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の光りと影
사랑의 빛과 그림자
あいがくるしみなら
사랑이 괴로움이라면
いくらでもくるしもう
얼마든지 괴로워하겠어
それがきみのこころに
그것이 너의 마음에
いつかとどくまで
언젠가 닿을 때 까지
きみはひかり ぼくはかげ
너는 빛 나는 그림자
はなれられない ふたりのきずな
떼어놓을 수 없어 두사람의 인연
くるしめば くるしむほど
괴로워하면 괴로워할 수록
あいはあいはふかまる
사랑은 사랑은 깊어진다.
베르사유의 장미를 아는지. 안다면 오스칼 아는지. 바람한점 없어도 향기로운 꽃~으로 시작했던 노래는 아직도 내 귓가에 생생하다. 오스칼에게 네가 누구냐고 물어봤을 때 칼을 빼들며 오스칼 프랑수아 드 자르제라고 대답했던 대답도 마찬가지. KBS에서 방영했을 때도, 그 이전 비디오로 접했을 때도 몇 번이고 나를 티비 앞으로 끌여당겼던 애니 베르샤유의 장미. 앞서 보인 노래가사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비디오판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가사다. 어린시절 내마음을 몇 번이고 흔들었던 노래, 그 추억을 되새겨 본다.
베르샤유의 장미는 일본 만화가인 이케다 리요코(1940)가 창작한 만화로 그녀의 대표작으로도 불리고 있으며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오스칼과 앙드레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적절히 조화시켜 탄생한 수작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으론 올훼스의 창도 있다. 1972년부터 1973년까지 일본 슈에이샤의 소녀 만화 잡지 [주간 마가렛]에서 연재 되었다. 독일의 역사 소설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넷트, 어느 평범한 여자의 초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만화는 1979년부터 80년까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총41편으로 방영되었다. 애니로 먼저 나온 캔디가 나온 것도 사실 만화로썬 이후의 일이었다. 원래 애니메이션 감독은 데자키 오사무가 맡기로 되어 있었으나 원작자 이케다 리요코와의 이견 충돌로 인해 1화에서 18화까지는 나가하마 다다오가 감독을 맡았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자 이케다 리요코가 데자키 오사무에게 사과하여 19화부터 41화까지는 데자키 오사무가 감독을 맡았다.
베르샤유의 장미는 캔디와 함께 1970년대 중반 일본 순정만화 붐의 첫 신호탄이었고, 당시 열악했던 우리 만화계에겐 일본 만화의 해적판, 아류가 넘쳐 나는 시기였다. 당시 캔디캔디, 올훼스의 창, 롯데롯데, 안제리크, 유리가면, 유리의 성 같은 만화가 소녀들에게 유행했고, 국내작가들은 일본만화를 고대로 베껴가면서 그것이 마치 자신의 창작물인양 자신의 이름 석자를 박고 출판해내기도 했다. 올훼스의 창은 비련의 창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는데 이런 국내 만화가들은 일본 만화의 표절시비에도 불구하고 소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그림체나 스토리를 모방해 새로운 창작물을 내보이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이었고 만화를 그리고자 했어도 배울 스승이 없었던 걸 감안하면 부끄럽고 슬픈 시기였다.
70년대에 나온, 이후 30년이 훌쩍 넘어버린 만화 베르사유가 아직도 많은 팬들을 거닐고 있는 것은 이후 비슷한 스토리와 그림체로 양산되었던 순정만화의 아류작의 효시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자가 남장을 한다거나, 때문에 여자라는 자신의 성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 깊어지는 사랑 속에서도 자신의 속마음을 숨겨야 하는 비극성은 수많은 팬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고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되었다. 그러한 힘의 주인공, 바로 오스칼. 오스칼의 존재는 만화 베르샤유의 존재였다.
만화의 주요 인물은 오스칼, 앙드레, 마리 앙투아넷트, 한스 악셀 폰 페르젠 이렇게 네명이며 무시할 수 없는 조연 로쟐리와 쟌느 역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했다.
먼저, 오스칼 프랑수아 드 자르제 줄여서 오스칼은 딸만 있는 집안에 태어나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 절망에 빠진 아버지에 의해 아들로 키워지고 귀족 출신의 군인으로 루이 16세가 즉위한 후 근위연대장이 되지만 흑기사 사건 이후 사임하고 프랑스 위병대로 적을 옮긴다. 근위대장이 된 후 뛰어난 검술실력으로 오스칼은 왕녀 마리 앙트와네트가 루이 16세와 국혼을 맺고 프랑스로 오게 될 때 그녀의 경호를 맞게 되며 후에 황태자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가장 가까운 친구사이가 된다. 한 때, 페르젠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후에 항상 자신의 곁에 있던 앙드레를 진정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군법을 존중하는 강직한 군인이지만 프랑스 민중의 비참한 현실을 깨닫고 혁명에 가담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에서 목숨을 잃는다. 극 초반 여자이면서도 군복 속에 성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그녀의 운명에 안타까워했고 극 후반에는 귀족이면서도 민중들의 고초에 귀를 기울이며 귀족과 민중 사이에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에 또 한숨을 지어야 했다.
그의 연인 앙드레 그랑디에는 자르제 가문의 하인으로 오스칼을 돌봐온 유모의 손자이다. 사실 그런 그의 신분적인 이유 때문에 오스칼을 마음에 두웠을 때 꽤 탐탁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스칼과는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 신분은 다르지만 친구처럼 지내왔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오스칼을 사랑하는 감정을 숨기고 곁에 머물면서 지켜주려 하고 흑기사 사건으로 가짜 흑기사 역을 하다 한쪽 눈을 실명하고 결국 양쪽 눈을 실명한다. 오스칼이 위병대로 옮긴 후에 앙드레의 사랑은 결국 오스칼에게 받아들여져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지만 혁명에 가담하지 못하고 전사한다.
