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가득한 교문지도

[김형배]

Ⅰ. 추진 배경

1. 교문지도, 무엇이 문제일까?

  등굣길 학교 교문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학생부 선생님과의 머리카락 길이재기,  지각타임 맞추려 막말로 젖 먹던 힘까지 쓰며 달리는 학생들. 아침마다 등교하는 교문 앞에는 복장 위반을 한 학생들이 일렬로 서서 단속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모습도 보인다. …(중략) 7시 50분까지 등교하지 못한 학생을 학생부 교사가 모아 놓고 군대식으로 엎드려뻗쳐를 시키는 모습도 보인다. 학교건물 바로 앞에는 세 명의 건장한 체격의 학생부 선생님이 버티고 서서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두발검사와 복장검사를 받고 있다. 한 학생부 선생 뒤에는 다른 학생과 소속 교사인 듯한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은 군대 위병소나 교도소를 방불케 한다. 학생부 선생님들은 등교하는 학생 하나하나를 살펴 복장위반을 했는지, 화려한 색깔이 있는 가방을 매지 않았는지, 명찰을 달고 있는지, 머리는 깔끔한가 등등을 확인한다. 색깔이 있는 가방을 매도 지도 대상이 된다. 위반한 학생은 인권을 무시 받을 정도의 기합을 받거나 벌점을 받기도 한다. 재수 없는 날이면 아침부터 운동장을 몇 바퀴 돌고서야 입실이 허용된다.…

(대전 대신고등학교 3학년 ○○○)

  한 교직단체의 통계에 의하면 초등학교의 68%, 중․고등학교의 98%에 이르는 학교가 교문지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침 등굣길 교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풍경은 너무나도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이다.

  학생들이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학교에 등교할 때, 처음으로 대하는 곳이 교문이다. 교문에 들어서면서 학생들은 학급 친구와 선후배를 만나고, 선생님을 뵙고 새로운 하루 생활을 시작한다. 이렇듯 교문은 하루의 출발점이면서 밤늦게까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종착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교문에 대해 학생들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그들이 느끼는 교문에 대한 인상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눈치를 보는 곳’, ‘잘못한 것이 없어도 움츠려 지는 곳’, ‘숨이 차는 곳’, ‘위압감을 느끼는 곳’, ‘피하고 싶은 곳’, ‘비인격적인 곳’, ‘잘못하면 창피 당하는 곳’  등의 부정 일색뿐이다.

  또한 지금까지 학교에 등교하면서 교문에서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74%에 이르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머리, 복장, 가방, 양말, 신발    등의 순으로 지적을 경험하였고, 이 가운데 12%의 학생들은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는 가운데 벌을 받았다고 답하였다. 의도적으로 교문지도를 피하려고 해보았냐는 질문에는 시도한 적이 있다는 학생이 16%나 답했으며, 그 방법으로는   담장 넘어 들어가기, 친구들과 무리지어 묻어 들어가기, 그리고 학생부 선생님들이 사라질 때까지 밖에서 배회하다가 들어가거나 심지어 1교시 종이 날 때가지 기다렸다가 들어간다는 등 다양한 기피의 방법으로 교문지도를 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의 시작을 하는 교문을 이렇게 지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다음은 선생님들의 교육적 교문지도에 대하여 학생들 사이에 일반화된 ‘학생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관례적으로 행해져 오던 교문지도의 문제점을 잘 느끼게 하고 있다.(출처 : http://idoo.net/?menu=schooldic 학교대사전)

교내의 불순분자들을 걸러내는 공간. 보통 학생부에서 파견된 선생과 그 부하들인 선도부들이 문을 지킨다. 학교마다 학생부장이라는 최고의 수문장이 한 명씩 존재한다.

공짜로 각종 물자들을 얻기 좋은 공간. 각양각색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몰려와 공책이라든가 휴지, 포스트잇, 시디 등 풍부한 물자들을 제공한다. 주로 학원이나 책 광고인 경우가   많다.

