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기를 향한 선교학의 방향 / 이태웅
세계복음주의 협의회 선교위원회 주최로 선교동향평가회의가 1999년 10월 10일부터 15일까지 브라질에서 열렸다. 1974년 로잔대회이후 가장 중요한 복음주의자들의 모임 중의 하나라고 혹자는 말했다. 또한 복음주의 선교학을 평가하기 위해 모인 것은 역사상 유래 없는 일이었다. 참가인원을 볼 때에도 53개국으로부터 16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화 '미션'의 배경이기도 한 이과수 폭포가 있는 이과수에서 개최된 데에는 그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겠다.
식민지적 선교의 전형적인 형태를 깊이 반성하고 선교 새 천년을 열고자 하는 의도도 그 밑에 깔려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모임은 수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성사되었다. 이 모임의 원래 의도는 지난 반세기 동안의 선교학 동향을 살피고 앞으로 다가오는 새 천년에 선교학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대회가 열리기 전에 각 나라별로 선교운동을 어떻게 일으킬 수 있겠는가 하는 모임들과, 또 더 나아가서는 선교사 관리와 선교에 있어서의 동역(partnership)의 방법 등을 논하기 위해 여러 분과위원회가 같은 자리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 모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무엇보다도 선교동향에 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진행과정을 보면 모임이 시작되기 전에 각 분야별로 핵심적인 인사들이 중요한 주제에 대한 논문을 써서 참가예정자들에게 미리 읽게 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저자들에게 보내도록 하였다. 그리고 모임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각 나라별로 안배한 몇 명의 강사들이 전체모임에서 공식적으로 논문들에 대한 소감을 표시했다.
이런 전체모임 이외의 지역별 모임에서는 각 지역에 나타난 선교학의 형태에 관한 논문들이 제시되었다. 거기서 그 지역별로 나타난 선교의 이슈들이 수집되었다. 이러한 지역별 이슈들에 대한 반응은 따로 종합하여 후에 책으로 나올 때 그 내용들이 반영될 것이다. 그밖에도 두뇌은행(think tank)식 모임을 운영해서 각 분야별로 앞으로 복음주의 선교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는 소모임들이 병행되었다.
여기서 나온 내용들도 역시 나중에 종합되어서 책으로 나올 때 반영될 것이다. 또 다른 한편 이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곱 명의 선언문 작성위원들이 형성되었다. 이 위원들이 이미 나와있는 논문들을 중심으로 선언문 초안을 만들어서 회의가 시작된 후 이것을 전체 회원들에게 배포하였다. 4페이지에 해당하는 이 초안은 모든 회원들이 수정해서 다시 위원회에 제출되었고, 위원회는 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그것들을 종합해서 두 번째 초안을 전체 회중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또 다시 수정작업을 해서 최종적인 초안을 마지막 날 전체 회중에게 제시하였고 약 3시간의 공동작업을 통해서 어느 정도 통일된 합의안이 나왔다. 이 최종선언문은 현재 각 지역/나라별 협의회, 선교채널, 전자매체 및 글자매체를 통하여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서 소개된 중요한 논문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A. 현세상에 대한 평가에 대한 논문으로서 사무엘 에스코바(Samuel Escobar)박사가 작성하였다.
여기서 그는 현세상을 다음 11가지 특성으로 나누었다.
1. 성경은 번역이 가능한 것으로서 문화적인 적응이 용이하다.
2. 이제는 세계의 교회가 형성되었다.
3. 영적으로 보았을 때 서구에서 비서구권으로 복음주의의 구심점이 옮겨졌다.
4. 세계화와 상황화의 긴장상태에 처해 있다.
5. 가난과 불평등은 계속 존속되고 있다.
6. 기독교권은 결국 종식되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7. 현재 포스트모던 문화권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8. 새로운 문화에 필요한 새로운 종교성이 필요하다.
9. 옛 종교와 근본주의자들의 전쟁이 계속될 것이다.
10. 오순절적 현상들이 현존하고 있다.
11. 성서적 선교의 재발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B. 영국의 열방대학(All Nations Christian College)의 학장인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박사는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논문을 제시하였다. 이는 현대선교계에 있어서 첨단분야로서 복음주의자들의 입장천명이 필요한 분야이다.
C. 스리랑카의 지도자인 아지스 페르난도(Ajith Fernando)는 매일 아침 삼위일체 선교의 기초와 그 접근에 대하여 성서 강해를 하였다. 이를 통해서 우리의 삶과 더 나아가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의 연관성에 대해서 이번 대회의 기초를 놓았다.
D. 타이트 티에노우(Tite Tienou)는 "성서와 교회와 인류:누가 선교를 해야 하는가"라는 논문을 썼으나 그가 직접 발표하지는 못했다.
E. 중요한 논문 중의 하나는 "범세계 선교학의 프로필"이란 제목으로 케냐의 토쿤보 아데예모(Tokunboh Adeyemo)박사가 발표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논문은 성서적인 관점에서의 사역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였 으나 범세계적인 선교학의 프로필을 작성하는 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F. 폴 히버트(Paul Hiebert)박사는 영적 전투와 세계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세계관의 관점 에서의 영적 전투를 조명해 주는 것이었다.
