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서 수일(徐 守一)
대자호: 超聲
어린 시절과 지나온 날들
저는, 충남 논산 한 산골마을의 산마루 외딴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말을 시작할 때부터 가수가 되겠다고 했고. 어려서부터 노래를 잘 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나무위에 올라가 산이 떠나가도록 노래 부르고 자연과 벗하며 지냈습니다.
우리들이 성장하자, 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신 부모님께서는 초등학교 시절에 대전의 학교로 전학을 시키셨습니다. 시골에서 언니들만을 벗 삼아 자란 탓에 친구들과 교우관계를 원만히 맺지 못하고, 대도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어머니께서 크게 걱정하셨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소심함으로 가득한 어두운 날들로 추억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피아노 레슨을 받고 어린이 합창단 활동을 하며 활기를 찾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사람에 대한 두려움증과 소극적 성격이 음악활동을 통해 다소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선생님들의 사랑과 인정으로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 성악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 했고,대전 시립소년소녀합창단에서 본격적인 연주활동을 하며 연주가의 기본 교육을 받았습니다. 각종 음악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크게 키웠고, 음악을 배워 나가는 즐거움에 빠져 사춘기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때에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학교 음악 선생님께서 무료로 성악레슨을 해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습니다.
어려서부터 희망하던 음악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에 위치한 계원 예술고등학교 음악과에 입학하여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예술고등학교는 학비가 많이 드는데,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보살핌으로 성악 선생님의 무료 레슨과 학교 장학금, 경기도 예능특기 장학금을 받으며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었습니다. 예고 시절은 당시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께 좋은 가르침을 받은 중요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각종 음악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것을 비롯해 음악학과 지도 선생님들의 인정으로,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치게 커졌습니다. 두 번의 서울대학교 입학시험에서 낙방하면서 음악에 대한 독선과 오만을 버리게 되었지만, 입시에 실패하면서 선생님들의 보살핌이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레슨비가 없어서 레슨을 받기 어려울 때, 입시학원의 선생님께서(음악과 아무 연관이 없는 단과 학원 강사 선생님) 레슨비를 도와 주셔서, 경원대학교에 좋은 성적으로 입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경원대학교 졸업 후 경제적인 어려움과 성대에 문제가 생겨서 유학을 포기하고 직업을 선택하여 시립예술단에 상임단원으로 입단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 덕분에 좀 더 마음 놓고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직업 성격상 자유시간이 많아서, 개인적인 공부와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안정적인 환경 때문에 한편으로는 음악적인 매너리즘에 빠지고, 그 일상 젖어 자기 계발이나 발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나태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삶에 어떤 희망을 찾지 못하고 공허하게 안주하던 때에, 불교와의 인연은 삶에 새로운 방향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불교에 눈을 뜨면서 그동안 타인의 도움만으로 음악을 배워왔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렇게 귀하게 배운 음악을 왜 나누지 못하고 나태하게 안주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나 하는 참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은혜로 배운 음악은 나의 것이 아니니, 은혜를 받은 만큼 이웃에게 기쁨을 주는 음악으로 회향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내 음악을 어떻게 회향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순수 봉사를 위한 합창단, <아비라테 앙상블>을 창단하였습니다.