교문에서 주로 쓰이는 기술로 두발이나 복장불량 등등 켕기는 것이 있을 때 덩치 있는  친구의 등 뒤나 여러 친구들의 등 뒤에 숨어서 무사히 교문을 통과하는 기술이다. 교문  지도 선생이 보지 않을 때 빠르게 가야하며 교문지도 선생이 바로 앞에 있다면 인사를 90도 이상으로 하여 켕기는 것을 감추어야 한다.

교내의 두발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고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선생. 학생부장이 대머리일 경우 그 학교의 두발규정은 더욱 철저하다고 알려져 있다.

2. 이제 바꾸어야 할 교문지도

  이제 학교에서의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이다. 아니 이미 바뀌어져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과거의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 교사 중심적인 생활지도가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상존하고 있으며, 시대의 변화를 역행하고 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활지도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율과 책임을 갖게   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교사와 학생, 선배와 후배, 동료간   상호 존중과 스스로 참여하고 지키는 자율적 풍토 위에 합리적이고 적절히 고안된 생활지도가 필요하다. 규제와 통제로 일관된 마치 군 위병소 같은 정문 통과 의식을 아침부터 치러야 하는 교문지도는 그 어느 생활지도보다도 우선적으로  변화해야할 부분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의 첫 시작을 친구들과 선․후배, 선생님과의 웃는 얼굴로 만나면서 하루의 의미를 새기고, 인간적인 멋을 느끼며 당당히 들어서는 교문이어야 하고, 늦은 밤 귀가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시 선생님과 친구들이 헤어질  수 있는 교문으로 느끼고 기억될 수 있게 바뀌어야만 한다. 이런 작은 실천 하나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Ⅱ. 기본 방향과 전략

1.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등․하굣길

  새로운 교문지도의 방법으로 구안한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교문’ 만들기는   학생들의 등교와 하굣길을 즐겁게 하고, 사람 사는 정을 나누자는 것이다.

  등굣길에서는 그날그날, 또는 한주간이 갖는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주제가   있는 등교 지도로, 하교 길은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사제간 정을 나누어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교문’ 만들기의 목표와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등굣길이 즐거워야 하루가 즐겁고, 하루가 즐거워야 공부도 잘된다.

 ▪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학생

 ▪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중앙고 학생

 ▪ 친구와 선생님과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학생

 ▪ 자신의 성적 향상만을 위한 소승적인 공부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대승적인 공부를 하는 학생

 ▪ 학교 폭력과 왕따가 없고 인간미가 넘치는 웰빙 학교

 ▪ 학생과 학부모가 끝  없이 행복할 때까지 봉사하는 민원봉사센터

2. 어떻게 할까?

  우선 등굣길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 1년간의 기념일, 국경일 등을 중심으로 한 계기교육 자료를 주제로 하여 학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하고, 학생들의 자율적인 생활태도나 의식의 변화, 학교에 대한   자긍심 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하였다. 그리고 기존에 행해오던 단속,  지도 중심의 교문지도를 지양하고 대신 반가운 인사와 가벼운 격려의 말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등굣길에 전할 메시지는 함축시켜 그림으로 제작한 후, 그 그림판을 들고 있음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으로 선택하였다. 또한 하굣길은 등굣길과 달리 하루 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안전하고 따뜻한  귀가에 초점을 두고 교문 앞 횡단보도에서의 교통안전지도와 승차지도, 격려의  인사를 나누는 방법으로 하였다.

Ⅲ. 추진 내용

1. 교문지도를 위한 준비

■ 의미를 전하는 자료의 제작

  현재 우리가 기억하거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념일, 국경일 등은 50여 일이 넘으며, 각종 의미 있는 주간행사나 명절, 절기 등을 포함하면 100건에 가깝다.  계기교육은 제7차 교육과정에서도 당면한 사회 문제를 교육자료로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계기교육 강화를 통하여 올바른 민주 문화 시민 양성,   국가 사랑의 마음을 길러주며, 교과 밖의 활동으로 성취할 수 없는 다양한 체험의 좋은 기회로 활용하여 소기의 교육효과를 얻도록 하고 있다.

