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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전남일보 신문문예 당선 동화 |
조단의 검정색 크레파스
박시원
"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니가 내 크레파스 부러뜨렸지! 내 검정색 크레파스 내놔!"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 그리고 넌 어차피 흑인아빠도 안계신데 검정 크레파스는 어따 쓰게? 흥!" 그림=한희원
조단은 아침마다 머리 빗는 일이 제일 싫습니다. 시커먼 피부색은 그렇다 치고, 거울 속 자신의 억센 곱슬머리를 보고 있자니 꼭 구불거리는 짜파게티 면발 같습니다. 이럴 때 마다 다른 여느 아이들의 찰랑거리고 부드러운 생머리가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아침 일찍 식당일을 나가시는 엄마를 대신해서 할머니께서 부지런히 아침상을 차려 들어오십니다. 요즘 들어 부쩍 거울 보는 시간이 많아진 조단을 향해 할머니께서 빙그레 웃어 보이십니다.
"우리 조단, 누구한테 잘 보일 라고 아침부터 꽃단장을 하누?"
"에이, 할무니두 참. 그냥 머리 빚는 중이잖아요."
"허허, 하도 오래 보고 앉았으니 말이제. 고 녀석…"
앞니가 두 개나 빠진 뒤로 부쩍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조단이 할머니 눈에는 그저 귀엽게만 보이나 봅니다.
"얼른, 밥 먹고 챙겨서 학교 가야제."
조단은 마음이 바쁩니다. 아침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책가방을 메고 뛰기 시작합니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탓에 다행히 지각은 면했습니다.
"블랙 조, 오늘도 지각이야? 너는 달리기가 취미냐. 매일 뛰어오게?"
웅이는 조단을 놀리는 게 취미인 녀석입니다. 조단은 웅이의 말을 못들은 척하고 자리로 가 앉았습니다. 오늘부터 새로 짝꿍이 된 들레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금세 기분이 좋아진 조단이 따라 웃습니다.
"오늘도 늦었네?"
"으응, 또 늦잠을 잤지 뭐야…"
조단은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어 보입니다. 빠진 두 앞니 사이로 조단의 목젖이 보입니다. 웃음을 참으려던 들레가 그 모습에 그만, 피식 웃고 맙니다. 조단도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자, 여러분. 주말 즐겁게 잘 보냈어요?"
"네!"
"좋아요. 오늘은 여러분께 전달사항이 있어요.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도내 경진대회가 열려요. 내일까지 사생대회, 영어말하기 대회, 웅변대회, 백일장 이렇게 네 분야로 나눠서 학교 내에서 대표를 뽑을 예정 이예요. 좋아하고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으면 언제든 선생님에게로 와서 신청해요. 그럼 학교에서 예선을 거쳐서 대회에 출전할 친구들을 가려 뽑을 거예요. 알았지요?"
담임선생님이 나가시고 반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이번 교내 대표자 선출을 두고 수런대기 시작합니다. 같은 반 친구인 철이가 웅이에게 다가가 묻습니다.
"웅아, 너는 영어학원도 두 군데나 다니니깐,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갈 거지?"
"응. 당연하지. 이번에 교내대회에서 꼭 대표가 될 거야."
동네에서 가장 큰 슈퍼를 하는 웅이는 집안 형편이 넉넉해서 영어 학원 말고도 학원을 세 군데나 더 다닙니다. 언젠가 조단은 그런 웅이가 부러워 엄마께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크레파스 살 돈도 넉넉하지 않는 조단은 형편이 풀리면 학원에 보내주신다는 엄마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조단의 바로 뒷줄에 앉은 철이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말합니다.
"아, 맞다! 조단도 영어 잘 하지 않나?"
"뭐?"
웅이를 둘러싼 친구들의 눈이 일제히 조단을 향합니다. 웅이는 질투심에 매서운 독수리눈이 되어 조단을 째려봅니다.
"맞아, 우리 엄마가 조단 아빠는 미국인이랬어. 그래서 조단도 영어를 잘할게 분명해."
"맞아. 나도 언젠가 조단이 영어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들었어. 영어는 웅이 보단 조단이 더 잘하지."
친구들이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조단은 아이들의 칭찬이 부끄러워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 아냐. 나는 영어말하기 대회엔 관심 없어."
"뭐? 그럼 넌 뭘 신청할건데?"
철이가 궁금하다는 듯 캐묻습니다.
"나는 사생대회에 나갈 거야."
