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연수라고 합니다. 만난 시간이 짧지만은 않다보니 글도 길어졌네요.
눈이 조금 아프더라도 꾹 참고 끝까지 읽어주세요 :)
대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겨울방학에 배낭여행을 다녀오느라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참석하지 못했던 저로서는 어느덧 우르르 캠퍼스에 나타나 이미 제 동기들과 친해져 있는 ‘후배’라는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뭘 해줘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막막하고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모두 함께 모르는 상태에서 다같이 친해지는 것과, 혼자만 모르는 상태에서 한 명 한 명 알아나가는 것은 확실히 다르더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애매한 것은 학교를 늦게 들어와 나이는 같은 ‘동갑후배’와의 관계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어색한 ‘동갑후배’ 중 한 명이었습니다.
새 학기에 그녀와 저는 우연찮게 같은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대형강의라 학생 개개인마다 좌석이 지정되었는데 마침 그녀는 제 뒤에 앉게 되었죠. 여전히 어색한 동갑선후배 관계였던 우리는 그렇게 한 학기 같이 공부를 하면서 천천히 친해졌습니다. 노트 필기도 빌리고, 시험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같은 조가 되어서 과제도 함께 하고, 수업시간에 졸았다며 서로 놀리기도 하면서요. 그때까지도 그녀는 저에게 그저 많이 친해진 동갑후배일 뿐이었습니다. 여전히 그녀는 저에게 ‘선배’라는 호칭과 함께 존댓말을 썼고, 저 또한 그녀가 위염으로 병원에 있느라 수업을 몇 번 결석했을 때, 그제서야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서 안부를 물어보고 걱정을 했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학기가 절반 이상 지나갔을 때, 지인을 통해 신라호텔에서 열린 ‘남북공동성명 5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 초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인 저희들에겐 참석만으로도 경험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저는 제가 아는 동기, 선후배를 함께 초대했습니다. 회의시간이 수업시간과 겹쳐 많은 사람들이 오지는 못했는데 운 좋게 후배 몇몇과 함께 그녀도 참석을 했습니다. 학술회의는 김대중, 박근혜와 같은 국내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브루스 커밍스, 와다 하루키와 같은 거물급 교수들도 참석한 제법 큰 행사였습니다. 우리는 함께 토론을 듣고 사진도 찍고 명사들의 사인도 받고 호텔에서 점심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기회가 뜻하지 않게 찾아왔습니다. 마침 함께 왔던 다른 후배들은 모두 일찍 떠나고 마지막에 그녀만 남은 것이었습니다. 뒷풀이에 참여한 그녀는 모임 중에 아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고 저는 그녀를 챙겨주면서 자연스럽게 붙어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는 학교를 벗어나 친한 선후배이자 서로 호감이 있는 남녀로서 몇 번의 데이트를 가졌습니다. 저희의 첫 번째 데이트는 제가 인터넷 이벤트에서 당첨된 영화 시사회 티켓 2장 덕분이었습니다. 기념할만한 첫 데이트의 영화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이었으니 그리 로맨틱하지만은 않았죠. 2시간 내내 쉬지 않고 울려대는 그 놈의 전기톱 소리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무서워하는 그녀의 어깨를 제 팔로 살짝 감아주면서 한결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제겐 낯선 강남이란 동네에서 밥을 먹자고 들어간 곳은 하필 성악가가 직접 가곡을 불러주는 한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이었고 가격은 비쌌지만 저희는 ‘극과 극’인 데이트라며 와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 뒤엔 제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용산의 한 일본식 주점에서 만나 밥과 술을 동시에 해결하면서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즐거웠던 그날 밤, 저희는 여의도의 바(bar)로, 편의점 앞 작은 벤치로 옮겨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날이 밝아올 때까지 맥주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제 고백과 함께 그녀는 제 여자친구가 되었습니다. J
저희가 만나온 시간들이 쉽지 많은 않았습니다. 사귀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여름방학이 되었고 저는 국내로, 해외로 캠프에 봉사활동을 다니느라 늘 바빴습니다. 데이트는 커녕 한동안 얼굴도 못 보는 일들이 빈번했고 2학기가 시작하고 한동안까지도 주위의 눈치로 인해 남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만나느라 학교 안에서 당당히 손 한번 못 잡아본 캠퍼스 커플이었습니다. 공개적으로 사귀게 되면서 겨울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저희 커플은, 제가 영어시험 준비를 위해서 고시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또 다시 3개월간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그 기간, 여자친구가 사는 신촌과 제가 지내던 삼성동을 택시로 몇 번을 오갔는지 모릅니다. 시간은 훌쩍 흘러 어느덧 저희 커플은 1주년을 지났고 저는 미국으로 1년 교환학생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았고 헤어짐이 익숙치 않은 여자친구에게는 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군대와는 다르게 잠깐씩 얼굴을 볼 수 있는 ‘휴가’라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잔인한 시간이 될 테니까요.