  교문지도를 위한 자료는 특별한 기념일이나 국경일을 제외하고는 1주일에 1주제를 선정하여 포스터 형태의 그림으로 제작한다. 크기는 전지 크기로 제작하여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쉽게 내용을 알아볼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처음에는 직접 그려 들고 있었는데, 이를 본 만화동아리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와 그림을 그려  주었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협동적인 분위기에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자료를 제작하게 되었고 사진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플로터를 이용하였다.

■ 제작 자료 목록과 사진(3월 개학에서 현재 - 11월 3째주)

￭ 개학, 입학 환영   3월 첫째, 둘째주	￭ 여성의 날 계기 교육,   3월 셋째주	￭ 물의 날 계기 교육   3월 넷째주	￭ 학교폭력추방 계기 교육   3월 마지막주
￭ 식목일 계기 교육   4월 첫주	￭ 봄을 느끼자   4월 둘째주	￭ 4.19혁명 계기 교육   4월 셋째주	￭ 장애인의 날-장애주간계기   교육. 4월 마지막주
￭ 웃으면 인사하면 복이   오지요. 5월 첫주	￭ 1학기 1차고사 시험기간   교생과 함께	￭ 어버이날 계기교육   5월 둘째주	￭ 스승의 날 계기교육   5월 셋째주
￭ 부처님 오신날 계기교육   5월 마지막주	￭ 환경의 날 계기교육   6월 첫주	￭ 호국보훈의 달 계기교육   6월 둘째주(현충일)	￭ 6.15남북공동선언 계기   교육, 6월 셋째주

￭ 용의, 복장단정 캠페인   6월 마지막주	￭ 학기말(2차)고사 격려문,   7월 첫주	￭ 여름철 건강 캠페인,   7월 둘째주	￭ 여름방학 캠페인.   7월 셋째주
￭ 2학기 개학 캠페인    8월 셋째주	￭ 꿈을 갖자 캠페인   8월 마지막주	￭ 학교폭력예방 계기교육   9월 첫주	￭ 가을은 축복의 계절   9월 둘째주
￭ 추석 명절 계기교육   9월 셋째주	￭ 남북의 정상회담 계기   교육, 9월 마지막주	￭ 개천절 계기교육   10월 첫주	￭ 남북 정상회담 환영   10월 첫주
￭ 한글날 계기 교육   10월 둘째주	￭ 2학기 중간(2차)고사   격려문 10월 셋째주	￭ UN - day 계기교육   10월 넷째주	￭ 물 아껴쓰기 계기교육   10월 마지막주

￭ 학생의 날 계기교육   11월 첫주	￭ 반드시 지켜야 할 것, 와!    김상중이네 11월 둘째주	￭ 수능응원 캠페인   11월 셋째주	￭ 겨울을 준비합시다.   11월 넷째주

2. 변화된 교문 앞 풍경

 1,500여 명 41학급으로 구성된 우리학교는 오전 7시 경부터 아이들이 등교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나는 6시 50분경에 쓰레기봉투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30여분    걸어서 출근 하여 학교 앞 100m정도부터 학교 현관까지 쓰레기를 깨끗이 주워 가지고간 쓰레기봉투에 넣어 쓰레기통에 넣고 교무실로 가서 그림판을 들고 7시 20분경에 정문으로 향한다. 늘 그렇듯이 손에 커다란 그림판이 들려지고, 정문  안쪽에 자리하여 등교하는 학생들과 8시 20분까지 인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주제가 있는 그림판을 보게 되고, 기념일, 국경일, 혹은 학교에 대한 자긍심,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 등을 알게 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얻고 있다.

