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식생활에서 분식의 증가'라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분식의 본래 의미는 가루음식인데, 가루음식 중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관계로 분식의 증가는 곧 밀가루 소비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흔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밀이 분식이 되는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도움을 주고자 한다.
밀은 왜 분식으로 이용할까?
벼나 보리를 입식으로, 밀을 분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알곡 특성 때문이다. 밀 알곡은 벼나 보리와 달리 단단한 껍질이 겹겹이 싸여 있어 쉽게 벗겨지거나 깎이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벼는 크게 왕겨와 현미로 구분하는데 배와 배젖이 현미에 해당한다. 왕겨를 벗겨낸 현미는 큰 굴곡 없이 둥글둥글한 모습이어서 바깥에서부터 일정 깊이로 깎는 것이 가능하다.
밀은 외과피, 내과피, 횡세포, 관세포, 중피, 주심층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또한 껍질을 벗겨내더라도 식용으로 이용되는 배유가 너무 부드러워 벼나 보리처럼 알곡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다.
벼나 보리의 껍질을 벗기고 좋은 식감을 얻기 위해 알곡을 밖에서부터 깎는 과정을 도정이라 부르고, 분식의 밀은 알곡을 통째 부숴서 가루를 내 체로 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제분이라고 한다.
밀은 벼나 보리와 달리 조곡과 정곡의 구분이 없다. 밀은 이삭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 겉껍질이 벗겨지기 때문이다. 이후 도정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확한 상태의 알곡 형태로 보관되고 유통된다. 밀가공의 기본은 도정이 아니라 제분이다.
백밀가루 1등급이 좋은 밀가루일까?
밀알은 배유(또는 씨젖), 씨눈, 껍질(밀기울)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이들 각 부분은 배유 82%, 씨눈 2%, 껍질 16% 정도가 된다.
껍질은 검붉은 색깔을 띠고 배젖은 흰색을 띤다. 배젖에는 대부분 단백질과 녹말로 이루어져 있고, 껍질과 씨눈에는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이 풍부하다.
우리밀은 알곡에서 약 28%를 깎아서 72%로 된 밀가루를 얻게 되고, 수입밀은 약 35%를 깎아 버리고 나머지 65%를 모아 밀가루로 이용한다. 그래서 우리밀은 수입밀가루에 비해서 옅은 검붉은 색이 감돈다.
밀가루는 밀기울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에 따라 1등급에서 3등급까지 구별하는데, 밀기울이 가장 적게 함유된 것을 1등급이라고 하고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을 3등급이라고 한다. 즉 밀기울이 많이 들어 있는 밀가루일수록 나쁜 밀가루로 취급받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분류방식과는 반대로 3등급이 영양분이 가장 많고 몸에는 제일 좋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3등급이 1등급보다 영양 성분이 좋다고 해도 통밀가루에 비할 수는 없다. 백밀가루보다 통밀가루가 좋다는 이야기다. 물론 색을 훨씬 더 검고 식감은 거칠다.
우리밀을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재배하지 못하는 이유
밀은 대개 제분을 거쳐 분식으로 소비되는 관계로, 또한 밀 제분은 전문 제분공장을 이용해야 하는 관계로(동네 쌀 방앗간 등에서는 제분이 안 됨) 개별 생산, 개별 소비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재배해서 혼자 이웃끼리 나눠 먹으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묻는 분들이 자주 있지만, 그런 방식이 결코 쉽지 않음은 개별단위에서 수월하게 행할 수 없는 제분이라는 과정 때문이다.(자료 출처 :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