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은 경남 고성 대가면 깊은 숲에서 열리는 '열린아동문학'시상식이 있는 날.
산하에 초목이 강성하니 밭고랑에서 보내야 할 시간 점점 많으나 때론 다른 곳으로 가느니......
오전 9시 30분, 부산 국제신문사 앞에 대기하고 있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호미 들고 출석해야 할 잡초 무성한 밭고랑을 탈출해서 좋았고,
정겨운 얼굴들과 버스 타고 모꼬지 가는 게 좋아서 마음에 즐거움이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버스의 종착점인 대가면 연지리 보건소 앞에 도착해 일부는 행사장 오가는 셔틀 버스 기다리고,
일부는 기꺼이 산길 걸어 오르겠노라며 삼삼오오 휘적휘적 발걸음 떼 놓는다.
정겨운 안내판을 지나니...
호기심 천국 멍멍이도 담 넘어 보며 반가히 맞아 준다.
보리와 양파, 마늘, 수확과 모심기 등 부지깽이도 일손 거들어야 하는 일년 중 제일 바쁜 농번기.
한가한 나들이가 괜히 송구해 지나는 경운기와 어린모 쪄내는 트랙터를 조심히 지나치니...
저봐! 찰랑찰랑 물 잡아놓은 논에 산이 먼저 척 들어앉았다.
우린 타고 가지롱~
넉넉하게 잘 생긴 정자에서 다리쉼을 하고
산길 모롱이 돌아가는데,
"오늘 차가 얼매나 많이 올라갔는동 몰라."
"네에, 맛난것도 드시게 어르신도 놀러 가시지요."
가다 좋은 자리에서 먹으려 한 버스 안에서 받은 김밥과 드링크 따위 든 봉지
요기나 좀 하시라며 드리고...
으아, 으아리다! 하며 꽃 들여다 보다, 찔레순도 꺾어 먹다 한참 뒤쳐져버린 세 사람.
열린아동문학 시상식에 초행이라는 진숙샘은 거듭 물어가로대,
"마을이 있긴 하나요? 전쟁이 나도 모를, 진짜 심심산골이네요."
호젓한 산길을 지나니 드디어 옛이야기 속 같은 마을이 짠!
그러나, 저 마을을 지나 한참 더 들어가야 목적지라는 말씀.
마을 초입 오른편엔 인동초꽃이 흐드러졌고,
길 왼편엔 일찌감치 모내기 끝낸 산골 다랑이 논이 말쑥하다.
헤이, 그동안 잘 지냈어? 그야말로 개성 가득한 요녀석 앞을 지나
소뿔같은 죽순이 쑥쑥 돋아 있는 서늘한 대숲 고갯길을 돌아드니
"200미터만 더 가요."
어른 아이 한가족 모여 마늘 수확하는 밭 주인의 친절한 안내말씀.
드디어 이 특별한 행사장에 닿았다.
먼저 도착한 부산아동문학회원들은 벌써 한 몫씩 척척 역할 맡은 모습이 주인이 따로 없다.
1회때 야외에서 치뤘던 시상식 자리엔 크고 근사한 건물이 들어서 원탁이 단정하게 놓여 있고
단상엔 축하음악 연주할 현악팀이 한창 연습중이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널따란 거실과 장서가 꽂힌 서재, 늘어선 객실, 욕실 등이 있었는데
방문마다 오늘 투숙할 분들의 이름이 붙어있었다.
이층에서 내려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속속 도착한 분들의 모습이 하냥 편안해뵌다.
그 아래 계곡쪽 정자에도 자연과 친화중인 많은 사람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상식은 네시여서 그 동안 한국 문학 사상 초유의 대역사가 진행중인 이 특별한 장소를 둘러보았다. 외벽을 덮은 담쟁이가 연륜을 말해 주는 작고 야트막한 이 공간은 처음의 건물.
지금은 다실로 꾸며져 있다.
오늘 수상자인 이봉직시인의 나무와 이름이 새겨진 돌.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나무를 갖게 되다니!
옆에 세워놓은 화이트보드에 축하덕담도 적고...
숲길 산책하시는 전 한국아동문학회장이셨던 조대현 작가님을 만났다.
마침 작가님 이름이 새겨진 돌옆이기도 해서 기념 촬영 한컷.
이 숲의 원래 주인인 나무, 풀, 새, 벌레, 돌들의 심기 건드리는 무례가 없도록!
