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만세운동기념 전국청소년백일장 중등부 산문 수상작
<최우수상> 작품
일
이혜나 (목포중앙여자중학교 2)
원래 일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위해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이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만을 일이라고 생각해오다가 요즘 들어 일의 의미가 확산 되었다. 사람들은 일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기도 하고 일을 함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써의 소속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렇게 일은 사람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다.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본분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일 것이고 학생들은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지 못한다거나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청년실업자가 생긴 것이다.
청년실업에는 위와 같이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잘 하는지를 몰라서 헤매는 사람이 있고 하고 싶지만 경쟁자가 많아서 하고 싶은 직종에서 사람을 뽑지 않아서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 심각해진 청년실업에는 여러 원인들이 있다. 우선 첫째, 기계화된 공장들이 증가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직접 일일이 수공업으로 하던 일이 기계 도입으로 시간도 적게 들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대부분의 공장들은 굳이 사람들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기업들 면접을 보거나 사람을 뽑을 때 꼭 빠뜨리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학력이다. 우리나라가 어느 순간부터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가 자리 잡게 되었다. 대학을 어디 나왔는지라는 질문은 꼭 받게 된다. 그 사람이 대학을 졸업했는지, 만약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면 ‘에이 이 사람은 별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그 사람을 색안경을 낀 채 바라보게 된다. 기업들은 높은 학력만을 요구하지 말고 정말 그 사람의 실력과 일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 세 번째는 꿈이 없는 사람들. 꿈이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목표가 있으니 어느 정도 노력은 할 것이다. 하지만 꿈이 없는 사람들은 마치 항로 없이 망망대해에 떠있는 배와 같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좀더 구체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터넷 직업 관련 사이트를 활용하여 하루빨리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하고 싶은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청년실업을 극복하려면 기업들과 사회도 물론 변화해야겠지만. 우선 자기 자신부터 변화해야한다고 난 생각한다. 항상 자신의 목표인 꿈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고 노력하면 꼭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젊은 나이에 포기하기엔 당신의 젊음과 인생이 아깝다. 절대 희망을 잃지 말고 도전하길 바란다.
<우수상> 작품
일
조영채 (목포하당중학교3)
남자는 오늘도 늦게 일어납니다. 알람시계는 시끄럽게 울려대던 모습을 잃고 저만치 방구석에 굴러가 있습니다. 벽시계는 12시 14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붕붕 뜬 머리를 가라앉히고는 손을 티셔츠 안으로 넣어 배를 긁으며 방문을 열고 나갑니다. 세수를 하고 가지런히 빗은 머리를 보니 이제야 사람 같습니다.
남자가 때늦은 아침 식사를 할 동안 나는 소파 팔걸이에 앉아 기지개를 핍니다. TV를 켜놓지 않으면 사람 사는 집 같지 않다며 남자는 항상 TV를 켜 놉니다. 전기세 많이 나간다고 날 일찍 재우려는 못된 심보가 저 TV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니, 나는 TV를 노려봅니다. 그 안의 사람들은 내 시선이 느껴지지도 않는지 왁자지껄 떠들며 웃고 있습니다.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질 무렵 남자가 설거지를 끝내고 물기 흥건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재빨리 머리를 흔들어 물기를 털어냅니다. 머리에 물 묻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은데 남자는 내 마음을 모르는 지 매일 그럽니다. 눈치도 참 없습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립니다. 남자가 문을 엽니다. 어떤 아줌마 한 분이 서 있는데 양 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말이죠. 아, 기억이 나려합니다. 남자는 날 바보라고 놀려대며 낄낄거렸지만 난 제법 똑똑합니다. 남자는 아줌마의 짐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남자의 엄마입니다. 예전에 왔던 것 같은데 오늘도 왔습니다. 반갑지 않은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올 때마다 잔소리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끔, 정말 가끔 날 귀여워해 주기도 합니다. 먹을 것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늦게야 챙겨주는 게 좀 흥이긴 하지만요. 남자가 여름에 파리채로 모기 잡듯 남자의 엄마는 남자의 마른 등판을 찰싹, 때립니다. 불만에 오그라드는 오징어처럼 남자는 비틀거립니다. 제 나름대로 아픔을 호소하는 것 같습니다. 아줌마의 입에서 ‘백수’ 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무슨 뜻일까요? 제가 듣기엔 별로 좋은 뜻은 아닐 것 같은 단어입니다. 아줌마는 한숨을 내쉬더니 무서운 눈빛으로 신신당부를 하고는 밖으로 나갑니다. 완전히 가신 것 같습니다. 남자는 아까보다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먹을 것을 챙겨줍니다. 남자의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벌려 먹습니다.
