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이면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일대 ‘안흥찐빵마을’에 길손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다.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으로 나가 오른쪽에 매화산을 끼고 평창으로 넘어가는 42번 국도를 타 10분쯤 가다보면 ‘안흥찐빵마을에 오심을 환영합니다’라는 푯말이 나타난다.
국도변과 안흥면사무소 일대가 온통 찐빵집이다. 1998년부터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20여개 업소가 들어서 있다. 빵집이 많다보니 집집마다 간판에 ‘원조’ ‘본가’ ‘전통’ ‘시골’ ‘할매’ ‘고향’ ‘본점’ 등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놓았다. 심지어 ‘시조’라고 쓰인 간판을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진짜 원조는 33년 전통의 심순녀(58)씨 찐빵집이다. 면사무소 맞은편 허름한 외형의 ‘안흥찐빵’과 국도변, 파출소 옆에 각각 있는 ‘심순녀 안흥찐빵’ 등 모두 3곳이 있다. 현재 파출소 옆의 것은 딸 소유인데, 면사무소 맞은편 것도 차차 동생한테 물려준 뒤 심씨는 앞으로 국도변의 것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심씨의 가게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항상 붐빈다. 찢어지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생계수단으로 찐빵을 팔기 시작한 심씨는 빵맛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몇년전엔 ‘신지식인’에까지 뽑히며, 현재의 안흥찐빵마을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이 집에서는 밀가루와 계란 등으로 반죽한 것을 1차 숙성시킨 뒤, 팥소를 넣고 둥그렇게 빚어 온돌방에서 30분 동안 2차 숙성시킨다. 이 때문에 기계 숙성기를 사용하는 다른 집에 비해 빵에 찰기가 더하고 촉감이 좋다.
반죽과 팥소에 들어가는 재료의 비율은 ‘며느리도 모르는’ 비밀이다. 밀가루 20㎏들이 한포대로 빵 650개를 만드는데, 하루 10포대를 쓴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찐빵엔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심씨는 요즘에도 양철 솥을 여닫으며 직접 찐빵을 쪄내 활짝 웃음을 곁들여 손님을 맞고 있다. 1개 250원. 심순녀 안흥찐빵(033-342-4460~1, anhungjjbb.com), 안흥면사무소(033-340-2603)
안흥/글·사진 김종태 기자 jtkim@hani.co.kr
●주변 먹을거리
안흥면에서 411번 지방도로를 타고 강림쪽으로 10분쯤 가면 강림4리(가천리)에 ‘강림순대집’이 있다.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을 듬뿍 풀고 직접 만든 순대에 우거지를 곁들여 뚝배기에 펄펄 끓여낸 이 집의 순대국 맛을 ‘전국 최고’로 극찬하는 이도 있다.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주인 배순연(60)씨는 애초 순대를 너무도 좋아한 시아버지를 위해 만들다가 식당을 열게 됐다고 한다. 한그릇 4000원. (033)342-7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