조단이 잔뜩 주눅이 든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 그래. 하긴 넌 그림도 잘 그리니깐…"
철이의 한 마디에 조단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됩니다. 이번에는 꼭 교내 대표로 사생대회에 나가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학교 대표로 사생대회에 출전하게 된다면 엄마와 할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실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야, 블랙조. 너 정말 영어 말하기 대회는 안 나갈 거지?"
웅이가 조단의 뒤로 다가와 묻습니다.
"응, 안 나갈 거야."
"그래, 블랙조. 너는 그냥 그림이나 그려. 영어말하기 대회는 내가 나갈 테니깐."
조단은 7살 때 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조단의 아버지는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직업 군인 이었습니다. 엄마와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조단이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조단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썼기 때문에 영어도 곧 잘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무런 말도 없이 조단과 조단의 어머니를 한국에 남겨두고 미국으로 떠나 버린 뒤로는 조단은 영어를 다시는 쓰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곧 돌아 올 거라 말했지만, 밤마다 우시는 엄마를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우릴 두고 떠나버린 아빠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점심시간이 끝나고, 조단이 가장 좋아하는 미술시간이 되었습니다.
"자, 여러분. 오늘은 곧 있으면 다가 올 어버이날을 맞아 '나의 부모님'이란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겠어요. 오늘 그린 그림은 부모님께 선물할 거니깐 정성스럽게 그리도록 해요."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조단은 책상 서랍에서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꺼내었습니다. 스케치북에 그릴 면을 펼치고 크레파스를 여는 순간, 조단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습니다. 분명히 어제 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크레파스가 하나같이 부러져 있고 심지어 두 개나 있던 검정색 크레파스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조단을 유일하게 '블랙 조' 라고 부르는 웅이 밖에 없습니다. 조단은 이번만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조단이 일어나 웅이 자리로 가 웅이의 스케치북을 찢었습니다.
"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니가 내 크레파스 부러뜨렸지! 내 검정색 크레파스 내놔!"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 그리고 넌 어차피 흑인아빠도 안계신데 검정 크레파스는 어따 쓰게? 흥!"
"뭐야? 이자식이…"
조단이 웅이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려는 순간, 교탁에 앉아 계시던 선생님이 놀라서 뛰어와 조단과 웅이를 말렸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니, 대체! 조단, 너 갑자기 웅이에게 왜 이러는 거야?"
"이 녀석이, 내 크레파스를 못 쓰게 만들었어요!"
조단의 망가진 크레파스를 보신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웅아, 네가 조단의 크레파스를 못 쓰게 만들었니?"
"아, 아니에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웅이가 대답 하자 선생님은 조단을 자리로 데려가 앉히곤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둘 다 수업 끝나고 교무실 선생님 자리로 와요."
오늘은 꼭 웅이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고 다시는 블랙조라 부르지 못하게 혼쭐을 내주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달려와 말리는 바람에 조단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에잇, 저 자식. 얄미운 얼굴을 한 대라도 때려줄걸.'
조단은 화가 가라앉지 않았지만 평소에 좋아하던 짝꿍 들레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간신히 참았습니다. 마음씨 착한 들레가 책상 한가운데 자신의 크레파스를 펼쳐놓고 같이 쓰기로 했기 때문에 무사히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미술 수업이 끝나고, 웅이의 자리를 보니 녀석은 벌써 선생님께 먼저 갔나봅니다.
'쳇, 얄미운 자식. 그새 또 먼저 가서 선생님께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겠지?'
조단이 책가방을 챙겨서 교무실 앞에 다다르니 웅이가 무릎을 꿇고 벌을 서고 있었습니다. 웅이의 무릎 앞에는 책가방이 열려져 있고 옆에는 부러진 검정색 크레파스 조각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못된 녀석, 그것 참 고소하다…'
조단은 웅이를 모른 척 지나쳐 교무실 선생님 자리로 갔습니다. "응, 그래. 조단 왔니? 저기 말이지. 선생님이 방금 전에 웅이랑 얘기를 해보니, 웅이가 그런 짓이 더구나. 가방에서 조단의 검정색 크레파스를 찾았어. 선생님이 웅이 혼쭐을 내고 벌세웠어. 지금쯤이면 반성하고 있을 거야."
"네…"
"조단아, 웅이는 네가 부러웠데."
"네?"
"조단은 그림도 잘 그리고 영어 말하기도 잘 하고 또 반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잖니."
선생님의 말씀을 다 듣게 된 조단은 웅이의 진심을 알고 나니 마음 한편이 이상했습니다. 하나도 남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웅이 녀석이 자신을 부러워해서 한 짓임을 알게 되자 조단은 웅이가 조금 불쌍해 졌습니다. 수업 시간에 반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웅이를 몰아 세운 것이 맘에 걸렸습니다.
