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개질환? 우린 그런 거 없어! 그냥 주방장이 어깨 아프다고 해서 보상금 좀 더 받게 해주려고 한 거야. 그런데 뭐 이런 걸 하라고 해?”
일부러 점심시간을 한참 지나서 방문을 했지만 사장은 연신 주문전화를 받으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근로자 3명의 소규모 중국요리 전문점인 이 사업장은 시간제 주방장으로 근무하던 조철수씨(가명·40세)가 무리한 동작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판정을 받은 곳이다. 기술지원 결과 좁은 주방에서 중국음식 조리에 사용되는 볶음용 기구를 하루 평균 약 4시간가량 반복적으로 취급하고 있어 근골격계부담작업 2호에 해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전화가 뜸해진 틈을 이용해서 근골격계질환이 무엇인지, 왜 유해요인조사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그제야 “대한민국의 모든 주방장 어깨가 아프면 나도 장사를 못하지”하며 웃는다. 얼마 뒤 “김 대리, 이번에 새로 들어온 배달하는 애한테 보여줄 자료 좀 보내줘”하며 사장이 전화를 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근골격계질환과 관련된 산업재해가 증가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업장에서 근골격계질환의 예방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의를 받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근골격계질환’이란 작업장에서 중량물 취급이나 반복적인 동작, 부적절한 작업 자세 등으로 허리, 어깨, 목 등의 신체부위에 손상을 입게 되는 질환이다.
근골격계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작업공정을 보유한 사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3년마다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를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라고 한다.
유해요인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은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으로 작업량·작업속도·작업강도 및 작업장 구조 등에 따라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노동부 고시 제2003-24호)’에서 정한 11가지 작업을 의미한다.
3년마다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실시
유해요인조사와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은 2003년 7월에 이루어졌다. 법 개정 이후 공단에서는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사업주와 근로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지역별 관계자 교육 및 자료제작·보급,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운영은 물론, 사업장 자체적으로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기 어려운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단에서 직접 조사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공단에서 유해요인조사 관련 사업장의 기술지원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인 미만사업장의 경우에는 더욱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공단에 기술지원을 신청한 사업장 1004개소를 분석한 결과, 사업장 자체적으로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지 못해 공단에 직접 유해요인조사를 요청한 사업장이 839개소에 달했고, 이들 사업장 대부분이(833개소)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었다.
또 유해요인조사를 사업장 자체적으로 실시한 경우에도 이해 부족으로 인해 조사결과 활용이나 개선계획 수립 등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요인조사 자율실시 사업장 주의사항 - 증상설문조사 결과는 해당 작업장의 유해요인을 고려하여 개선 우선순위 선정 시 활용 - 근골격계질환 발생 위험요인을 반복성, 과도한 힘, 부자연스러운 자세 등 구체적으로 명기하여 개선계획 시 참조 - 작업환경 개선계획 수립은 책임자의 확인을 받고 단계별로 진행사항 확인 |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유해요인조사와 직업병을 예방하기 위한 작업환경측정은 작업장의 유해요인을 찾아내 질병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유사한 성격의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유해요인조사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이제 3년 정도 지난 반면, 70년대부터 실시된 작업환경측정은 81년도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83년도 고시제정으로 법체계가 정비되는 등 관련 인프라 구축과 사업장의 이해가 형성되기에 충분한 기간이 경과됐다.
또한 작업환경측정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170여개의 전문기관이 있어 그 측정결과를 노동부에 보고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유해요인조사 전문기관의 경우에는 그 실태조차 파악되어 있지 않아 유해요인조사결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전무한 형편이다.
올해 중·소규모 사업장 800곳 기술지원
이러한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기본적인 교육만 받으면 사업장 스스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제도를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 공단에서는 올해 중·소규모 사업장 800개소에 대해 기술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3,4월중 전국 20개 지역본부 및 지도원에서 각 지역별 사업장 안전보건관계자를 대상으로 유해요인조사 실시지침 및 조사요령에 대해 집체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근골격계 부담작업의 전국적인 현황 파악을 위해 조사결과에 대한 관리방안 등 관련 법제도가 올바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동부와 논의하는 등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가 사업장의 근골격계질환에 실질적인 예방책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문기술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가정생활 속에서 목, 어깨, 허리 등에 통증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을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근골격계질환 예방은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주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의 정책과 전문기관의 예방노력에 사업주와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