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후보의 정체성 혼돈과 절망
어제 KBS 정관용의 심야토론을 보았다. 한나라당 패널이 나오지 않았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BBK가 토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회창 진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각 후보에 대한 선전이 대세를 이루었고, 정체성이나 정책에 대한 토론은 턱없이 부족했다. 정동영후보 진영에서는 민병두가 나왔다.
그는 수구부패세력의 부활을 저지하는 것이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수구부패세력에는 이명박과 이회창이 한가운데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도심속의 집회와 시위를 막겠다고 하는 이회창의 발언에 대해서는 10년, 아니 20년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사고에 다름 아니라고 항변하였다.
이점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침묵은 동의라는 말도 필요없다. 이미 우리사회가 이뤄놓은 새로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수구부패세력을 대표하는 두 후보를 반대하는 것이다. 이는 당근이요, 말밥이라 하겠기에 더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문제는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명쾌히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민주개혁세력, 또는 민주평화개혁세력이 특히 지지할 수 있는 후보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17대 대선에서 서글픈 점이다. 누구를 반대한다 해서 누구를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10년이 민주화세대와 평화개혁세력이 우리정치를 반석위에 올려놓았고, 향후 미래의 선진정치로 전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였던 기간이었음을 몸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기에 역사를 되돌리려 하는 세력에 단한표도 줄 수 없다는 점은 지극히 당연하다. 과거 유시민류의 과유불급에 해당하는 이른바,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이는 쓸데없는 말이다. 제도권 정당이 비록 수구꼴통당이라 하더라도 많은 국민들이 당원으로 있고 지지하고 있는 실정에서 그들이 집권한다고 하여 나라가 망하진 않을 것이란 말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한 반면에, 굳이 그렇게 말함으로써 얻는 실익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권을 넘겨주자는 말이 아니라면 언필칭 민주개혁세력이라 하는 정치인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부적절한 말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수준이고 우리정치인들의 수준임을 보여주는 지표로서의 의미가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
어쨋든 본론으로 돌아가서, 민병두는 반부패세력의 본진으로서 대통합민주신당을 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선 세가지 관점으로만 생각해 보겠다. 첫째 정후보가 몸담은 당은 부패한 세력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민주화 세력의 타이틀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집권당으로 행세한 자들이다. 국민의 정부 말기엔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고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가 양산되었다. 권노갑은 수없이 감옥에 들락거리고, 박지원이 대북지원 혐의로 참여정부에서 구속되었기도 하다. 이외에도 국민의 정부시절 친소관계에 의해 남발한 공적자금이 부메랑이 되어 참여정부의 재정적자에 대한 누가 되고 있다. 어차피 차떼기당에 비할 순 없다는 의미에서의 상대적 우위에 있었다 할 뿐, 국민의 정부도 정경유착과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의 구성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고위 당직자나 재선급 이상 국회의원들은 모두 민주당 출신이 아닌가.
그들은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주체들로서 또다시 열린우리당을 깨고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당에 굴욕적 야합을 제안했다가 내부 반발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것은 진정 참여정부의 파트너이고, 집권당으로 역할을 하고자 했던 그나마 민주개혁세력의 타이틀에 걸맞는 정파들의 쿠데타에 의한 것이다. 쿠데타가 실패했다 하여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부패세력의 구성원이었음과 개혁을 사칭한 반민주세력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 존재들인 것이다. 둘째는 대통합신당의 정동영후보가 진정 참여정부의 승계자가 아니며, 정확히는 정권을 찬탈하려는 세력을 대표한다는 점이다. 이들 대통합민주신당은 4년간 국정파트너로서 개혁법안을 폐기하는데 방조하고도 민심이반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커녕 자신들이 참여정부의 구성원이 아니었다는 점을 은근히 부추기고자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를 줄기차게 시도해왔던 당사자들이다. 이점은 노무현의 공과를 계승, 극복하려는 진정한 민주평화개혁세력들로서는 할 수 없는 작태라 할 것이다. 그들을 범여권으로 불러주는 언론에 감사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언론을 비판만 하고 있다. 무책임한 정치세력이자 이중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당에게 어찌 지지를 호소할 것인가. 참으로 민망하고 딱한 정당의 후보가 정동영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여러번 제기했고 현재 서울남부법원에서 소송이 진행중이기에 생략하지만, 참으로 그들은 최소한의 의결정족수 산정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고, 주먹구구식으로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정족수를 충족했다고 선언하고 뒤에 짜맞추고 조작했다는 혐의를 짙게 하고 있다. 기존에 법원에 제출한 각종의 증거와 서면자료를 보면 이는 명백한 일이다. 따라서 그들이 정법을 지향하며 부패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자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참으로 반부패수구꼴통들의 정권탈환에 맞서는 자들의 이중성에 한숨이 나온다. 그것은 정도의 문제이지 질적인 차이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 한나라당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정통 노선이자 전선이라 할 것인가. 결론만 제기하면 이렇다. 2002년 노무현후보가 제안하고 실천해온 바, 새로운 정치에 대한 확고한 청사진이 그것이어야 한다. 반지역주의와 반구태정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이 지향하였던 정책과 노선을 온전히 승계하고, 참여정부가 하고자 하였으나 그들 스스로가 부정하였던 개혁적 정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선행하고 이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반지역주의와 정치개혁으로 열린우리당으로 표현되는 정책정당, 전국정당, 백년정당의 기치에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의 실적인 평화통일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점에 대해 정동영후보는 이미 실패한 것이며, 한나라당에 저항하는 반부패전선은 패배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여기에 첨언한다면 정동영이 아니라 하여 문국현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정권을 잡고자 하는 정당의 일원으로 충분히 국민에게 어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총체적으로 민주개혁평화세력이 직면한 딱한 사정이라 할 것이다. 각자 혜안을 내어 진정한 승리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도출해야 할 것이다. 답답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