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병창으로 올라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제일 좋죠. 올라 갈 때 힘들지만 그만큼 정상에서 보는 경치도 감동적이에요. 너무 일반적인 코스라 생각한다면 비로봉으로 올라 향로봉과 남대봉까지 종주해서 신림이나 금대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권합니다.”
구룡계곡에서 태어나 1973년 도립공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립공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조부부터 3대째 살아온 이상구(63)씨는 치악산이 집이요, 일터다. 치악산의 매력을 묻자 “특별히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서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이만의 솔직함이 묻어난다. 그가 꼽는 명품코스는 비로봉에서 남대봉까지 주능선을 종주하는 코스다. 기왕이면 상고대가 피는 겨울이나 단풍이 좋은 가을이 최적기라 한다. 원주 토박이인 치악산산악구조대 조원택 대장은 황금코스로 금대리~영원사~남대봉~향로봉~비로봉~구룡사 길을 꼽는다.
“구룡사를 들머리로 시작하는 코스는 너무 흔해요. 영원골이 한적하고 운치 있어 산을 오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치악산의 보석인 상고대를 제대로 보려면 능선을 종주해봐야 합니다. 다만 장거리 산행에 익숙한 베테랑에게 추천합니다.”
[ 미니 인터뷰 ]
치악산사무소 권혁균 소장 “치악산의 정체성을 찾아 공원 역량을 집중하겠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건, 치악산국립공원을 어떻게 관리할 건가, 치악산의 정체성은 뭔가 하는 것들입니다. 치악산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국립공원 중에서 탐방객이 적은 편입니다. 치악산만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정체성을 뽑아낸다면 공원의 역량을 집중하기가 더 수월해질 겁니다.”
새로 부임한 권혁균(54) 치악산사무소장은 둘러치거나 형식적인 것 없이 있는 그대로 터놓고 얘기한다. 경북대산악부 출신답게 산꾼 기질이 일을 할 때도 드러난다. 공단 내에서도 추진력 강하기로 손꼽히는 그는 이에 걸맞게 공단 홍보실장과 경주국립공원 초대 소장 등 쉽지 않은 일을 맡아왔다.
이런 그가 고민하는 것은 수도권에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탐방객이 적은 치악산국립공원을 어떻게 특색 있는 국립공원으로 만들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역민들과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횡성 부곡리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능선코스와 영원산성 코스의 개방을 검토 중이다.
또한 지난해 국방대학원을 다닌 경험을 살려 인근 부대 장병들에게 국립공원 이용 안내 영상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초대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원하고 적극적인 경북대산악부 OB, 권 소장이 치악산국립공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 산행 길잡이 ]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치지 않도록 준비해야 아침 일찍 나서야 하는 당일산행 23km, 3~4월 경방기간엔 구룡사 원점회귀 강추
▲ 치마바위에서 본 북서쪽 파노라마.
치악산은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친다 하여 치악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행이 힘들기로 소문났다. 산세가 가파르고 계곡이 깊어서 그런 말이 생긴 게다. 대표적인 산행 코스는 구룡사 원점회귀 코스다. 큰골과 사다리병창을 거쳐 비로봉에 선 다음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여길 간단한 코스라 생각한 사람들이 산행 후에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친다”고 얘기한다. 겉으로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힘들다는 얘기다.
산행이 시작되는 구룡사문화재관람료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실주행 거리는 7.6km, 왕복 15km 정도다. 치악산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간단한 코스지만 당일산행으로 15km는 초보에게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또 사다리병창 2.7km 길은 급경사에 계단이 끝없이 늘어서 있어 인내력 테스트에 어울린다. 반면 산행의 노고에 비해 설악산처럼 눈을 확 잡아끄는 비경은 없으므로 투덜대며 하산하는 이들도 간간이 있다.
명품코스인 금대리~남대봉~비로봉~구룡사 코스는 23.4km로 당일산행으론 상당히 긴 편이므로 베테랑 산꾼이 아니고선 무리다. 다만 능선 중간의 곧은치와 입석사 갈림길에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어 체력과 시간을 안배해 산행을 조절할 수 있다. 국립공원답게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길찾기는 쉽다. 비교적 힘든 코스는 영원골에서 주능선으로 이어진 길, 향로봉 오름길, 원통재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진 길, 사다리병창 등이다. 영원골을 올라 주능선에 닿으면 바로 남대봉으로 가는 길과 상원사를 들렀다 가는 길을 택할 수 있다.
치악산은 전체적으로는 육산이지만 비로봉과 사다리병창 등 곳곳에 바위가 뒤섞여 있고 오르내림이 심한 편이다. 응달진 곳에는 빙판이 있으므로 3월에도 아이젠을 챙겨야 한다. 가민 콜로라도 300 GPS로 확인한 실주행 거리는 23.4km다. 3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는 산불조심기간이라 주능선 종주는 통제된다. 그러나 구룡사와 비로봉을 잇는 원점회귀산행은 가능하다.
교통 (지역번호 033) 종주산행은 교통이 문제다. 치악산 종주도 마찬가지다. 금대리에 승용차를 세우고 산행 후 택시로 돌아갈 경우 3만~4만 원 정도 요금이 든다. 구룡사에서 41번 버스를 타고 원주 시내로 나와 택시를 타고 금대리탐방안내소로 갈 경우 1만5,000원 정도 든다. 원주 시내에서 금대리행 버스는 원주역이나 구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21, 22, 23, 24, 25번 버스를 타면 된다. 산행 후에는 구룡사에서 41번 버스를 타고 원주 시내로 간다. 관설동에서 구룡사행 41번 버스는 05:35분부터 21:5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버스터미널은 지나지 않으므로 터미널로 가려면 ‘한일주유소’에서 내려 31, 33, 34, 35번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숙식 (지역번호 033) 금대리 영원사 입구에 숙박업소가 몇 있다. 황토골민박(762-3241), 계곡산장(763-3087), 진선미민박(762-1488), 청운산장(763-5884), 금대장여관(763-6663) 등이다. 구룡사 입구는 숙박업소가 많다. 치악식당(731-8825), 오성상회(731-5601), 물레방아식당(731-8550), 선달상회(732-0628) 등이다. 구룡계곡 진입로에 있는 쌍다리식당(731-1231)의 감자전(5,000원)과 더덕구이(1만5,000원)가 별미다.
▲ 남대봉 부근에 있는 상원사.
볼거리 상원사 상원사는 치악산 비로봉 남쪽 남대봉(1,181m) 기슭에 있는 절로 100평 남짓한 돌바닥 위에 세워져 있다. 절 앞 바위틈에서는 시원한 샘물이 솟아오르고, 그 앞에는 40여m의 벼랑이 있으며 벼랑 끝에는 계수나무 3그루가 서 있다. 치악산의 유래가 된 은혜를 갚은 꿩의 이야기가 이 절에서 생겨났다. 창건은 정확치 않으나 석탑 등의 유물로 보아,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