경사가 제법 급한 산길로 해서 안국사에 가니 뜰에는 유약 바른 그릇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그릇 굽는 가마가 있는 것이 여느 절과 다른 이 절의 특징인듯.
시간이 다 되어 행사장으로 돌아오니 일찌감치 일손 놓은 마을 어르신들이 속속 들어오시고 있었다.
산골마을 어르신들도 함께하니 이름에 걸맞고 더욱 빛나는 열린 아동문학상.
물 흐르는 수로에 일렬로 줄 서 있는 맥주와 탁주, 그리고 음료수가 예술이다.
포석정의 운치와는 비교가 안될달까.
자아, 이제 곧 시상식이 시작됩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등 국민의례에 이어 숲속 모든 생명들을 위한 묵념.
이런 부분에 집행자의 의식과 철학 엿보이고 내 마음 한 자락도 뭉클 동요한다.
열린아동문학 창시자 유경환선생님의 부인이신 김은숙(전연세대교수) 씨의 인사말
이상교 운영위원장 이봉직, 김진 수상자께 상장 수여.
소중애 선생님이 만드신 화관을 쓴 파안대소의 두 얼굴
상장과 상금 그리고 트럭을 몰고와야 할 어마무지한 상품이라니!
고성군수님, 면장님, 안국사스님, 고등학교교장, 건설사 사장님 뒷산너머 누리농원 대표 등이
마음으로 협찬하신 친환경쌀, 모시, 다기, 버섯, 파프리카, 효소, 참기름 등......
참, 전국 어디에도 이런 상은 없을 것이다.
이동렬 작가님의 심사평.
동화12편, 동시19편인데 동시가 조금 더 치열했다는 말씀.
'높은습관'은 서사,서정을 있는 그대로 펼쳐보이지 않은 , 내재된 사상성이 훌륭했다.
자연의 베풂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잘 그려냈고 그 고마움을 읽는 사람에게 신선하게 전달하는
표현이 진솔했다.
동화 '강물을 거슬러 오른 고래 한 마리'는 결손가정 아이의 응어리를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줬다.
짧은 이야기 속에 사회의 큰 문제 제기하고 연화바위 전설을 끌어들여 토속문화정신까지
복합적으로 되살려 값지다.
"유경환 시에 곡을 붙인 '산노을'은 우리 서정시의 극치입니다.
시어도 아름답지만 산울림 통해 추억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지요.
제가 성악가는 아니지만 선생님을 통해 문단에 나온 사람으로서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과 진실만 담겨있으면 그만이라 생각하며..."
무반주여서 더욱 감동적으로 가슴에 메아리 친 박일 선생님이 열창하신 '산노을'.
먼 산을 호젓이 바라보면/누군가 부르네/
산너머 노을에 젖는/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산울림이 외로이 산 넘고/행여나 또 들릴듯한 마음/
아아,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다가왔던 봉우리 물러서고/산 그림자 슬며시 지나가네
이봉직 당선자의 수상소감.
'시 쓴지는 20년인데 방에 빨랫줄이 쳐져 있다. 늘어져서 허리펴고 못 다닐 정도다.
빨랫줄에 쓴 시를 주렁주렁 걸어놓고 완성되면 비로소 떼어낸다.'
그러니까 당장 방에 빨랫줄부터 치자!
동화작가들의 현악4중주 모임 아띠의 멤버인 김진씨.
지난해 시상식에 왔다가 상을 받고 싶은 포부를 가졌다고.
벽에 걸린 저 사진도 안국사 불두화 옆에서 찍은 사진이란다.
김은숙 선생님이 늘 땀 흘리는 배익천, 홍종관사장 부부께 주신 특별한 수건을 목에 걸고
아흔 몇 세의 마을 어르신 소개하시는 배익천 선생님.
심히 보기에 좋았다.
기념 촬영
전체를 압도하는 부분.
두 어르신의 모습이 참 좋다.
정성스럽고 맛갈난 저녁식사
앗, 가리비 주시는 이분은 아까 마늘밭에서 200미터 더 가라고 친절안내 하신 그 분이시네!
수상자 김진 작가님의 기운 가득 받을 기념 촬영
즐겁고 특별한 시간 보내고 오후 8시 출발하는 부산행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가 있는
보건소 앞까지 노래하며 걸어서 가자~
동시동화나무의 숲에서는 행사 3부 축제마당이 펼쳐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