  오늘은 어떤 일로 걸릴지 않나 조바심으로 교문에 들어서고, 몽둥이와 얼차려로 무장한 학생부 교사와 학생간의 쫓고 쫓기는 모습은 옛말이다. 이제는 환하게   웃으며 맞이하는 교사와 즐거운 마음으로 교실로 향하는 학생이 있을 뿐이다.

드디어 귀가 시간, 1․2학년은 오후 9시에 방과후 교실이 종료되어 귀가하고, 3학년은 1시간 후인 10시에 귀가한다. 귀가 시간 교문 주변은 매우 어수선하다. 정문 앞에 있는 4차선 도로를 건너 귀가 버스를 타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고, 교문 양쪽 도로에는 각종 학원 차량 및 학부모 귀가 차량이 줄지어 있어 교통이 혼잡하여 교통안전사고의 가능성이 많다.

 1․2학년과 3학년 각각의 귀가 시간에 맞춰 교문으로 나가 귀가하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과 인사를 나누고 정문 앞 횡단보도 양쪽에서 교통지도용 경광봉(신호봉)으로 통행하는 차량을 정리하면서 학생들의 귀가를 돕는다.

Ⅳ. 추진 성과

1. 언론들의 반응

 새로운 교문지도에 대한 관심은 교정을 넘어 학부모,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으게 되었고, 그 결과 3월말 한겨레신문에서 “교문지도, 몽둥이 대신 그림판으로”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KBS방송국 9시 뉴스에까지 소개되기도 하였다.

언론 보도 현황

  ￭ 한겨레신문(2007.3.21) - “교문지도, 몽둥이 대신 그림판으로”

  ￭ 전교조 교육희망 소식(2007.3.24) - “퍼포먼스로 학생 즐겁게 하는 교문지도”

  ￭ 인터넷 뉴스 바이러스(200.3.29) - “등굣길이 즐거워야 하루가 즐겁다”

  ￭ 대전일보(2007.5.1) - “학교에도 ‘햇볕정책’ 통해요”

  ￭ KBS 2 (2007.05.11) - 세상의 아침

  ￭ KBS 1 뉴스(2007.5.16) - “몽둥이 대신 그림판으로 교문지도”

  ￭ 아주대학교 학생신문(2007. 06) - “세상에 이런 선생님도 계시네요”

  ￭ 중앙고등학교 문예(천맥)지와 영자신문(2007. 10)

▲ 대전일보 2007.5.1일자 기사

2. 달라진 학생들

  처음 그림판을 들고 교문에 서있는 나를 본 학생들의 반응은 의아해 하였다.  전과는 달라진 교문 풍경이 학생들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하고 신기하기까지 하다는 반응이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그 변화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교문지도에 호응하여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선생님 멋져요!”, “오늘도 수고하시네요.”, “오늘이 그런 날인가요?” 등 관심을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자신들의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에 올리기도 하고, 또 정문 밖을 지나던 다른 학교 학생들도 신기한 듯 관심을 보였다. 특히 학생  등교를 위해 같이 왔던 학부모들도 “세상 많이 변했네요.”, “애쓰시네요.”, “우리애가 선생님 얘기 많이 하던데 정말이네요.” 등의 격려와 호응을 보내주었다.

