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의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람의 사랑을 받아낼 수 없다면 그것은 얼마나 커다란 아픔일까요?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것이 나만의 사랑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요?
그러나 진정으로 한 사람을 가슴 깊이 사랑하는 사람은 쉬이 포기할 줄을 모릅니다.
그 사람이 나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지레 짐작으로 절망하기에 앞서, 그 사람의 사랑을 받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보세요.
언젠가 그 사람도 나의 진심을 알아줄테니까요.
여기, 모두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며 포기하라 했지만 상대방을 감동시킬 숱한 방법을 생각한 끝에 결국엔 그 사랑을 이루어낸 한 사람이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그에게도 사랑은 쉽게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1866년 어느 겨울밤, 그는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자신의 글을 수정하고 작성하는 속기사 안나를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고민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그녀가 자신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그녀가 이제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았기에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자신의 사랑을 그녀가 받아줄 것인가.
도무지 그녀의 사랑을 얻어낼 방법이 없었던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어느 날 좋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역작인 소설 「죄와 벌」을 집필하고 있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출근한 그녀에게 직접 따스한 차 한 잔을 끓여 주며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소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가난하고 늙어 몸이 불편했던 화가가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스토리를 오랜 시간 동안 풍부한 감정을 곁들여 풀어냈습니다.
그녀도 그런 화가의 사랑에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안나, 만일 당신이 그 여자라면 이 가난하고 늙은 화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들 수 있을까?"
충분히 소설 줄거리에 감동받고 있었던 안나는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사랑 앞에서 가난과 나이 따위는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답니다. 그에겐 그것들 대신에 진실한 사랑이라는 보석이 있으니까요. 그를 사랑하게 된 그녀는 어쩌면 가장 큰 행운을 가진 여인일 거예요.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났으니까요."
도스토예프스키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안나, 나 역시 같은 생각이오. 그런데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소. 만일, 만일에 말이오. 내가 그 화가이고 안나가 그 여인이라면 당신은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 있겠소?"
안나는 그제야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지금 저에게 이 말을 더 해주실 수 없나요? '사랑합니다. 당신을 평생토록 사랑하겠습니다'라는 말을요."
멋진 프러포즈 덕분에 불가능할 것 같았던 사랑을 이루어 낸 도스토에프스키, 그는 이듬해인 1867년,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를 신부로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박성철 -「그리운 사람에게 주는 사랑의 말」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