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크로커스 Crocus sativus L.
과명 ; 붓꽃과
다른이름 ; 사후란.번홍화,장홍화,사프란
생육상 ; 여러해살이풀
원산지 ; 유럽과 소아시아 원산의 귀화식물,
높이 15cm 안팎으로 알뿌리 나누기로 번식, 약용으로도 씀.
꽃색 ; 흰색, 노란색, 보라색, 연한보라색+흰색
꽃말 ;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그리스에 크로커스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청
년은 코린토스 출신의 리즈라는 처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리즈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습니다. 리즈의 어머니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는 딸을 데리고 떠나 버리자, 크로커스는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에게 간절함으로 부탁을 드렸습니다. 크로커스와 리즈
의 사랑을 안타깝게 여긴 아프로디테는 그들에게 비둘기 한 마리를
주었고, 그 비둘기가 둘 사이를 오가며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
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사실을 알게 된 리즈의 약혼자는 몹시 흥분한 채로
비둘기를 죽이려 비둘기를 향해 활을 쏘았습니다. 하지만 몹시 흥분
한 상태 때문인지 비둘기는 죽이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리즈를 맞춰
그녀를 죽음으로 이르게 했습니다. 충격을 받은 약혼자는 이 모든 비
극의 원흉이 크로커스라며 크로커스마저 죽여 버렸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프로디테는 크로커스의 죽음을 안타
까워 하며 그를 꽃으로 만들었답니다.
그 꽃이 바로 크로커스라고 합니다
詩 : 그는 / 정호승
寫 : 크로커스 Crocus /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音 :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 민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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