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어린왕자 - 민재
간밤에 비바람이 얼마나 몰아쳤는지...악몽이었다.
오토캠핑 원년 정말 원없이 빗속에서 사는구나.
타프와 텐트에 쏟아지는 비와 들이치는 바람에 계속해서 자다가 깼다.
아니 이건 쏟아지는 수준이 아니고 그냥 정말이지 하늘에서 통채로 그냥 들이붓는다.
밖에 나와서 자는것만도 불편하셨을텐데 엄마는 오죽 더 하셨으랴
거의 잠을 이루시지 못하시는듯 했다.
대신 저급한 오리털침낭이지만 두께가 두꺼운 놈인데다
에어매트에 핫팩까지 깔아서 그런지 춥기는 커녕 더우셨단다. -_- 그나마 다행이다.
(핫팩 몇개를 엄마손가방에 슬그머니 챙기신다.옥션에서 몇박스 세트 하나 보내드려야겠다)
어마마마를 모시기위한 바닥공사. 여름치곤 -_- ;;;; 신경좀 썼다.

새벽녘에 나와서 다시한번 팩들이 잘 박혀있나 확인하고
(진짜 나혼자였음 귀찮아서 집이 날라가든 말든 그냥 자겠지만)
텐트 대문의 중앙고정팩을 추가로 박고 대충 걸어놓았던
플라이 사이드 문짝에 일일이 팩을 추가했다.
엄마도 아침에 일어나시자 마자 나오셔서 텐트 여기저기를 확인하셨다. 은근 놀라신다 -_-
바닥에 물이 들이치지도 않고, 빗방울이 이너에 들이치지도 않은게.
이너와 바닥시트사이도 손을 넣어 일일이 꼼꼼히 확인하신다.(불안하시니깐)
거참, 희한하게 물이 하나도 안들이쳤네.....용하기도 하지
(으쓱으쓱 ㅡ^ㅡ그러니깐 엄마 그건 내가 텐트를 잘친....쿨럭!!!!)
어제 고기먹고 남은 된장국 데워 간단히 아침먹고 남해들어가서
편백까지 돌아보고 오기로 하고 채비하는데 옆집 꼬맹이가 놀러왔다.
- 안녕하세요?
- 안녕 ^^
- 놀러왔는데 텐트안에 들어가서 놀아도 되나요?
(허걱 이렇게 예의바른 꼬마손님이 있나. 게다가 낯도 안가리네)
- 꼬맹이 이름이 뭐니~?
- 민재예요 김민재. 강아지랑 놀아도 되나요?
(어허 진짜 예의깎듯한 놈일세...ㅡ.ㅡ강아지랑 노는것도 물어보다니...목적은 보리였군화)
아 문득, -_-
울 박보리군의 과거와 트라우마가 퍼뜩 생각나믄서 난 불안했다. -_-
그...현재는 우리식구인 박보리군,
빌라 주인이 이사가면서 빈집에 개모가지만 현관 손잡이에 묶어놓고
버리고 이사거버린걸 혹시나 찾으러 오겠지 오겠지하며 2박3일을 지켜보다 못해
옆집에 사는 개 알레르기에 임신중이었던 내 친구가 데려와선
슬그머니 놀러오라고 나를 불러놓고 덜컥 떠 안겨버린 바로 그눔이었다.-_-;;;;;;