G. 발딘 스토이에른겔(Valdin Steuerngel)은 영화「미션」을 통해서 역사적으로 선교가 어떤 오류를 범했 는가를 생각해 보고 반성하는 기회를 갖게 하였다.
H. 복음주의적 선교학의 전반적인 흐름에 관한 논문은 역시 사무엘 에스코바(Samuel Escobar)박사가 발표 하였다. 이 논문은
첫째로 빌리 그래함 등의 전도부흥회와 복음주의적 선교학자들의 역할, 세계적인 복음주의 적 교회의 활성화 등을 배경으로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였다.
둘째로 이런 추세는 베를린 대회와 로잔 제1차 세계복음화대회로 연결되었다.
여기서 그는 로잔 제1차 세계복음화대회의 성격을
⑴ 통합적 선교,
⑵ 협력선교,
⑶ 범세계적 선교,
⑷ 선교상황 연구 등으로 보았다.
셋째로 그는 선교학적 추세로서 선교의 발전상황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다. 먼저 식민지시대 후의 선교학, 두번째로 경영식 선교학(Managerial missiology)이 대두되었다.
주로 미국적 선교학에 대한 비판의 이론으로 대두된 경영식 선교학은 실용주의적이나 신학적 근거가 등한시되는 축소형적 선교학이라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복음의 역동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하였으며 문화와 사회과학적인 면의 통합을 시도했다고 보았다. 그리고 영적 대결 개념도 새로운 시도로 보았다. 반면에 신학적 통합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그는 변두리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는 비판적 선교학을 2/3세계의 선교학으로 규정하였다. 그 예로서 레네 파딜라(Rene Padilla), 오란도 코스타스(Orando Costas) 등의 글을 들었다. 이것들은 현존하는 서구중심 선교학을 비판하고 보다 통합적인 선교학을 제시한다.
전체 대회의 흐름을 평가한다면, 초점은 세계복음화에 맞추어졌고, 전략 면에 있어서는 미전도종족 중심 교회 개척도 크게 수정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10/40창 등 일부 선교전략 면에 있어서 축소적인 면이 지적되었고, 범세계적 선교학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구동성으로 제창되었다. 대회 구성인원이 말해 주듯이 이론과 실천적인 면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면이 강조되었다. 이 대회는 학자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실제로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사람들과 행정가들이 함께 모였다.
이것은 미래의 선교학이 강의실에서만 논의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면이기도 하다. 또 협력선교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삼위일체 신앙과 선교의 접목에 대한 중요성이 선교학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대두되었다. 특히 삼위일체 하나님과 선교의 연관성이 여러 번 언급되었다. 이것이 아지스 페르난도의 강해와 분과모임을 통해서 지적되었고, 두뇌은행식 모임에서 나온 의견은 주로 이 면에 치중했다고 본다.
특히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신학, 더 나아가서는 급변하는 새 천년대를 생각할 선교학이 전적으로 새롭게 쓰여져야 한다는 의견들도 적잖이 나왔다. 이 대회가 갖는 역사적 의의를 잠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이 대회는 복음주의자들만이 모여서 선교학적 전반에 관한 것은 논의한 것으로서는 역사상 최초의 일이라고 보여진다. 로잔대회는 좀더 폭넓은 신조, 선교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 것으로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을 열었다.
반면에 선교학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로서는 적합한 장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모인 것은 그런 선교학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지적했다는 면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나온 선언문이 곧 이 대회에서 다루어졌던 선교학적인 소재들과 느낌을 담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선교연구지에 실린 선언문들을 보게 되면 그 방향을 좀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선언문들은 각 지역별로 확산되어서 그 지역에서 그 선언문을 토대로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선언문을 채택할 수 있도록 1년의 시간적 여유를 두었다.
1년 후 전자매체를 통해서 이 선언문들을 수집하여 평가한 후에 원래 채택된 선언문과 함께 각 지역별로 나타난 요구들과 선교학적인 예들을 함께 기사화하여 싣게 될 것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범세계적 선교학(Global Missiology)의 중요한 기초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이 선언문은 각 협의회별로 지역협의회 혹은 국가협의회와 단체별로 확산일로에 있다. 콜롬비아 신학교는 전체 교수들이 모여서 이 선언문을 가지고 토의를 하고 그들의 의견들을 제시하였다. 인도선교협의회에서는 그 소속단체들에게 이것을 보내서 그들로 하여금 내용을 평가하게 하고 있다.
카나다는 각 선교관련자들에게 이것을 보내고 그들의 의견을 수집해서 그들 나름대로의 선언문을 채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폴 히버트 박사는 이 선언문에 대해서 이렇게 논평을 하였다. " 이것은 21세기로 들어가는 데 있어서 선교학의 한 걸음을 내딛는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 나라도 선교사들과 학자들과 선교단체 지도자들이 이것을 보고 적절한 때에 함께 모여 우리의 의견을 표명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 출처 :글로벌선교연구 http://www.gmt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