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4일, 수요일, Ushuaia, Argentina, Violeta de la Montana
(오늘의 경비 US $13: 숙박료 40, 환율 US $1 = 2.85 peso)
오늘 말로만 듣던 Magellan 해협을 페리선으로 건넜다. 1520년 포르트갈 탐험가 Magellan이 처음으로 이 해협을 통과해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나가서 세계일주 항해를 함으로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증명했다. Magellan의 배들이 이곳을 통과할 때 이 근처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놀라서 서로 연락을 취하느라고 연기를 피웠는데 그것을 본 Magellan이 이 지역을 Tierra del Fumo라고 (연기의 땅) 이름을 지었다. 그 후에 스페인 왕이 (Magellan의 항해는 스페인 왕이 돈을 댔다) 연기가 있으면 불도 있었을 테니 Tierra del Fuego로 (불의 땅) 바꾸라고 해서 이 지방 이름이 Tierra del Fuego가 되었다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거의 600년 전에 Magellan의 배들이 이곳을 지나갈 때 바닷가 언덕 위에서 원주민 인디언들이 뛰어다니며 배를 향해서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는 광경이 눈에 선해진다. 그 후 350여 년이 지난 1880년경 백인들이 이곳에 이주해 오면서 이곳에 살던 인디언 만여 명은 소위 "백인 병"으로 한 명도 안 남고 다 죽었다고 한다.
여름이라 그런지 온도는 섭씨 20도 정도로 푸근하게 느껴지는 날씨였는데 바람은 몹시 강하게 불었다. 남미의 최남단이라 산악지방을 연상했었는데 해협양쪽이 모두 끝이 안보이게 넓은 목초지였다. 여기저기 양떼들도 많이 보였고 양떼들을 위해서 파놓은 물구덩이들도 보였다. 보기와는 달리 땅이 매우 습한 듯 물구덩이가 1m 깊이 밖에 안 되어 보였는데 물은 흥건히 고여 있었다.
Magellan 해협을 건너서 얼마 안 가니 칠레 국경이 나왔다. 국경수속은 얼마 전에 Chile Chico에서 넘은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을 때와 마찬가지고 간단했다. 짐 조사는 전혀 없었고 여권에 도장을 두어 번 쾅쾅 찍는 것으로 끝났다. 1820년대 남미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때 독립운동을 주도한 Simon Bolivar나 Jose de San Martin 같은 지도자들은 남미도 당시 40여 년 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서 강대국으로 발돋움을 하고 있던 미국 같은 통일된 나라가 되기를 원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Bolivar와 San Martin을 도와서 (Bolivar는 남미의 북쪽지역에서, San Martin은 남쪽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중간 세력들이 독립이 된 다음에 모두 자기네들만의 나라를 원해서 남미는 여러 나라로 갈라지게 되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특히 차이를 느낄 수가 없어서 한 나라라고 해도 전혀 모르겠다.
Ushuaia 근처가 가까워지니 경치가 또 싹 바뀌었다. 그 동안 보이던 목초지는 없어지고 산악지대가 되었다. 길고 긴 Andes 산맥이 Ushuaia에 와서 더 이상 갈 곳을 잃고 바다로 추락해버린 것이다. Ushuaia는 세계에서 제일 남쪽에 위치한 도시로 알려졌고 남극 유람선들이 떠나는 항구 도시이다. 그래서 항구에는 항상 유람선이 한 두 척 정박해있다. 경치도 그만이다. 칠레의 Carretera Austral 지역으로 다시 온 것 같은 경치다. Ushuaia 뒤는 (북쪽) 2,000m 이상의 눈 덮인 산이고 앞은 많은 배들이 오가는 것이 보이는 Beagle 해협이고 그 너머로는 멀리 칠레의 눈 덮인 산들이 보인다. Beagle 해협은 Darwin이 이 근처를 탐험하러 타고 왔던 Beagle 호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Ushuaia는 아담한 도시다. 근처 국립공원에는 산책로도 많고 배를 타고 구경할 수 있는 곳도 많다. 한 주는 잘 보낼 수 있겠다. 잘하면 이곳에서 떠나는 유람선을 타고 남극 구경도 다녀올 수 있겠다.
선택한 숙소가 마음에 든다. 방은 널찍하고 밝고 산도 보이고 부엌 시설도 좋다. 아담한 뒷마당, TV 방, 무료 인터넷, 무료 아침식사, 꼬리를 치며 따라다니는 개, 없는 게 없다. 시내도 가깝고 숙소주인 모녀도 친절하다. 이 숙소에는 알고 찾아온 것이 아닌데 이스라엘 배낭 여행객들로 붐빈다. 나도 이스라엘 배낭 여행객처럼 싸고 좋은 숙소를 찾는 기술이 늘어가고 있나보다. 수퍼에 가서 일주일 먹을 음식을 사왔다. 장기전이다. 내일은 나가서 남극 유람선을 알아봐야겠다.
