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의 지혜시 : 127편
1 [솔로몬의 시 곧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2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 도다 3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4젊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 5이것이 그의 화살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 그들이 성문에서 그들의 원수와 담판할 때에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로다.
제각기 나름의 특징적인 구조와 형식을 가지고 있는 서술적인 찬양과 선언적인 찬양 및 탄식의 노래 등과는 달리, 지혜의 노래는 공통된 내용을 통하여 확인 가능하다. 비록 지혜의 노래들을 판정하는 데 사용되는 구체적인 기준들에 대해서 공통된 합의가 없으나, 지혜의 노래들이 문학적인 특징들이나 내용에 있어서 잠언과 욥기와 전도서 등 성경의 지혜문학과 본질적으로 공통되는 기초 위에 서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폭넓은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시 127편은 사실상 지혜의 노래라는 장르에 속한 노래들의 모든 목록에 항상 포함되어 있다. 이 노래는 지혜서의 몇몇 강조점들에 대하여 묵상하는 두 개의 격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격언은 문제와 해결이라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1-2절의 첫 번째 격언은 평행법과 반복법을 사용하여 야웨를 떠난 노동이 공허한 것임을 가르치고자 한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 도다.” 이러한 언급은 여호와이신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의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중심점인 예루살렘을 보호해 주심을 뜻하면서, ‘집’과‘성’에 대한 언급은 가문과 공동체의 보호가 야웨를 떠나서는 날마다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열심히 함으로써 삶을 안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어떤 인간적인 노력도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하나님께서만 그의 사랑하시는 자의 평안이다. 그러므로 첫 번째 격언에서 시인은 인간이 쌓아 올린 성공이라는 건축물을 무너뜨린다.
3-5절의 두 번째 격언에서 시인은 하나님을 위해 준비된 삶이야말로 영원한 것임을 가르침으로써 정말로 중요한 삶의 새로운 기초를 놓는다. “보라 자식들(‘바님’)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기업’이라는 낱말은 구약성경에서 흔히 약속의 땅 가나안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는 히브리어‘나할라’를 번역한 것이다. 크라우스(Kraus)는 시인이 자녀들을 ‘나할라’를 부름으로써 자녀들이 하나님의 자유로운 선물이요, 그들이 가문의 연속성을 보증해주는 자들임을 주목한다. 이 자녀들은 하나님께서 창조 활동의 결과로서 얻게 된 보상(‘사카르’)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지혜와 은총으로 이 자녀들을 다른 어떤 복보다도 사회적인 연속성을 제공해줄 항구적인 선물로 모든 인간 가정들에게 주신다.
이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하여 4-5a절은 전사의 화살에 관한 직유법을 사용한다. “젊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 이것이 그의 화살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 화살은 주로 원거리 목표물에 예정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의 공격용 무기로 사용되는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화살을 준비해야 하고, 전쟁 때 사용하기 위해서 화살통 속에 넣어두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복된 자 내지는 행복한 자는 자녀들을 잘 양육한 탓에 그들이 어려움에 직면해서도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들이다.
이 노래의 마지막 행은 자녀들이 이룰 수 있는 성취를 분명하게 진술하기 위하여 화살 표상을 중단한다. “그들이 성문에서 그들의 원수와 담판할 때에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로다.” 성문은 군사적인 방어의 핵심 보루인데 이 성을 지키는 파수꾼에 말하는 1절과 더불어 수미쌍관(首尾雙關) 구조를 이루고서 자녀들이 정의의 자리에서 그들의 아버지를 위하여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자녀들은 자기들의 아버지를 대적하는 자들 앞에 두려움 없이 서서, 자기들이 속한 공동체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인 성문에서 아버지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 체계를 수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아무리 자신의 힘으로 끝없이 노력한다고 해도 사회적인 삶의 가장 기본적인 과제들 - 집을 짓거나 성을 지키는 - 조차도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은총을 베푸셔서 자녀들로 하여금 궁수의 손에 들린 화살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실 것이다.
요컨대, 전체적으로 보아 시 127편은 하나님를 떠난 탓에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인간의 방향 상실은 자녀 양육을 통하여 항구적인 효과를 보게 만드는 새로운 방향 정립에 의해 문제의 해결을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