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신양면 무봉리 마을하교 어르신들의 시 - “당신”
1.
땅을 살때도 나를 속이고
소를 살때도 나를 속이고
참 겁나게 많이 싸웠지
지금은 지랄한 게 너무 생각나
들나며 문간에 걸린 사진 쳐다보며
잊어버리진 않지...
아니 내가 땅속에 들어가야 잊어버리지
내가 잘못한 게 너무 많아
(지은이/거울)
2.
떨어져 있을 땐 ‘잘해주어야지’
돌아서 갈 땐 ‘다음엔 잘해주어야지’
그러나 오면 또
당신은 당신 일 나는 내 일
(지은이 /해바라기)
3.
잘못하고 산 것만 생각나네
지금 같이 살면 얼마나 더 잘해줄까
고달플 때 힘들 때면 더욱 생각나지
같이 있었으면 이렇듯 힘들지 않을 텐데...
지금 살아 있다면 잘할 껴
워쪄, 보고 싶어도 소용없는 것을.
정 각각 숭 각각
부부란 그런 거여
(지은이/ 대나무)
4.
내가 전부 잘못 했어
대들 수도 있는 거지
왜 책을 잡고 까탈을 부렸을까
애들 잘할 때 더 생각이 나여
‘바꿔 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당신이 살고 내가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고
(지은이/찰벼)
5
그래도 당신 없이는 못살아
추울 때는 덮어주고
더울 때는 바람 되어 주고
배고플 때 밥 먹여주는 당신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지은이 / 구름언니)
6.
우리가 조금만 더 젊었다면 참 좋겠네
하늘에서 별을 따 달라 하면
별을 따다 줄텐데
이쁜 꽃 보고 싶다 하면
그 꽃이 되어 줄텐데
(지은이 / 그름동생)
7.
넘들은 싸우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싫은 소리 한 번 안하고
불이면 물, 물이면 불로 채워주고
너무 잘하니 잘한다고나 싸워볼거나...
(지은이 / 송아지)
8.
당신이 너무 좋아
나는 이 세상에 당신 뿐이야
당신 없이는 나는 못살아
다시 태어나도 당신하고 살껴
(지은이 / 향란)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예산군 신양면 무봉리 마을학교 어르신들의 시 - "당신"
여울각시
추천 0
조회 19
12.01.08 11:24
댓글 3
다음검색
첫댓글 블로그에서 봤었는데... 그어르신들의 음성으로 듣는다면 너무 소박하면서도 큰~감동으로 엉엉 울었을것 같아요 ㅠ.ㅠ
부부란 그런건가봐..
시냇물의 마음도 다 들어있지?
풀각시 참 따뜻하고 늘 새롭게 사는 분.. 참 예뻐보이지 그치?
우리도 그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