바람이 항상 강하게 부는 Magellan 해협, 1520년 Magellan이 이곳을 통과해서 태평양으로 나가서 처음으로 세계일주 항해를 하는 업적을 이루었다
Magellan의 배들이 이곳을 지날 때 저 언덕에는 전 나체의 원주민 인디언들이 놀라서 날뛰었다고 한다
돌 던지기를 하는 어린이들
Ushuaia 가는 길은 황량하다
Ushuaia는 남미는 물론이고 세계 최남단 도시로 알려져 있다
Darwin이 타고 이곳을 지났던 Beagle 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Beagle 해협 너머로 보이는 눈 덮인 산들은 칠레 땅인데 그곳에는 도시는 없어서 Ushuaia가 세계 최남단 도시라는 영예를 가지고 있다
2004년 2월 5일, 목요일, Ushuaia, Violeta de la Montana
(오늘의 경비 US $16: 숙박료 40, 식료품 8, 환율 US $1 = 2.85 peso)
오늘은 쉬는 날이다. 쉬는 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보통 긴 버스 여행을 한 다음 날 쉰다.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숙소 딸이 차려준 아침을 먹었다. 매우 친절한 20대 미혼녀인데 이름이 Susana다. 그래서 이곳 이름이 원래 Casa Susana (수사나의 집) 이었는데 Violeta de la Montana로 (산에 핀 제비꽃) 바꿨다 한다. 영어를 제법 잘해서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엄마를 도와서 민박집을 하며 외국 여행객으로부터 배웠단다. Lonely Planet에도 소개된 곳인데 문에 주소는 쓰여 있어도 이름은 없다. 숙소 간판이 없는 샘인데 나도 어제 주소만 보고 찾아 들어왔다. 간판 없는 민박집은 처음이다. 숙소 주인여자는 외국 여행객들이 다 알고 찾아오는데 간판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간판은 있어야지. 어쩌면 외국 사람들만 상대하기 위해서 일부러 간판을 안 다는지 모르겠다.
시내구경을 나갔다. 관광도시라 그런지 고급 상점들이 즐비하다. 음식점들도 많은데 가격이 지금까지 여행한 다른 아르헨티나 도시들보다 훨씬 비싸다. 우리는 숙소에서 해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여행 안내소에 가보니 외국 여행객이 많이 오는 도시라 그런지 직원들이 영어를 잘한다. 이곳에서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호반 휴양도시 Bariloche로 비행기로 가려고 했는데 전에는 다니던 직행 비행기가 이제는 안 다닌단다. 정 비행기로 가려면 일단 Buenos Aires로 갔다가 갈아타고 가야한다. 한참 돌아가는 셈이다. 비행기 요금도 훨씬 비싸고 돌아가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그렇다면 버스로 가야하는데 역시 돌아가는 것이 마음이 안 든다. 비행기가 안 다니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들렸다가 오는 것인데 후회가 된다. 어떻게 가던 Bariloche에 안 갈 수는 없다.
시내 구경을 대강 끝내고 숙소에 돌아와서 점심을 간단히 해먹고 오후에는 조용히 쉬었다. 숙소는 손님들이 모두들 외출했는지 조용했다. 그러나 저녁때가 되니 손님들이 모여든다. Yanis란 이스라엘 젊은이와 얘기를 나누었다. 가무잡잡한 친구인데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했다. 자기 할머니가 1950년에 이라크에서 이스라엘로 이민 왔단다. 할머니 집안이 언제 이라크로 갔느냐고 물어보니 지금부터 거의 4천 년 전이라는데 꼭 40년 전인 것처럼 얘기를 한다.
Hammurabi 법전으로 유명한 바빌로니아의 Hammurabi 왕이 지금의 이스라엘을 정복하고 그곳에 살던 유태인들을 바빌로니아로 끌고 갔다가 얼마 후에 풀어주었다. 대부분 유태인들은 이스라엘로 돌아왔는데 일부는 바빌로니아에 남았다. 자기 할머니는 남았던 유태인들의 후손인데 거의 4천 년 후인 1950년에 이스라엘로 돌아왔단다.