참으로 퀭한 눈빛과 사진엔 잘 안나오지만 떡진 털과 뭉친비듬과 냄새와...
원래는 하얗지만 회색빛나는 발.
무엇보다도 버림받은 충격으로 촛점없이 쾡한 눈빛이 가슴을 후벼팠다.
동물을 참 좋아하지만 기르는것은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섣불리 하기 싫어하는 나는...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동물을 키운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 난 생물을 선물로 주는걸 가장 싫어한다. 받는건 더 싫다.
개업화분이든 햄스터든....-_-;;;;강쉐이든간에....
난 묻고 싶다....주는사람은 받는사람이 그 생명을 소중히 다루고 끝까지 책임질 것임을 인지하고 있는가?
(보리 주워서 떠넘긴 너말이야 너!!!! 이 가수나야 ㅠ^ㅠ)
얘기가 오데로 빠지노 -_- 못말린다...그러나 이것은 나의 바램이자 가치관이며
또한 각자 다른 가치관의 문제이므로 다른사람의 선택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것은 아님을 밝힌다.
어쨌거나 옆집에 살던 내 친구가 목격한 바, 아니 보진 못하고 들었다고 했다.
이사간 그 집의 남매중에 오빠꼬맹이가 주구장창 보리를 때리거나 발로 걷어차서
그집에서 개죽어나는 소리 가실날이 없었으니.....
보리는 꼬맹이 특히 남자꼬맹이를 보면 무섭도록 경계하며
가까이 다가오거나 쫓아오면 덤빌듯이 맹렬하게 짖고
한편으론 또 어찌할바를 모르며 미친듯이 안절부절한다.
그....말하자면 매맞는 마눌증후군 쯤 되시겠다 -_-;;;;;
맹렬하게 짖지만 뒷다리는 나한테 붙이고 사시나무 떨듯이 후들후들떤다 -_-a
그러다 오버해서 사람한테 대들것처럼 고로코롬 굴면
이눔 개자슥 니가 지금 사람한테 짖었냐 그러고 나한테 디지게 맞고 혼나긴 한다ㅡㅡ;;;;;;;;;;;;;;
그래서 실제로 사고를 친적은 없지만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있다.
뭐, 이렇게 말하니 보리가 무슨 희생물이요 가련한 동정의 대상인것 같은가?
꼭 그렇친 않다 ㅡ.ㅡ 상전모드라고...아주 부려먹을려고 든다.

데려온 이후에 모든것이 좋아지긴했다...
근데 이 공포증만은 몇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낫지 않았으며,
혹여 사고라도 치면 타인에게 이런것을 이해해달라고 할수도, 이해해 줄리도 없었다.
- 민재야 보리랑 노는것은 괜찮은데 만지거나 갑자기 쫓아가면 보리가 놀래.
그러니까 혼자 놀지말고 누나나 할머니 있을때만 허락받고 놀기다?
- 네 약속할께요. 근데 보리는 왜그래요?
- 보리가 옛날에 꼬맹이한테 많이 맞아서 민재같이 착한애를 만나도
이게 몰라보고 옛날처럼 맞을까봐 무서워서 더 저래.
민재는 잠깐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 괜찮아요. 그런건 조금씩 천천히 친해지면 되요.
(어�아-.-~~~~ 민재어머니 저는 여기서 이 작은아이의 이 넓은 아량과 지혜에 완전히 반했습니다.
민재는 상처가 무엇인지 이해했고, 인내가 무엇인지 이미 알더군요....)
아침나절 보리는 꼼짝없이 엄마손에 꽉 잡혀서 민재군에 쓰다드밍을 당했다. ㅋㅋㅋㅋ
민재는 조심스럽게 굉장히 천천히 쓰다듬었고
보리는 여전히 사지를 부들부들 미친듯이 떨면서 궁둥이를 뒤로 뺀다.
몇번 으르렁거릴려다가 내 눈치 보면서 또 마지못해 고개를 숙인다.
아침나절의 긴장된 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민재는 또 놀러온단다. 보리랑 조금 더 친해지기 위해.
민재군의 파란윗옷이 어린왕자의 그 두텁고 파아란 외투로 보였다.
적어도 내눈엔 그래보였다.
조금 희망을 가져도 되는걸까.
남해 편백

자자 풍랑주의보인가 머시기인가 땜에 외도는 아예 배가 못 뜬다니 글렀고,
남해로 가자 !!!!! 특별한 계획...은 없고 -_-;;;;; 발닿는대로
무조건 가다보면 편백자연휴양림 나왔다. 진짜다.