'저 녀석이 날 부러워하다니…'
조단은 교무실에서 나와 웅이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눈물범벅이 되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웅이에게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해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와야 했습니다. 오늘은 일주일에 두 번씩 할머니께서 폐지를 주우러 다니시는 날이기 때문에 조단의 마음도 바빴습니다. 지금쯤이면 할머니께서 동네를 돌며 폐지를 줍고 계실 것입니다.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를 위해 조단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버려진 박스와 공병을 할머니와 함께 주웠습니다.
할머니는 벌써 조단의 집으로 가는 골목 입구에까지 내려와 계십니다.
"할무니!"
"오야, 내 새끼 왔누. 뭐 하러 뛰어와. 천천히 조심해서 다니지. 응?"
"아후, 숨차….헉헉"
"조단아. 이제부턴 집에서 숙제도 하고 친구들이랑 나가서 놀기도 하고 그려. 괜히 할무니땜에 같이 다닐 필요 없어. 할무니 혼자서도 잘햐."
"숙제는 다녀와서 하면 되요. 친구들이랑 놀면 시시해. 할머니랑 다니는 게 좋아. 할무니, 오늘은 내가 앞에서 끌게."
"아이쿠, 내 새끼 벌써 다 컸네. 허허."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폐지를 주우니 날이 금방 저물었습니다. 물론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할머니가 걱정하실 것 같아 말하지 않았습니다. 동네를 한 바퀴 다 돌고 마지막으로 마을 입구에 있는 웅이네 슈퍼로 향했습니다. 조단은 오늘만은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웅이네 슈퍼는 우리 동네에서 빈 박스와 공병이 제일 많은 곳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 칠 수 없었습니다.
슈퍼 앞에 웅이네 엄마께서 나와 계셨습니다. 가까이 와서 보니 웅이가 엄마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조단은 웅이네 엄마께서 오늘 있었던 일을 야단치실까봐 마음이 콩닥콩닥 거렸습니다.
"아유, 조단할머니 오셨어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오늘 물건이 많이 들어와서 빈 박스랑 병 한데 모아놨어요. 할머니 무거우실 테지만 다 가져가세요."
조단은 할머니 뒤에 서서 멀뚱멀뚱 땅만 쳐다보고 섰습니다.
"아이쿠, 웅이 어멈이 신경 많이 써줬구먼. 고맙소."
"뭘요. 할머니. 저기…. 오늘 우리 웅이가 조단한테 못된 짓을 했다면서요? 죄송해요. 아직 웅이가 철이 없어서 그래요. 조단이 하도 착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하니깐 시샘이 나서 그랬나 봐요. 이 녀석! 얼른 나와서 사과 못해?"
웅이네 엄마께서 웅이의 귀를 잡고 할머니 앞으로 끌어냈습니다.
"아, 아…. 아파요. 엄마."
"얼른!"
"죄, 죄송해요…. 할머니. 제가 잘못했어요….웅아, 내가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할머니께서 무슨 일이냐는 듯 영문을 모르고 조단과 웅이를 번갈아 쳐다봅니다.
"조단아, 웅이가 형제도 없이 혼자 자라서 샘이 많아서 그래. 조단은 착하니깐 웅이 미워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지?"
웅이 엄마께서 조단에게 쌩긋 웃어 보이십니다. 안 그래도 낮에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웅이에게 화를 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조단이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네. 아주머니 걱정 하지 마세요!"
조단이 큰 소리로 대답하자 웅이의 표정이 한결 밝아 졌습니다. 어느새 웅이가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새 크레파스 한 다스를 건넵니다.
"저기. 이거…. 내가 오늘은 미안했어. 조단아…"
선뜻 건네받지 못하고 서있던 조단을 향해 할머니께서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집으로 돌아온 조단은 대청마루에 앉아 곧 있으면 돌아오실 엄마를 기다립니다. 조단이 오늘 미술 시간에 그린 그림을 펼쳐들고 보니 엄마의 옆자리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웅이에게 받은 새 검정색 크레파스로 엄마의 빈 옆자리에 조단도 그려 넣습니다. 조단은 아빠대신 엄마와 할머니를 꼭 지켜드려야겠다 다짐합니다.