참 꿈같은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옛날 고구려와 백제가 망한 후 당나라로 끌려갔던 고구려와 백제 왕족의 후손들이 1,500년이 지난 지금 중국 어느 오지에서 (옛 고구려와 백제 왕족들은 중국의 신장성이나 티베트로 보내졌을 것 같다) 고향을 찾아서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얼마나 꿈같은 얘기일 것인가. 1,500년 전도 까마득한 옛날 같은데 4,000년 전이라니, 도대체 감이 안 잡힌다. 그러나 고구려와 백제 유민은 까마득한 옛날에 사라졌다. 유태인들은 4천 년이 지나도 살아남았는데 고구려와 백제 유민은 왜 사라졌을까?
이 집 강아지와 금방 친해졌다. 한 5개월 된 것 같은데 나만 보면 놀자고 덤벼든다. 주인 여자에게 물어보니 개가 세 마리 더 있단다. 이 집에서 한 마리, 저 집에서 한 마리, 이웃들이 줘서 네 마리가 되었단다. 미국 같으면 불임수술을 해줄 텐데, 안 해주니 숫자가 늘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인 없는 개들도 많다. 아르헨티나 뿐 아니라 중남미 나라들이 모두 그런 것 같다. 한국은 불임수술이 아니고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남미에는 쉬운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
Ushuaia는 시내 어디서나 산과 바다가 보이는 경관이 좋은 도시다
남극 유람선이다, 타려고 좀 알아보았지만 너무 비싸서 못 탔다
2004년 2월 6일, 금요일, Ushuaia, Violeta de la Montana
(오늘의 경비 US $18: 숙박료 40, 식료품 15, 환율 US $1 = 2.85 peso)
이곳에는 대형 유람선이 거의 매일 어디선가 도착했다가 하루 밤 쉬고는 떠나버린다. 유람선에서 내린 수백 명의 관광객들은 몇 시간 동안 Ushuaia 시내를 누비다가 유람선으로 돌아간다. Ushuaia에 들리는 유람선들은 대부분 남극을 가는 배들 같다. 관광객들은 비행기로도 많이 오는 것 같은데 주로 Buenos Aires에서 오는 것 같다. 비행기로 오는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남극 유람선을 타는 사람들도 있겠고 Ushuaia가 세계 최남단에 있는 도시라는 것 때문에 왔다가는 사람들도 있겠다. 우리처럼 버스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배낭 여행객들일 것이다.
아침에 나가서 남극 관광을 취급하는 여행사 아홉 군데를 가봤는데 제일 싼 것이 2월 9일에 떠나는 배인데 US $3,000 짜리 하나, US $3,500 짜리 둘이 남았단다. 그 외에는 모두 US $4,000 이상이다. 더 싼 가격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전화번호를 남겼지만 가망이 없을 것 같다. US $2,000 정도면 갈 마음이 있지만 US $3,000은 7박 8일 여행으로는 너무 비싸다. 왜 하루에 US $100 정도 하는 배는 없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 가격에도 충분히 장사가 될 것 같은데.
오늘 점심으로 숙소 부엌에서 갈비찜을 해먹었다. 옆 좌석에서 조용히 혼자 점심을 먹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말을 걸어봤더니 독일 Freiburg라는 곳에서 왔는데 칠레의 한 대학에서 Study Abroad 프로그램으로 임학 (Forestry) 공부를 1년 동안 하고 있단다. 스페인어가 유창하다. 독어와 영어는 더 유창할 것이고 프랑스어도 조금 한다니 네 나라 말을 하는 셈이다. 부럽다.
오후에는 시외로 산보를 다녀왔다. 항구를 지나서 조그만 언덕으로 올라가니 시내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을 찍으려니 항상 메고 다니는 조그만 가방 안에 카메라가 없다. 아침에 숙소 컴퓨터 방에서 카메라를 사용했는데 나올 때 놓고 나온 모양이다.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고 빨리 돌아와 보니 놓고 나온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다행이다. 카메라를 잃어버리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칠레나 아르헨티나는 시골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대도시는 전혀 다르니 방심은 금물이다.
Ushuaia 시내 풍경, 차가 많다
대단한 관광도시다, 지금 여름인데 겨울엔 얼마나 추운지 모르겠다
2004년 2월 7일, 토요일, Ushuaia, Violeta de la Montana
(오늘의 경비 US $60: 숙박료 40, 식료품 19, 관광 120, 환율 US $1 = 2.85 peso)
나는 귀마개를 하고 자서 몰랐는데 어제 밤에 늦게까지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기타를 치며 놀아서 집사람은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한다. 매일 긴장 속에서 살다가 외국에 나와서 긴장을 풀어보는 것인데 돌아가면 또 긴장 속의 생활로 돌아가는데 우리가 이해해 줘야지.