불교인연과 선도회에 입문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2년 만에 어머니께서도 뒤를 따르셨습니다. 불자이셨던 어머니께서 6개월을 암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대구 관음사의 우학 스님께서 쓰신 책 <산위의 눈뜬 물고기>, <저거는 고기 묵고> 시리즈를 읽어 드리고, 불교 라디오 방송도 함께 들으면서 직접적으로 불교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우학 스님의 책을 좋아하신 인연으로 대구 관음사에서 49재를 올렸는데, 처음으로 “절에서 노래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종교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예술고교 시절부터 기독교 교회 성가대 솔리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었으나, 기독교에 대한 믿음은 전혀 생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어머니 49재로 대구 관음사에 다녀 온지 얼마 후 교회 성가대를 그만두고 우연히 서울 조계사에 부지휘자로 재직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조계사는 말 그대로 한국 불교 1번지 사찰로,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중심적인 사찰입니다. 서울 조계사에서의 2년의 재직기간은 기복 불교가 아닌 수행의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기회였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 불교음악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몸소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불교 음악의 문제점을 보완해 보려는 생각에 조계사 부지휘자를 그만 두고,아비라테 앙상블을 창단했습니다. 인터넷 까페로 단원모집을 시작하여 구성된 아비라테 앙상블은, 까페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한 문제였는데, 까페의 활성화를 위해 여러 불교에 관한 법문, 동영상 자료들을 찾아서 게시판에 올렸고, 이때 법경 법사님의 불광사 법문 동영상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크지 않은 단체이기는 하나, 젊은 나이에 단체를 이끌다 보니 지혜로운 리더가 되는 일이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지혜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절 수행에 매진하였으나, 절 수행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고, 이때 마침 법사님의 법문을 듣고 참선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완묵 대자 언니가 참선에 크게 관심을 가지면서 여기저기 자료를 모으던 중 법사님께 입문해서 참선지도를 받자고 제안했습니다. 마침 제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던 터라, 언니를 따라 선도회 잠실 모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2006년 6월8일)
선도회 입문 후의 삶
선도회에 입문 한 후 참선공부는 삶에 새로운 기쁨이 되었습니다. 전통사찰의 참선 수련회가 있으면 만사 제치고 달려가 참여하고, 날마다 좌복에 앉아서 수식관하는 시간을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며 새로운 공부에 적응을 해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5분도 길게 느껴지더니, 아침저녁으로 날마다 앉으면서 6개월 정도 지나자, 앉아서 수식관에 집중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 졌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마음 깊이 잠재해 있던 우울증과 어두운 마음이 사라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벌써 참선을 시작한지 4년이 되었는데, 돌이켜 보면 가랑비에 옷 젖어 들듯 서서히 바뀐 삶이, 이제는 예전과 많이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내면적으로 어두운 면이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고, 큰 감정의 변화 없이 밝고 명랑한 상태로 늘 하루하루를 안정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일에서의 큰 변화는, 무대공포증의 극복입니다. 예전에는 연주전에 무대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참선을 통해 쌓인 아랫배의 힘으로, 무대에 섰을 때 두려움 없이 당당히 서게 되었고, 화두를 잡는 집중력 덕분에, 연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단전호흡이 튼튼하게 자리 잡으면서, 노래 할 때에도 호흡이 안정적이어서 노래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막연하게,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배운 음악을 이웃과 나누고 싶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편안한 일상 속에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흔들리곤 했는데, 이제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삶을 이웃들을 행복하게 하고, 이웃들의 마음을 밝힐 수 있는, 맑은 음악을 작곡 하고,연주 하고,함께 부르는 음악인의 삶을 살고자 합니다. 미래 삶의 목표가 뚜렷이 정해지고, 그 목표를 어떻게 이루며 살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의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배움과 경험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10년의 시간을 두고 아비라테 앙상블을 이끌면서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쌓고, 선 공부가 무르익어 때가 오면, 그 동안 쌓은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선도회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겠습니다. 선지에 밝은 음악인이 된다면 주변의 이웃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선도회가 <사단법인 선도성찰나눔실천회>로 큰 도약을 이루면서, 성찰과 나눔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크게 비상할 때, 그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 큰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선도회는 제 삶속에 가장 크고, 가장 소중하고, 가장 중요한 가치를 전해 주셨습니다. 더불어 살고 있는 이웃을 보는 눈과, 세상의 아픔을 느끼는 가슴을 갖게 된 것이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깨달음이라는 것은 아무나 성취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저 지혜로워 지고 싶다는 생각에 선도회에 입문 했으나,때가 무르익으면 아무것에도 걸림 없는 대자유인으로 이웃과 더불어 나눔의 삶을 살 것임을 확신합니다. 오늘이 있게 해 주신 선도성찰나눔실천회와 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부지런히 정진하고 나눔을 실천하여, 법은(法恩)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겠습니다.
超聲 합장공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