 확장해서 내 삶의 문제로 교육활동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고 싶어요. 그런데 그런저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되죠.
인터뷰라는 제한된 형식과 시간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건 늘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학교, 교육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서 한영욱 선생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을 채울 다음 시간을 기약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행복씨앗학교인 수곡중학교에서 아이들과 학교에 행복의 씨앗을 뿌리고 계시는 한영욱 선생님과 함께 하시는 모든 선생님들이 지금 머무는 그 자리에서 더 행복하시길 바라는 마음 가득이다. 단아한 모습으로 조목조목 인터뷰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신 한영욱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2017. 8. 4
녹취록 정리 : 박소연
인터뷰 정리 : 이현숙,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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