오늘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Ushuaia 앞 바다 구경을 갔다. 아침 9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3시간 동안 앞 바다 Beagle 해협을 다니면서 해조, 물개, 등대 등을 보고 오는 관광이다. 배에는 30여명의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경치도 좋고 날씨도 좋고 바다동물 구경도 할만 해서 즐거운 나들이였다. 단 비용이 1인당 US $20로 좀 비싼 것이 흠이었다. 볼리비아나 페루 같으면 US $5 정도였을 텐데.
항구 입구 조그만 바위섬에 등대가 하나가 있다. 1930년에 Cervantes라는 유람선이 이 바위섬을 들이받고 침몰했단다. 다행히 1,400여명의 승객과 선원이 모두 구조되었는데 며칠 후 이 유람선의 선장이 자살했단다. 결국 한 명의 인명손실이 있었던 셈이다.
돌아오다가 보니 항구에 아르헨티나 해군 함정이 정박해 있었다. 혹시나 해군 함정을 타고 남극 구경을 갈 수 있을까 해서 영어를 하는 유람선 선원에게 물어보니 옛날에는 가능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단다. 그러나 선장은 언제나 손님을 초청해서 태울 권한이 있으니 한번 찾아가서 물어보라면서 해군기지 위치를 가르쳐준다. 유람선 관광이 끝난 후 시내 끝에 위치한 해군기지 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니 웃으면서 불가능하단다. 남극 관광의 가능성이 점점 없어진다.
숙소에 돌아오니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음악에 취미가 많은 그룹인 모양이다. 이곳은 남극에서 약 800km 밖에 안 떨어진 곳이라서 밤 11시가 되어야 어두워진다.
바위섬을 덮고 있는 해조 떼
붉은 부리를 한 해조 세 마리
펭귄인지 해조인지 잘 모르겠다
잠꾸러기 물개 가족
장난꾸러기 물개 한 마리
물개들이 열심히 움직이는 너머로 아름다운 경치가 보인다
외로워 보이는 등대, 이 바위에 유람선이 부딪치고 침몰하는 사고가 난 후에 세운 등대란다
2004년 2월 8일, 일요일, Ushuaia, Violeta de la Montana
(오늘의 경비 US $47: 숙박료 40, 저녁 48, 국립공원 버스표 30, 국립공원 입장료 24, 환율 US $1 = 2.85 peso)
오늘은 Ushuaia에서 멀지 않은 Tierra del Fuego 국립공원 구경을 갔다. 휴가철이라 공원 안에는 캠핑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Ushuaia 시내에서 버스로 갔는데 Lago Roca 호수에서 내려서 호숫가를 따라서 한참 걷다가 Guanaco 산을 두어 시간 올라가니 경치가 좋은 전망대가 나왔다. 그곳에서 점심을 들면서 쉬다가 내려왔다. Lago Roca 호수 한가운데로 아르헨티나-칠레 국경선이 지나간다. 조심하지 않으면 호숫가를 걷다가 국경을 넘기가 쉽다고 한다. Tierra del Fuego 국립공원은 반은 칠레고 반은 아르헨티나여서 국경을 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좀 번거롭다.
어제는 먹는 얘기를 고교 동창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국 음식을 먹어본지가 오래되어서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 순대, 내장탕, 냉면, 자장면 등이 먹고 싶다고 썼다. 된장, 간장, 고추장은 무게가 나가서 가지고 다니기가 좀 힘이 든다. 분말로 된 것이 있으면 참 좋겠다. 라면과 자장면 분말가루를 구할 수 있으면 여행할 때 참 편리하겠다. 국수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분말가루만 있으면 쉽게 라면이나 자장면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다.
저녁식사는 이곳의 parilla (아르헨티나 바비큐) 음식점에 가서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순대, 소시지, 곱창 등 여러 가지 고기를 오랜만에 "배터지게" 먹었다. Parilla 음식점엔 고기 종류가 다 있는데 유독 돼지고기는 없다. 남미에서는 돼지는 별로 안 키우는 모양인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Tierra del Fuego 국립공원에 있는 Lago Roca 호수
2004년 2월 9일, 월요일, Ushuaia, Violeta de la Montana
(오늘의 경비 US $75: 숙박료 40, 식료품 26, Rio Gallegos 버스표 160, Hepatitis A 예방주사 132, 환율 US $1 = 2.85 peso)
남극 관광 갈 확률은 거의 없으니 이제 이곳을 떠나야겠다. 다음 목적지는 Bariloche인데 Peninsula Valdes를 들러서 갈지도 모르겠다. Ushuaia를 떠나는 버스표를 사기전에 마지막으로 여행사에 들려서 오늘 밤 남극으로 떠나는 배에 아직도 자리가 남았는지 물어봤다. 지난번에 물어 봤을 때 3자리가 있다고 했는데 다 나갔단다. 혹시나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값을 내릴까하고 기대했는데 어림도 없는 얘기였다. 남극관광은 포기하고 Bariloche로 가는 버스표를 사러갔다.
