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광 2
박영일
당신님은 내게 섬광이었소
미망을 내려쪼개는 번갯불입니다.
우둔한 대가리 박살내는 오함마의 굉음입니다
게으른 영혼을 뒤흔드는 천둥소리입니다
군악대의 경쾌한 진격나팔 소리입니다
미로(迷路)속 허우적거림을
부지런함으로 착각하던
어리석음을 환히 드러내는 번갯불입니다
학문과 교양이라는 망토 안에 도사린
거짓된 자아를 질그릇 부수듯이
개박살내는 묵직한 쇠망치입니다
신조와 교리라는 껍질 속에 숨은
미망과 허상이 와장창 부서지고
아집의 기둥이 우지끈 부러지는 소리
위선의 옷이 우지직 찢겨져나가는 비명소리가 납니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살라고
하루를 일해도 신실하게 하라고
타다다다다 탄따~~ 타다다다다 탄따~
앞으로! 앞으로! 몰아대는
브라스밴드의 경쾌한 드럼 소리입니다
당신의 고요한 눈빛이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동굴 속에서 이끌어내십니다
그림자 아닌 참빛과 진리를 보여준
나의 지혜(智慧) 광명입니다
당신은 나의 갱생이요 기쁨이요 파아란 하늘입니다
무언중에 깨우치는 산소탱크입니다
향기로운 당신님의 생기(生氣)로 내 삶이 채워집니다
// 2026. 3.31.
동막 해변
박영일
천하를 삼킬 것 같은
알렉산드로스의 야망처럼
대지를 삶아 먹을 기세로
중천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의 정열
선덕여왕 흠모하던 지귀처럼
자기 몸 불태우는 열기로
팔월의 바다 피끓는 젊음과 한몸되어
뜨거운 열정을 내뿜는 태양의 시간
찰나같은 정열의 순간들이 흐르면
시뻘건 불덩어리 수평선을 향하여
시나브로 미끄러지며 바다속으로 빠져든다
한낮을 지배하는 열기도 사그러지는 줄 몰랐던가
황금물결 일렁이는 강화벌판에 금빛 망사가 드리우면
저무는 해도 산마루에 걸린 채 날빛보다 더 찬란하다
노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들판에는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고향집 같은 푸근함이 길손의 마음까지 넉넉하게 하누나
약력
연세 상대 졸업<1962> 문예사조등단 짚신문학회 이사
군포시내 교회 원로목사 제25회 짚신문학상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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