가는동안의 풍광은 흐리고 비오는 날씨였지만 그래도 드라이브 길이 아름답다.
아부지 살아생전에 발닿는대로 고고씽 -_- 에 이미 익숙하실대로 익숙하신 어머니는
이미 포기하시고 니 알아서 가거라 노 터치다.ㅡㅡ;;;;
어쨌거나 도착한 입구에서 마음졸이며 어렵게
보리의 허락을 구하니 그걸 그렇게나 어렵게 물어보세요 허허 하며 강생이 산책시켜도 된다신다.
사람도 없는데 여까지 왔다고 입장료도 안 받는다. ㅡ0ㅡ(우왓~)
(괜히 나중에 가서 생떼쓰시는분들 없기 바란다 -_-;;;;때는 비수기요 정말로 사람없었다.)

정상의 전망대로 가는길. 차량이 올라올수 있는 최대한 올라왔다.
앞으로 4키로 정도이길래 쉬엄쉬엄 가보자 했는데,
보리는 왕따되어 내리는 비 추적추적 다맞으며 혼자 놀아야만 했고

엄마와 나는 다른일에 그만 정신을 팔고 말았다.
비바람에 떨어져서 지천에 널린 도토리를 보시더니 어무이께옵서 도토리줍기 모드로
올인 -_-;;;;;
30분을 외면하고 투덜거리다 결국 나도 줍기 시작했다.
보리는 당췌 이해할수 없다는 얼굴로 산책가지 않고 쭈그린 두사람에게 의아한 눈길을 보냈지만...
아 몰라!!! ㅠㅠ 전망대는 구경도 못했고 우린 피톤치드 그윽한 편백숲속에서 도토리를 주웠다.

아랑곳없이 깨끗이 씻어내려 울창한 편백림.

왕따 당하고 혼자 노는듯하더니 결국은 시무룩해서 안뛰고 어디갔나 했더만은
추적추적 비맞고 젖어 떨고있다.
강생이는 얼른 수건에 둘둘말아 포장배송행 -_-;;;;
저래뵈도 비는 아래사진보면 계속오고 있는중이다. 나도 으슬으슬하다. 해좀 봤으면 ㅠㅠ.

하단에 길 왼편으로 데크가 있는데 아마 2.5X2.5정도이고 갯수가 몇개없고 밀집도가 너무 높았다.
하지만 바로앞이 계곡이고 여름에는 꽤 시원할 것 같다. 개수대와 화장실은 아주 훌륭하다.
협소한 골짜기 개울수준이라 몸을 담글 정도는 아니지만...사실...담그지도 못할것 같다.
물이 무시무시하게 차가워 보인다.
도토리줍느라 무려 3시간이나 편백에서 머물고,
나오는길에 보이는 바람흔적 미술관으로 쉬러들어갔다 ㅡㅡ;;;;;
어무이보다 내가 더 지쳤다.

평소에 보리 똥봉다리용으로 비닐봉지를 무척 많이 가지고 다니는데...
쪼그리고 보리 똥봉다리에 도토리 주워담느라...
허리아프고 다리아프고 장난아니었다.
꼭히 뭘 보려고 들어갔다기 보단 쉬러갔지만 생각보다 좋았다.

바람흔적 미술관.풍광이 아름답고 좋은곳이다. 딱 집짓고 살기에 좋아보이는데 요 땅이 탐나 ㅡㅡ;;;;;
무인미술관으로 운영된다. 구경하고 쉬어가기에 좋은곳이다.


한숨도 돌리고 쉬고 사진도 찍고 전시회도 구경하고



무인 매점에서 커피나 무언가를 안사주는 대신 작은 기부를 하고 나왔다.
우린 지독하게 안사먹는 자린고비 모녀라서...ㅡ.ㅡ
아뭏튼 전체적으로 미술관의 내외부와 휴게실까지 참 깔끔하고 통일된 패턴이다.
나의 각잡아야 하는 드르븐 -_-;;;; 승질하고 잘 맞아서 정신적으로 평화가 왔다.