Bariloche로 가는 방법은 우선 Rio Gallagos에 가서 거기서 Comodoro Rivadavia나 그보다 더 북쪽인 Puerto Madryn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가서 거기서 다시 Bariloche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는 것인데 금방 문제가 생겼다. 목요일 아침에 떠나는 버스밖에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3일 밤을 Ushuaia에서 더 자야하는데 다른 방법이 없나하고 몇 군데 여행사를 다니면서 알아봐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모두 만원이었다.
할 수 없이 목요일 아침에 떠나는 버스표를 샀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Patagonia 지방은 교통편이 정말 수월치 않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계획이 얼마나 지연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원래 계획은 브라질 Rio de Janeiro에서 2월말에 열리는 삼바 페스티발을 구경하려는 것이었는데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내서 이제는 틀렸다.
Hepatitis A 두 번째 예방주사를 맞았다. 이곳 병원에 가니 지난번 칠레와 마찬가지로 주사약을 약방에 가서 사오면 놔주겠다고 한다. 약방에 가니 다행히 주사약이 있었다. 가격이 US $44로 매우 비쌌지만 사가지고 병원에 가서 맞았다. 10년 동안 효력이 있다하니 더 이상 맞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저녁때는 날씨가 추어져서 방에 있는 히터를 켰다. 저녁 7시가 되니 우리가 타고 싶어 했던 남극 유람선이 기적을 울리면서 천천히 항구를 빠져나간다. 10일간의 남극 관광을 가는 것이다.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시내에서 민박집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2004년 2월 10일, 화요일, Ushuaia, Violeta de la Montana
(오늘의 경비 US $14: 숙박료 40, 인터넷 3, 환율 US $1 = 2.85 peso)
오늘은 제법 추었다. 민박집 딸 Susana 얘기가 여름에도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올 땐 춥단다.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바람이 북쪽에서 불어올 때는 따듯하단다. Ushuaia는 칠레 국경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칠레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Susana도 자기는 Ushuaia에서 태어났으니 아르헨티나 사람이지만 부모는 둘 다 Ushuaia에서 멀지 않은 칠레의 Punta Arenas가 고향인 칠레 사람들이란다. 친척들도 일부는 아르헨티나, 일부는 칠레 태생이란다. Ushuaia에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사람들 외에도 파라과이, 우루과이, 브라질 사람들도 많이 산단다. 일종의 미니 국제도시인 셈이다.
날씨가 추워지니 사람들의 옷차림이 바꿔지고 꼭 겨울이 된 것 같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애들에게 fleece 재킷을 사서 우편으로 부치는데 무게가 불과 1.5kg인데 US $50이 들었다. 인터넷 때문에 국제 통신비는 싸졌는데 사람이나 물건이 오가는 교통비나 물류비는 그대로 비싸다. 교통비나 물류비도 통신비만큼 싸져서 1.5kg 소포 값이 U$50이 아니고 U$5이고 서울에서 미국 San Francisco까지 왕복 항공료가 US $1,000이 아니고 US $100일 시대가 올까 모르겠다.
며칠째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는 스위스에서 온 친구와 아침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스위스를 동경하고 있다고 하니 스위스는 옛날과 달리 이제는 문제가 많은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영어가 서툴고 생긴 것이 프랑스계 같아서 물어보니 그렇단다. 프랑스어를 쓰는 Geneva 출신이란다. Geneva는 교외를 합해서 인구 40만으로 살기 좋은 도시란다. 그러나 날씨는 별로 안 좋아서 11월부터 4월까지는 항상 우중충한 날씨란다. 국제 외교도시라 외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학교에 가보면 한 교실에 외국학생이 30%는 된단다. 자기 생각에는 Geneva 사람들은 외국 사람들에게 별로 친절하지 않다고 한다.
2004년 2월 11일, 수요일, Ushuaia, Violeta de la Montana
(오늘의 경비 US $19: 숙박료 40, 저녁 16, 환율 US $1 = 2.85 peso)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추은 날씨다.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갑자기 서울의 겨울같이 바꿔졌다. 근처 산으로 등산이나 갈까 하다가 추워서 그만두고 민박집에서 하루 종일 보냈다. 바이러스 때문에 안 되던 민박집 컴퓨터가 고쳐져서 오늘은 인터넷을 할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는 드디어 Ushuaia를 떠난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