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진서 9단이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우승결정국이 된 결승5국을 이세돌 9단에게 불계승을 거둔 후 복기하는 모습.
"이세돌 9단의 버티는 힘 엄청나"
"승부호흡, 감각 등을 많이 배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세돌 9단과의 첫 타이틀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3승2패로 우승한 신진서 9단은 결승전에서 받은 느낌을 이같이 전했다. "버티는 힘이 엄청나게 강했다"는 토로였다.
어떤 사람은 '뜨는 해와 지는 해의 대결'로 비유했고, 어떤 사람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묘사했던 결승전이었다. 통산 50차례 우승을 이룬 '바둑 레전드' 이세돌 9단을 넘은 신진서 9단의 우승 소식을 매스컴에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화제성이 큰 우승이었다.
하룻밤을 보내고 난 신진서 9단은 "박정환 9단과의 크라운해태배 결승, 그리고 이번 결승은 정말 재미있었고 배울 점도 많았다"고 했다. 시종 밀고 당기는 치열한 승부가 재밌있었다는 그 느낌이 선뜻 와닿지 않았다. 어떤 점을 배웠을까.
"승부호흡과 감각입니다. 일인자들의 침착함과 끈기 같은 부분도 배울 점이었어요."
상대적으로 자신의 약한 점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모든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최대한 많이 올라가서 바둑을 많이 두고 싶고, 세계대회에서 당연히 좋은 성적 내고 싶다"는 각오와 함께 "세계대회 결승에서 커제 9단이나 박정환 9단과 두어 보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 이동훈 9단과 벌인 JTBC 챌린지매치 3차대회 8강전. 치열한 공방 끝에 최후는 대마를 잡고 끝냈다. 상대전적 6연승.
이동훈 꺾고 챌린지매치 4강
국내 최대 개인전 GS칼텍스배를 우승하며 타이틀 홀더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신진서 9단이 또 하나의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공식기전으로 출범해 총 네 차례 개최되는 JTBC 챌린지매치의 3차대회다.
신진서 9단은 19일 오후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8강전에서 이동훈 9단을 꺾고 4강 대진표에 이름을 올렸다(201수 불계승). 신진서의 해외대국 등 바쁜 일정으로 연기됐던 이 판은 마지막 8강전으로 치러졌다. 이동훈에게는 2016년 2월 첫 대결을 승리한 이후 6전 6승.

▲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바둑 'ELFOpengo'가 분석한 수순에 따른 승률기대치 그래프(흑 기준). 흑이 신진서 9단, 백이 이동훈 9단이다.
또 한 번의 화끈한 승부를 벌였다. 미세한 끝내기 승부로 가기보다 대마를 잡으러 갔다. 그 대목의 수상전이 백미였다. 바둑TV에서 해설한 윤현석 프로는 "어렵다고 봤는데 짧은 시간 속에서 1수 늘리는 수가 굉장했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신진서 9단의 수읽기가 빠르고 정확했다"고 평했다.
국후의 신진서는 "초반에 새로운 수를 시도해 봤는데 출발이 좋지 않았다"면서 대마 공방전이 벌어졌던 장면에 대해선 "변화가 많은 곳이라 정확하게 읽지는 못했지만 대충은 실전처럼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4강 대진은 아주 흥미롭게 형성됐다. 1997년 이후 출생자 4명으로 압축됐다. 변상일 7단이 1997년생, 박건호 3단이 1998년생, 신민준 7단이 1999년생, 그리고 신진서 9단이 2000년생이다. 이 같은 4강 구도는 전체 기사가 참가하는 국내 프로기전에서 처음이다.

Q. 6일 연속 대국했는데 체력적으로 부담 없었는지? (윤현석 해설자)
"속기전을 계속 연습했기 때문에 딱히 대국에 방해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진서 9단)
Q. 힘든 승부를 펼쳤는데 어젯밤은 잘 잤는지?
"어제는 못 잘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Q. 4강 상대가 신민준 7단인데. (이다혜 진행자)
"신민준-이세돌 선수의 8강전 기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신민준 선수가 워낙 좋은 내용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굉장히 만만치 않은 바둑이 될 것 같고, 잘 준비해서 서로 좋은 내용으로 둘 수 있으면 좋겠다."
준결승은 신진서-신민준(8:2)과 변상일-박건호(0:0)의 대진으로 오는 23일 열리며, 그 판의 승자가 24일 결승전을 벌인다(괄호 안은 상대전적).
대국 시작은 저녁 7시, 제한시간은 각자 20분에 매수 20초씩 추가되는 방식. 전 대국을 단판승부로 진행하는 챌린지매치의 매 대회 상금은 우승 1500만원, 준우승 700만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