통영어시장에 들렀다.
어무이의 십수년전 기억의 어시장은 이미 없어졌고, 개비한 어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무언가 자꾸 개발되고 깨끗해지고 현대적이 되어간다는 것이 그것이 과연 좋은것일지...
나이들어 그런가 왜 이렇게 회의적이 되어가는가...쿡쿡. 진짜 나 늙어가는거 아냐 ㅡ.ㅡ?
- (아리잠) 아주머니 우럭어떻게 해요?
- (아줌마) 키로만원 전어도 싱싱해 것도 키로만원~
- (어무이) 그럼 섞어서 만원(????)어치만 줘봐요.
- (아리잠) 헉+_+ 엄마아!!!!!! 어캐 회를 섞어서 만원어치를 해요. 그냥만원어치씩해요.
(딸들은 안다. 엄마! 와 엄마아! 의 차이를 ㅡ.ㅡ)
- (어무이) 딸래미하고 식구도 없고 먹으면 얼마나 먹간디...섞어서 만원에 잘해주이소 마수걸이라매...
- (아리잠) (할말잃음.................)
그러면서 아줌마와 어무이사이에 덕담이 오가고
뭐 그걸로 회뜨고 나면 매운탕꺼리할께 없다느니 어무이가 또 슬슬 설을 푸시는듯 하시더니
결국 매운탕꺼리로 옆 통에서 잡어2마리 슬쩍꺼내 봉지에 넣어주시는 아줌마....
만원 = 전어6마리 + 우럭2마리 + 뽀너스 잡어2마리
*생물 회치고 남은것은 매운탕꺼리로 손질해주심.
우리엄마지만....도저히....당할수가 없다. 무섭다. ㅡㅡ;;;;;;;;;;;;;;;;;;;;;;;;;;;;;;;;;;;;;;;;;;;;
(조르는게 포인트가 아니구 덕담과 함께 웃는얼굴로 달라고 한적도 없이
자발적 뽀나스가 나오게 하신 내공이 진짜 등급이 틀리다....-_-)
만원으로....
민재도 먹었건만 그러고도 남아 먹다먹다 보리도 한점얻어먹는 횡재를 누린저녁.
(우리집은 모두 동물은 아주 좋아하지만 밥상머리 근처에 얼쩡대는건
어림반의 반푼도 용납안하는 주의라서 ㅡ.ㅡ 보리는 진짜 횡재했다.)

민재군, 우럭한점 전어한점을 잡수시더니....
- 전어는 어제 내가 먹은게 더 낫고 우럭이 더 맛나네!!
하며 우럭을 주로 먹는다. 흐미 요 꼬맹이가 진정 회맛을 안단 말이가 -.-
우리는 저녁밥이라 회와함께 밥과 매운탕을 먹고있으니 매운탕도 한숟갈 맛좀 보잔다.
그리하여 한점 떠주니 아니요 그거말고 볼태기살 있는놈으로 주세요.
거기가 진짜 맛난부위이니. 그걸로 좀 달라신다.
아리잠 & 그의 모친.
볼태기살 골라내는 민재군의 뭐랄까 박학다식함이라 해야하나 어른스러운점이라 해야하나
암튼 우린 뽈떼귀살에 완전 쓰러졌다. 얼마나 대견하고 놀랍고 기막히고~
아리잠 & 그의 모친. 민재군에게 넉다운. 완전 반하다.

할머니허리에 궁둥이를 붙이고 뒤에서 숨어서 주시하고 있는 보리.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다리는 계속 부들부들 눈에보이게 후덜덜 거리는 중.
민재는 좀더 친해질 시도를 하려했지만 보리는 끝까지 민재를 외면했다. 퓨휴휴휴휴휴흇
2000 편백가기전 빵과 우유
10000 통영어시장 회
4000 상추 풋고추 마늘 초고추장
500 어시장 주차비(경차 ㅡ^ㅡ)
6800 복숭아, 김, 모기향 등 찬꺼리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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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