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곡 장날
2008년 11월25일 신애리
이리 굴려도 그만 저리 굴려도 그만인 울퉁불퉁 돌배들이 빨간 다라이에 소복이 얹혀 나와 장 구경을 하겠단다.
‘달달달’
주인만큼 숨이 찬 오토바이를 끌고 가던 세터 장 영감이 만지작 만지락 쇠 먹이던 유년 기억을 줍다가 가고 다섯 살 손자 손을 잡은 광양 댁은 해소를 끓는 소리로 ‘약은 되겠구먼’
슬쩍 눈도장 찍다가 옆 전에 펼쳐진 아동용 빨간 겨울 부츠에 냉큼 눈길을 빼앗기고 만다.
왼 종일 다라이 위에서 맹그작 맹그작 사분거리다가 가을 가뭄에 뿌옇게 먼지를 입고 지줄 대는 수다만 잔뜩 쌓여서 누렇게 부황이 든다.
장터 모퉁이에 자리 잡은 돼지 국밥 집에선 연신 뜨거운 김이 올라가고 시장기 짙은 오후나절 빨간 다라이 위의 돌배는 낮잠만 잔다.
“ 어이! 돌배는 얼마요?”
키가 컹 충 큰 중늙은이 하나가 말끔한 잠바를 입고 섰다.
‘공무원 나부랭이는 되겠지.’
“어디 쓰실 라요? 감기에 참 좋지요.”
“그 다라이 것은 다 담아 주시오.”
늦은 점심이 드디어 해결 될 것인가 보다.
‘우르르’소리를 내면 검은 봉지에 돌배를 쏟아 담는다.
“집 뒷산에서 딴 것이라 약은 될 것이요.”
“수세미도 두어 개 넣고 도라지도 한 줌 넣어야 지요.”
듣는지 마는지 별 말이 없는 인사가 돌배를 걷어들고 보신탕집으로 성큼 들어간다.
무겁게 싣고 온 돌배는 다 팔았으니 오늘 장은 여기서 접고 돼지 국밥집에 가서 뜨끈뜨끈한 국물에 밥이나 한 공기 훌훌 말아먹고 툭툭한 막걸이 한 잔을 걸치고 올라가야겠다.
“올 장엔 옷걸이에 줄줄이 걸린 오천 원짜리 남방을 사오라 했제.”
늙은 마누라가 일러준 들일 나갈 때 입을 남방도 사고 싱싱한 바지락과 시퍼런 파래도 사서 밭에서 쑥 뽑은 가을무를 얇게 썰어 파래는 무쳐 먹고, 씨알 좋은 조개는 보글보글 국을 끓여 먹으면 스산한 가을밤이 제법 따끈할 것이다.
장바닥에 줄줄이 손님을 기다리며 드러누운 늙은 호박과 청량고추, 피망, 날이 고추 선 여수 앞바다 갈치와 번들거리는 고등어 등줄기 위로 짧은 늦가을 햇살이 혀를 날름거리며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