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직장의 도움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경영 대학원을 마칠 수 있었다. 그것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회사 직원들에게 학습문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였고,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교육 예산을 최우선으로 배려하였다.
중소기업 오너 사장 중에서 “직원에게 많은 교육투자를 하였더니, 몸값을 키워서 대기업으로 가버리더라” 라며, 직원들의 교육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푸념을 듣곤 한다. 그러나, 성장의 가능성이 직원 장기근무의 주요 원인이고, 비록 이직하였더라도 모회사에 대한 호의를 지닌 인적 네트워크의 확산을 생각한다면, 학습문화 구현은 경영자의 최우선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학습은 경영자에게도 평생의 과업이다. 학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해당분야의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교수님들은 학술적 용어정의에 많은 의미를 둔다고 한다. 용어정의가 명확한 의사소통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일전에 “마케팅”이냐 “마아케팅” 이냐를 놓고 우리나라 마케팅(마아케팅) 학문의 쌍벽을 이루는 두 교수님의 학파가 서로 반목과 경쟁을 하였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사실인지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는 마아케팅(마케팅)의 용어가 학파의 정체성을 특징 지울 정도의 무게로 인식된 것 같다.
경영자에게 정체성이 있다면, 그들이 제일 먼저 채득하여야 하는 용어가 Q(Quality). C(Cost). D(Delivery) 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품질, 원가, 납기 세가지는 시간이 흘러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하더라도, 영원한 경영자의 숙제이며 과업임이 틀림없다. 이들 세가지를 통제한 연후에나 고객감동, 사회적 책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Q는 산포를 줄이는 것이다. 간단한 정의지만 이를 이해하고 현업에 적용하는 데는 수 주일의 학습이 필요하다. 1980년대 꽃피운 일본의 품질경영은 2차 대전 후 일본의 산업계 리더들이 에드워드 데밍과 조셉 쥬란과 같은 미국 품질경영의 구루들을 초청, 노하우를 전수받아 시작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이 주창한 이론은 BPR, 6시그마, BPM등의 여러 학문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그 근본은 TQM(Total Quality Management)에서 출발하였다. 과거에는 보다 높은 품질향상(목표값의 산포를 더욱 줄이는 것)은 기하급수적 비용투자를 요한다는 선입관이 만연하였으나, “불량은 없앨 수 없다! 는 직원들의 안이한 마음에서 바로 품질은 시작된다”는 문화적 관점이 우세하다.
둘째, C는 그룹테크놀로지와 규모의 경제, 신기술과 대체 신소재, 작업자의 학습과 생산성증대, 관리능력의 향상 등을 통해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로부터 줄 곳 기업의 핵심과제였으며, 포드와 테일러 시스템과 같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도모되었다. 과거에는 생산 원가만 고려하였다면 다품종 소량, 변종변량, 최종적으로 개별사양의 생산체제 그리고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지금은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친 코스트까지 검토하여야 상황이 되었다. 즉, 생산단계에서는 저렴한 대안이더라도 유지보수, 수거 및 폐기까지 고려할 때 더 큰 생명주기 비용을 유발시키지 않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셋째, D가 의미하는 납기는 기회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현재 가장 중요시 되는 과제이다. 개발납기, 생산납기, 공급납기 등 시간의 경제가 규모의 경제보다 더욱 중요시되는 현대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경쟁사보다 출하시점을 놓치게 되면, 개발비는 물론 선발 경쟁사의 덤핑으로 회사는 파산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감성집약적인 소비재 산업이 그렇고, 반도체산업이 또한 그렇다. 납기 단축의 핵심은 동시공학(디자인) 방법론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의 절감에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회사의 덩치가 큰 기업일수록 IT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는 커뮤니케이션 비용 절감에는 한계가 있다.
나빠진 생산성과 경영목표를 분석할 때마다 그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고 싶은 것은 경영자들의 속성인 듯 싶다. 그때마다 내게는 QCD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셨던 대학원 교수님의 말씀을 상기시키게 된다. “우리나라의 일부 경영자와 정치관료들은 우리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일본의 4분1, 미국의 3분1임에도 창피한지 모르고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일본과 미국의 자본장비도(생산설비와 같은 장비의 투자액)가 우리와 현격한 차이가 있음에도 선진국 수준의 생산성을 근로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이 같은 태도는 한마디로 선진국은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고 있는데, 우리직원에게는 삽질을 시키면서, 왜 선진국만큼 생산을 못하는가! 하고 비난하는 것과 같다 할 수 있습니다.” 경영자들에게는 자신을 경계하는 귀중한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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