   방과후 자율학습이 끝난 뒤에 이루어지는 귀가지도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처음에는 “수고했다.”, “힘들지는 않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하자.”, “조심해서  가거라.” 등 격려의 말과 함께 먼저 건네는 인사에 익숙치 않은 반응과 함께 얼떨결에 인사를 하곤 하였다. 그러던 것도 며칠이 지나면서  “매일 계시네요.”, “선생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고맙습니다.” 등의 말과 함께 먼저   인사하는 등 적극적 반응을 보여 교사로서의 보람을 새롭게 하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등․하굣길에 만나는 교문이 이제 우리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 신뢰 하고 인간적인 정을 갖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작은 변화에 불과하지만 그 결과는 서서히 긍정적인 생활 태도 변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은 보다 더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게 되었고, 주인의식을 갖게 되었다. 교육학적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규제와 타율적 강제는 학생들로 하여금  피해의식과 반발심, 피해가는 요령 등을 길러주는데 기여한다면,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스스로 자각하게 하는 교육은 좀더 본질적이고  긍정적인 행동의 변화를 보여준다.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면서 새로운 등․하굣길 지도는 기대 이상의   교육적 효과를 안겨다주고 있다.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헐레벌떡 뛰는 학생을 찾아볼 수 없으며, 특히 등교지도를 하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 담장을 넘거나 혹은 학교 주위를 배회하다가 기회를 엿보아 교실로 들어가는 그런 학생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여러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으로 학생들의 인사성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요즘 학생들의 경우에는 담임교사나 교과를 통해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 외에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이라고 할지라도 인사를 건네지 않고 외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제 우리학교에서는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며, 이외의 명찰, 두발, 복장 등에서도 자율적으로 지켜지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 학교 부적응 현상이 한 것도 없고, 학생들이 신명나게 다닐 수 있는 학교, 학부모가 안심하고 학생을 보낼 수 있는 학교로 인정받아 충남에서 가장 좋은 학교라는 말을 듣고 있다.

Ⅴ. 맺는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교문’은 기존의 규제와 교사 중심 ‘교문지도’의 관행을 자율과 학생 중심으로 눈높이를 맞춘 작은 노력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기대 이상  으로 나타나고 있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 물질적으로 풍부하고 부모님의 과도한  관심과 배려 속에서 자란 학생들은 사고방식과 행동에서 기성세대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대학입시에 중점을 두다보니 더더욱   인간적인 미를 느끼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학생들에 대한 인성지도는 그 어느 것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교문에 들어서고, 나서는 가운데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자율의식과 책임의식을 키워나가면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하는 시도로서의 나의 지도는 적절한 방향의 전환이라고 생각하고 자부하며, 오늘도 나는 학생들의󰡒등굣길이 즐거워야 하루가 즐겁고, 하루가 즐거워야 공부를 잘 한다.󰡓는 생각으로 만나는 학생 하나, 하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어서 와, 안녕, 오늘도 행복해라, 공부 열심히 해'하고 인사를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평소 생각하는 학생부장의 무서운 모습이 아닌 인자한 웃음을 가진 ‘삼촌’처럼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먼저 웃으며 인사한다.

  그 순간 나는 등굣길 교문 앞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작은 세상의 행복을  보곤 한다. 자신의 꿈이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항상 짧은 머리에   깔끔한 복장으로 제일 먼저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등교를 하는 박힘찬이,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시는 불행한 노인들이 없도록 신약을 개발하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다며 늘 손에 수첩을 들고 공부하며 오는 최고봉이, 날이 조금 추워졌다고  어느새 학교의 교복처럼 된 “노 스페이스” 점버를 입고 지적 당할까봐 슬쩍 친구들 틈에 끼여 가려다가 강 아리송! 하고 부르면 겸면적게 웃으며 미안해 하는 강 아리송이,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가기 바빠 실내화를 신은채로 갔다가 등굣길에 나를 보자마자 바쁜척하면서 쏜살같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부르자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 김 빛나라, 지나치게 머리가 길어 내일은 꼭 깍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수로 잊어 버린척 하면서 등교하는 무리 속에 묻혀서 슬쩍 지나가려다가 안영롱이! 하고 부르니 “내일은 꼭 깍겠습니다.” 하면서 미안해하는, 우리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내게는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연극배우처럼 보인다.

  무언가 잘못을 하면 서양 사람들은 죄의식을 느끼고, 동양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말이 있다. 이 말대로라면 서양 사람들은 하나님의 시선에 갇혀 사는 것이겠고, 동양 사람들은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양심의 통제를 받고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투철한 사명감에서 날마다 ‘지도’라는 이름으로 감시와 규제를 해오면서 과연 우리 학교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문지도의 관행은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하며, 학생들을 인격체로 대하면서 자율과 책임을 스스로 기를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