미국에서의 생활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공부와 언어도 힘들었지만 멀리 떨어진 여자친구와 가끔씩 다투기라도 하는 날에는 정말 하루하루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 정말 소중한 것은 곁에 있을 땐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저도 그렇게 티격태격 다투며 미운정 고운정 쌓아오던 여자친구의 소중함을 미국에 와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곁에 없기에, 볼 수 없기에, 그리고 그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기에 느껴지는 그 허전함은 제가 여자친구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우쳐 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 때까지 저는 이기적인 사랑을 해왔었습니다. 헤어지고 이별하고 버려지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내 마음은 조금만 내어주어서 설사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일종의 ‘마음의 보험’을 들어두는 것.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며 받기만 하는 사랑. 여자친구가 있더라도, 여자친구가 떨어져 있는 것을 아주 힘들어하더라도 저를 위해서, 제 자신을 위해서 미국 1년 유학생활을 결심하고 과감히 떠나는 것. 그게 과거 제 모습이었고 그건 몇 번의 연애와 실패가 제게 남겨준 교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누군가를 이렇게 그리워하면서 보고 싶어 한 것도,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몸서리쳐지던 것도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입니다. 마치 풋사랑을 하던 중학생처럼 그녀를 그리워하고,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사랑하는 기분입니다.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그 행복한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연애(戀愛). 남녀가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말이죠. 만난 지 1년이 넘어 진정한 ‘연애’라는 걸 시작하게 된 우리 커플과 저의 그녀를 위해 저는 두 가지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선물은 바로 저였습니다. 저는 계획을 바꾸어 미국체류기간을 단축했고 5월 12일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입니다. 제 스스로 선택한 일종의 ‘유학실패’지만 전혀 후회는 없고 오히려 한국에 돌아와 그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하루하루 너무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너무 뿌듯하구요. 그리고 두 번째 선물이 바로 이 프로포즈 이벤트입니다. ‘위대한 캣츠비’는 제가 너무나 보고 싶었던 뮤지컬이면서 또 동시에 공연이 열리는 5월 17일이 바로 저희 700일이거든요. (정말 딱 5월 17일이 700일입니다! 6월 17일이 2주년 기념일이구요. J)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서 몇일 안지나 맞이하는 700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내가 뮤지컬 티켓을 미리 예매해 놓았다'라고만 운을 띄워놨습니다. 뮤지컬만으로도 멋진 데이트가 되겠지만 프로포즈 이벤트와 함께한다면 멋질 뿐만 아니라 잊혀지지 않을 데이트가 되겠죠. :)
그 동안 여자친구를 힘들게 한 만큼, 기다리게 한 만큼 이제서야 정신차린 제가 지금부터 몇 배의 사랑으로 갚아주고 싶습니다. 때론 가족같이 허물없이 편하게 기댈 수 있고, 때론 친구처럼 즐겁게 장난치며 놀 수 있고, 동시에 연인으로서 사랑스럽고 보고싶고 그리운 제게 하나뿐인 그녀. 여러모로 부족하기만 한 저를 너무나도 많이 사랑해주는 제겐 너무 과분한 그녀. “조가연”. 멋진 700일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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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 거주중이라 휴대폰이 국제전화입니다. -_- 이메일 선호.
정말 꼭 뽑히고 싶습니다, 일찍 예매하고 이렇게 미리 사연올립니다.
아래 결혼하신다고 글쓰신분과 날짜가 안겹쳤으면 좋겠네요. ㅠ_ㅠ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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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731-7305
첫댓글 아차, 티켓링크에서 5월 17일 20시 공연 R석 1층 2열 가운데 두자리로 예매했습니다. 4월 27일에요. 좌석배치도로는 무대의 높이를 알 수 없던데 무대가 따로 있는건가요? 아니면 1열과 바닥이 이어져있나요? 앞자리라 잘 보일지 몰라서..
무대에 단은 없습니다^^ 소극장이라 2열이면 정말 눈앞에서 배우분들이 왔다갔다 하지요
와우- 원래 1열을 예매하려고 했으나 1열 가운데가 이미 예매되어 있더군요.. 부지런하기도 하지.. 가운데를 고집하다보니 2열로.. 아무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메일 보내드렸는데 계속 읽지않음이세요 ㅠㅠ 확인 꼭 부탁드려요!!
메일 어제 확인했고 편지쓰고있어요~ 016-611-8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