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캠프를 참여하고 나서
진천여자중학교 사 정현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지만 나는 그저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이제 졸업을 한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상고로 진학하기 때문에 인문계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친구들처럼 학원을 가거나 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렇다고 내가 마냥 시간을 보냈던 것은 아니다. 영어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계속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했다. 갑자기 많아진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도 이쯤이었을 것이다.
내가 그 현수막을 보게 된 것은 같이 상고로 진학하는 친구들과 놀기 위해 읍사무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제2회 ‘진천’ 청소년 환경 캠프”
읍사무소 앞에 걸려있던 그 현수막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을 때, 작년 여름의 캠프가 생각났다. 친구 다은이와 참여했던 지난 환경캠프는 여름캠프답게 야외활동이 많았다. 농장에서 친환경 농산물도 수확했고 EM 흙공을 만들어 냇가에 던져 주기도 했다. 다은이와 함께 아욱 잎을 따고 그 아욱 잎이 된장국이 되어 우리들 저녁 식탁에 올라왔었다. 하지만 내가 캠프에 참여할 마음이 바로 생긴 건 아니었다.
‘겨울인데.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을 한다는 거야?’
그렇게 지나쳤던 캠프 모집 현수막의 내용을 다시 기억해 낸 것은 캠프 참여 마감 하루 전이었다. 우연찮게 본 포스터에 프로그램에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과 ‘생태교란 외래식물’에 대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세화 선생님은 내가 읽은 책 “생각의 좌표”의 저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캠프에서 홍세화 선생님이 “생각의 좌표”의 내용을 가지고 강연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태교란 외래식물’ 또한, 지난여름, 진천자치신문을 통해 알게 된 내가 관심 있는 내용이었다. 단순히 외래식물인 줄 알았는데, 그 식물들이 우리에게 해롭기까지 하다니……. 나는 참가신청서 신청마감 하루 전에 냈다.
진천 롯데리아를 중심으로 환경 정화를 끝낸 우리 캠프 참여자들은 바로 숙소인 명심체험마을로 갔다. 날씨가 추워서 응달에 얼어붙은 쓰레기를 줍내고 고생했던 손을 아랫목에 넣고 캠프에 참여한 언니들과 수다를 떨며 우리들은 바로 친해졌다.
숙소가 달라 남학생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없었지만 효은이를 빼면 모두가 언니 오빠들이라 나는 편안하게 수다를 떨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었다.
내 생각의 주인이 되자
저녁 식사 후, 그디어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이 시작됐다. 서울에서 오시느라 저녁 식사를 못하셨다고 했다. 선생님이 우리와 같은 식단으로 식사를 하시냐고 강연이 조금 늦어졌다고 사과를 하셨다.
책을 읽었지만 책을 지은 작가가 직접 책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것이 나는 무척 흥미로웠다.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은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오랜 시간 환경정화 활동을 했고 저녁 식사 후에 듣는 강연이라 졸음이 몰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선생님의 강연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생각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내 생각은 사실 누군가의 생각을 아무런 경계없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특히, 나의 생각과 나의 장래희망은 타인의 말이나 경험 등 주변 환경에 의해 결정된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오싹하기까지 했다.
상고로 진학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정작 내 주관적인 결정은 별로 없었다는 것도 강연을 들으면서 깨달은 것이었다.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이 인상 깊었던 것은 혹시 틀리더라도 내 주관적인 생각을 표현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이 글을 쓰는 계기도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 덕분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생각 정교하게 다듬으려면 글을 써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모습
내가 인상 깊었던 또 다른 강연은 다음날 진행된 ‘생태교란 외래식물’에 대한 것이었다. 사근실 환경실천연합 진천지회장님의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과 그 퇴치 방법에 대한 강연은 내가 캠프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서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에 대한 정보를 더 알아볼 만큼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흔히 집 앞에서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식물들에 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모른다. 단순히, 신문을 통해 알게 되었을 때보다 직접 퇴치를 하는 사진이나 고충을 들어서인지 이해도 잘 되었다.
강연이 끝나고나서는 남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묵묵히 외래식물을 퇴치하는 분 들게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캠프에서 외래식물에 대해 배운 것들을 친구들에게 알려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 사근실 지회장님의 강연모습
▲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님 사당 앞 사진
▲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님 사당 안의 사진
환경캠프가 끝나고 이 활동보고서를 쓰는 지금 나는 무척 뿌듯한 느낌이 든다. 또,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라도 친구들을 이 좋은 자리에 함께해야겠다고 더 일찍 생각했더라면 좀 더 재밌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다음 환경캠프 때 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사람들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진행하여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사업 에 대한 강의를 했으면 좋겠다. 겨울 환경 캠프라 강연이 주를 이루었지만 겨울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게 해준 환경캠프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 게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사정현 활동보고서.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