오늘은 조단의 앞마당이 황금빛 박스와 색색깔 유리병들로 가득합니다. 밤하늘에 통통한 보름달이 조단의 앞마당을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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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
"방황 때 글쓰기로부터 위로받았죠"
삶에 대해 진지해졌던 무렵부터, 언제나 나의 살아있음에 대한 위로는 글쓰기였습니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마음으로 열병을 앓았던 때에, 방황하던 나를 가슴 뛰게 했던 것은 동화를 쓰는 일이었습니다. 새벽까지 동화를 쓰며 울고 웃던 날들. 동화를 쓸 때만큼은 무작정 행복했습니다. 나는 그때마다 아카시아 꽃으로 밥을 짓는 아름다운 동자승이 되었다가 엄마를 위해 사랑의 도시락을 나르는 새침 떼기 꼬마 숙녀도 되었다가, 곱슬머리에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랑스러운 '조단'도 되었습니다. 동화를 쓰며 부풀어 오르는 동심에 가슴 벅찬 날들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간절히 원하면 온 세계가 그 열망을 도와준다.'는 메모를 호주머니 속에 품고 다녔습니다. 더 치열하게 열망하지 못했던 나의 스물다섯 해를 자책하고 있던 때에 문득, 당선 전화를 받고 기쁨과 부끄러움이 뒤범벅되어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나의 정직한 아버지와 마음 벽이 나보다 몇 배는 더 얇은 우리 엄마, 두 분을 생각하면 무작정 눈물부터 나요. 앞으로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될게요.
혼자서도 잘 해내고 있는 든든한 언니, 시내. 큰 힘이 되는 후두둑 식구들. 나의 든든한 문우 세연아, 넌 충분히 멋진 녀석이야. 명진 우리 평생 함께 하자. 소중한 일곱 벗들과 오랜 친구 기영. 이름을 다 밝히진 못하지만 아름다운 내 사람들에게 더 향기로운 사람이 되어 옆을 지키겠습니다.
처음 동심의 알을 품게 해주신 윤삼현 교수님과 보고 싶은 곽재구 선생님. 존경하는 순천대학교 문예 창작학과 송수권 교수님, 김길수 교수님, 안광 교수님, 박청호 교수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서툴고 부족한 제 글에 동심의 날개를 달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전남일보사에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열 마디 감사의 말보다 진심을 담은 아름다운 동화로 보답하겠습니다.
△1985년 경남 통영 출생 △순천대 문창과 졸업 △순천대 문창과 대학원 휴학 중
심사평 |
"다문화 가족 현실 묘사 뛰어나"
윤기현 동화작가
동화의 대중화시대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국 각 지역에서 응모를 해주어서 중앙지와 차이가 없었으며 연령의 폭도 20대에서 50대까지 폭넓은 관심을 보였다.
이제까지의 동화가 어린이들의 생활공간인 집과 학교와 학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편향된 소재를 뛰어넘어 다문화 문제, 아빠부재의 문제, 전통문화의 계승문제, 아이들의 인권 문제, 공해 문제. 그 외 다양한 취미와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동화의 소재가 되었다. 이런 소재의 다양성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설익어 아직 작품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실험으로 끝나버린 것 같은 아쉬움도 보였다.
동화를 심사하면서 기준은 읽히는 힘에 두었고 거기에 우리글을 얼마나 정확하게 쓰는 가를 보았다.
총 76편의 동화가운데 다섯 편의 동화를 골랐다.
'깨어진 꽹과리'는 바닷가 당산제의 분위기와 자연 풍광을 빼어나게 그렸다.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런데 어부들의 삶과 아이들의 삶이 풍경 속에 묻혀버려 작품을 읽고 나서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유리성위의 마술사'는 신기한 것에 관심을 갖는 아이들의 심리와 어른들의 공부를 강요하는 세태를 아이들 편에서 그려 설득력을 갖게 한다. 그런데 단어선택과 문장에서 너무 긴장이 떨어지고 사건을 압축하는 밀도가 떨어진다. '아빠숙제'는 유치원아이가 유치원에서 내준 '아빠가 좋아하는 것 적어오기'라는 숙제를 하면서 아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정말 아빠에 대한 것을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현실에서 남자들의 실종과 아빠들의 무기력을 그리는 좋은 소재 같았다. 그런데 유치원 아이가 이런 문제를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어른스럽고 작가의 생각이 글에 너무 드러나 단점으로 작용했다. '엉뚱한 김동민'은 생각을 엉뚱하게 하고 튀는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는 현실에서 이런 아이를 긍정적으로 그린 것은 올바르게 잡은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엉뚱한 아이를 그리면서 문체도 좀 엉뚱하고 튀는 문장으로 밀어붙였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조금 미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조단의 검정색 크레파스'는 우리현실에서 다문화가족의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해야하고,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관계를 가져야 할 것 인가를 올바르게 보여준 것 같아 당선작으로 뽑았다. 축하를 보내며 더 열심히 노력해 많은 성취를 이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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