오늘은 신이 난 것 같습니다. 옷장에서 옷을 여러 벌 꺼내어 몸에 대보더니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았는지 재빠르게 입습니다. 나는 고개를 올립니다. 볼품없는 몸을 보고 싶진 않습니다. 친구와 통화하던 것 같더니 어느새 신발장 앞입니다. 모처럼 일찍 일어난 이유가 외출때문인가 봅니다. 중요한 날 아니면 안 쓰던 향수도 뿌리고 머리도 세우고 한껏 멋을 부립니다. 남자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앉아 있습니다. 남자는 날 내려다보며 미소 짓다가 내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오늘은 물기가 없는 손입니다.
“나비야, 오빠 취직했다. 집 잘 지키고 있어”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이 오늘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남자가 누워 있던 침대로 폴짝, 뛰어 올라가 눕습니다. 이젠 내가 꿈꿀 시간입니다.
<우수상> 작품
꽃
최지혜 (목포여자중학교 1)
우리집은 꽃집을 한다. 봉숭아꽃, 할미꽃, 프리지아꽃, 장미꽃등 여러 가지 꽃을 판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백꽃도 많이 판다. 나는 중학생이다. 항상 학교를 마치면 학원을 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집 화원먼저 들른다. 꽃집은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있어 따스한 햇볕과 꽃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안 좋아도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화원을 둘러보는데 동백꽃이 눈에 띈다. 동백꽃이 시들거린다. 가까이 가서보니 겉흙도 촉촉하고 잎들도 벌레 먹은 것도 아닌데 축 처져 있다. TV를 보아도 동생과 놀아도 계속 그 동백꽃만 생각난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어도 물을 잘 주어도 계속 축 쳐진다. 결국 죽어버리고 말았다.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었다. 이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그 일도 내 기억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 해 겨울 외할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셨다. 외할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동백꽃을 가지고 입원실 창가에 두었다. 외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여기에 둔 동백꽃이 추운겨울을 다른 꽃들보다 잘 이겨내고 그 겨울에도 꽃을 피우잖아요. 그런 것처럼 할아버지도 빨리 낳고 퇴원하세요.”
“아이고, 우리 지혜를 봐서라도 빨리 낳아야 것네! 시방 빨리들 가봐! 내일 학교 가잖어.”
우리가족은 외할아버지께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1월 14일 외할아버지께서 퇴원하셨다. 퇴원하던 날 약간의 후유증 증상을 보이셨지만 별로 특별한 증상은 아니어서 약국에 약을 사다 드시게 하였다. 물론 동백꽃은 할아버지께서 내가 선물로 준 것이라고 외할아버지 집으로 가져 가셨다. 며칠 뒤 우리 가족은 외할아버지 집을 찾아갔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퇴원을 기념으로 파티를 하였다.
파티를 하는 도중 갑자기 동백꽃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져서 동백꽃을 보러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동백꽃은 잘 크고 있었다.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갔다. 그 후로도 계속 평범한 일상은 계속 진행되었다.
4월초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겨울에 당했던 자동차사고 후유증 때문에 돌아가신 것이었다. 우리 가족과 이모네, 그리고 외삼촌네가 장례를 치루는 동안 울고 또 울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우리들은 3일 동안 울고 외할아버지 집에 가보았다. 약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었고 한약도 그 속 에 들어 있었다. 동백꽃은 보았다. 시들시들 거렸다. 갑자기 내 기억 속에서 작년에 죽었던 그 동백꽃이 생각났다. 며칠이 지나자 그 동백꽃도 죽어버리고 말았다. 저녁시간 나는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다. 발길 닫는 대로 가보니 우리꽃집이 바로 앞이었다. 비상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다. 향긋한 꽃내음과 함께 달빛이 새어 들어 왔다. 다른 동백꽃들을 보았다.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