그녀의 친구이자 어쩌면 애증의 대상이었던 마리 앙투아넷트. 그녀는 다정하지만 철이 없는 성격으로 어린나이에 정략결혼으로 프랑스 왕가에 시집오지만 문화적인 차이로 갈등을 느끼다가 페르젠에게 사랑을 느낀다. 후에 목걸이 사건으로 처형되는 불운의 왕비. 만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성숙해지면서 아름다워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도 볼거리.
왕비의 애인이자 오스칼의 첫사랑 페르젠은 가장무도회에서 마리 앙투와넷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스캔들을 피해 미국 독립 전쟁에 참여하지만 다시 돌아와 그녀에 곁에 머문다. 후에 왕비가 죽은 후 민중을 증오하며 독재를 하다 혁명이 일어나 죽임을 당한다.
당시 오스칼의 팬이자, 열혈 시청자였던 나는 페르젠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페르젠은 이미 마리 앙두와넷트와 사랑에 빠진 상태였고 그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는 오스칼의 모습에 애가 많이 탔었고 그녀의 사랑이 이뤄지길 바랬었다. 특히 그녀가 처음으로 군복을 벗고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갔을 때의 장면은 정말 압권. 페르젠이 그때라도 오스칼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에게 가길 바랬지만 그건 내 바램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근위대장 시절의 부하이자 이후 근위대장이 된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받기는 하지만.... 차라리 앙드레가 나았다. 이상하게 그 당시엔 앙드레에겐 정이 가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스칼이 앙드레를 만나 비로소 안정을 찾았던 것 같다.
때문에 정말 많이도 원망했고 미워했던 마리 앙투와넷트. 알고 보면 그녀 역시 정략결혼의 피해자였으며 시대의 희생양이라는 평이 있지만 한 나라의 왕비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극복하지 못하던 모습은 정말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물론 그 상대가 오스칼의 짝사랑했던 페르젠이라는 이유도 더했지만 말이다.
그녀 역시 페르젠이 프랑스를 떠나자 값비싼 보석을 사들인다든가 매일 밤 무도회와 도박으로 그를 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지만 과연 그게 노력이었을까. 왕비의 사치는 세금을 과중하게 만들었고 프랑스 민중들은 교회에 바치는 십일조와 세금으로 인해 기아에 허덕였다. 그녀에게 빵을 달라 항의하러 온 민중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라는 유명한 일화도 있었다. 모두가 그녀의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시대를 읽지 못하고 민중의 고통을 모르는 왕비에겐 착하다거나 여리다는 것은 면죄부가 되지 못했다.
여기서 왕비를 함정에 빠뜨린 목걸이 사건의 주범 잔느. 가난한 삶에 환멸을 느끼고 사치와 허영에 가득했던 잔느는 우연한 기회로 후작부인의 집에서 생활하게 되고 결혼을 약속한 니콜라스와 함께 후작부인을 살해하고 유서를 조작해 유산을 손에 넣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이아 목걸이를 공짜로 얻기 위해 추기경을 이용한다. 그리하여 목걸이를 얻게 되지만 모든 주범을 왕비에게 몰았던 그녀. 악역이었지만 머리가 좋았고 민중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 마치 귀족의 피해자로 둔갑했던 그녀의 목걸이 사건은 민중들이 바스티유를 습격하는데 일조하기도 했으니까.
이후 바스티유 감옥의 포대가 시가지를 향한 것을 보고 불안해했던 파리 시민들은 1789년 7월14일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조직적이고 열세였고 이를 본 오스칼은 시민들을 돕고 총탄에 맞아 전사했다. 그 뒤 마리 앙투와넷트와 왕은 프랑스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고 앙투와넷트는 백발로 변해 단두대에 처형되었다. 마지막 오스칼의 무덤위로 로쟐 리가 하얀 장미를 올리며 끝이났던 것 같다.
오스칼, 앙드레, 마리 앙투와넷트, 그리고 페르젠까지 주요 인물들이 다 죽어버리는 비운의 스토리는 역사적 사실이 허구와 잘 융합되어 있기에 어린 나로 하여금 프랑스 역사와 혁명 그리고 오스트리아 공주였던 마리 앙투와넷트라는 역사적 사실을 궁금하게 만들었고 이후 세계사를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역활도 톡톡히 해주었다. 그리고 오스칼이라는 이름을 내 가슴에 새기어 주었고 추억이 되었다.
딴 얘기지만 방영 당시 오스칼역은 성우 정경애씨가 당담하고 있었는데 한국 시청자들 사이에서 일본판의 타지마 레이코의 연기가 거슬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정경애와 오스칼은 잘 맞았지만 안타깝게도 괌 비행기 추락사고로 고인이 되었다고 한다. 앙드레 연기를 했던 장세준씨와도 실제 부부사이였다.
어린시절, 추억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애니 베르사유의 장미. 처음엔 그저 남장여자라는 사실이 좋고 드레스가 나와 좋아했지만 일단 접한 뒤로 보면 볼수록 그 이야기에 중독되게 만들었던 스토리. 그리고 잊지못할 주인공 오스칼. 지금 잠깐 추억에 젖어보는 건 어떠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