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노동동향 (4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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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동향 2013년 4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부 예산 지원 없는 공공기관중심으로 7천여명 전환 예정

기획재정부는 4월 3일 주요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1만 4천명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4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1년 정부대책 발표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가 2만 2천여명으로 무기계약 전환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4월말 다시 기획재정부는 대형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약 7천명을 연내에 무기계약직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이 운영되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30개 공기업과 국민연금공단 등 일부 준정부기관이다. 7천명이라는 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앞당기고자 정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추려낸 것”이라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이후 고용노동부와 기재부가 함께 테스크포스를 구성, 무기계약직 전환 세부 기준을 만들어 상반기 중 전환대상 비정규직 규모를 정밀하게 산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작년 말 기준 288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부 통계로 4만3천여명이다. 가운데, 출연연구기관 종사자가 9천여명이고, 그 외 공공기관 종사자 3만 4천여명 가운데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는 1만4천여명 선이라고 한다.

• 무기계약직 전환의 실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무기계약 전환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의 무기계약직들은 지금 방식의 정규직 전환으로는 차별받고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만 양산될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하지만 임금이나 승진에서 차별을 받고, 차별시정을 요구하면 업무를 분리하여 차별을 합리화하는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와 함께 무기계약 전환을 피하기 위한 계약기간 2년 전 해고와 기간제 교체사용의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007년 정부대책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고용노동부 무기계약직 사무원의 경우, 공무원과 함께 취업알선, 직업상담, 고용보험 피보험자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기본급 및 상여금, 성과급, 각종 복지에서 차별을 받아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2011년 차별시정을 요구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전국 고용센터에 차별 시정을 명목으로 취업희망카드 스티커 부착, 팩스 정리, 우편물 발송 등 단순업무로 분류된 업무들을 담당하게 했다.

차별뿐만 아니라 고용불안 역시 여전하다. 경찰청 주무관의 경우에도 무기계약직이라고 하지만 “예산부족, 업무수행능력 부족, 사업 폐지 등을 이유로 해고가 가능한 독소조항들이 관리지침에 존재”하고, “업무태만으로 비칠까봐 화장실도 자유롭게 가지 못하고 몸이 아파도 말 못하는 무기계약직들이 많다”고 한다.

무기계약으로의 전환이 이행되지 않는 곳도 있다. 방문간호사의 경우 전국 2700여명 가운데250명만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경남 창원시의 경우 무기계약 전환을 피하기 위해 4~6년 일한 방문간호사들을 다른 부서로 직종을 변경하여 재계약을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경우에는 지자체와 복지부가 무기계약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태다. 광산구는 5개 직종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려면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반면 복지부는 고용주가 자치단체이므로 비용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광산구의 해당 직종 노동자들은 이미 2년을 초과하여 일하고 있으나 무기계약이 아니라 ‘상시고용 기간제 근로자’라는 비상식적인 고용형태로 취급되고 있는 상태이다.

• 비정규직 교체 사용에 대한 법원 판결

경기대 후생복지센터에서 2007년 9월부터 기간제 사무원으로 일해온 김씨는 2년후 파견직으로 고용이 전환되었다. 학교측은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고 했지만, 다시 2년 후 파견업체는 김씨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고, 학교측은 김씨의 자리를 뺐다. 이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3일 서울고등법원은 해고는 무효이며 해고된 날부터 복직 때까지 월 20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경기학원 쪽이 상고를 포기해 판결은 확정됐다.

재판부는 파견사업주가 채용, 임금, 교육훈련 등에서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형식적·명목적 사업주에 지나지 않았고, 사용사업주인 경기학원은 실제 지휘명령을 하고 고용관계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했다며, 김씨와 경기학원 사이에 이미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례는 비정규직의 무기계약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이다. 이에 대해 법원이 편법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 것은 의미 있는 일이며, 파견업체가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 경우에도, 기간제 근로와 파견근로를 왔다 갔다 하는 등 사실관계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 사업주 사이에 직접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사례는 서울 ㅁ대학에서도 있었다. 2008년 10월부터 서울의 ㅁ대학 평생교육본부에서 1년짜리 계약직 노동자로 일을 시작한 김씨는 계약을 한 번 갱신해 일한 지 2년을 채운 2010년 10월, 대학으로부터 “고용기간이 지났으니 몇 달만 학교의 위탁기관에 가서 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간제법상의 고용의제조항을 회피하고자 한 것이다. 김씨는 학교가 위탁을 맡은 서울 마포구의 한 단체에 가 석달 동안 안내데스크 업무를 봤고, 학교는 2011년 1월부터 다시 김씨를 1년짜리 계약직 노동자로 고용했다. 또 한 차례 계약을 갱신해 2년이 다 된 지난해 말, 학교 쪽은 김씨에게 ‘계약직원 계약기간 만료 통보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대학 쪽이 김씨에 대해 형식적으로만 근로계약 기간 만료와 재임용이라는 형식을 취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대학과의 지배·종속 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일련의 과정은 기간제법이 정한 2년 사용기간 제한을 면탈할 목적으로 단순히 소속 기관만 달리해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 것에 불과하다”며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법률 동향>

• 최근 국회 통과 법률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법안은 현행법에 권고 조항으로 되어 있는 '정년 60세'를 의무 조항으로 바꾸고, 사업장에서 60세 미만으로 정년을 정하더라도 이를 60세로 간주토록 했다. 쟁점이 되었던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사 협의에 맡기되 분쟁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기존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밟도록 했으며, 노조가 없을 때는 노사 간 협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근로감독관을 통해 행정지도를 강화했다. 이밖에 정부가 원활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고용지원금 제공 외에도 실태조사, 컨설팅 및 가이드라인 제시 등 다방면의 지원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된 내용은 근로자 300인 이상 공공기관과 기업은 2016년 1월 1일부터, 근로자 300인 미만 지방자치단체와 중소기업은 2017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같은 날,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등기임원의 개별적 연봉 공개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형 증권사들의 바람이던 기업 인수합병(M&A) 자금 대출·비상장주식 직거래·프라임브로커 업무 등 IB 관련 업무가 가능해진다. 특히 투자은행(IB) 활성화 방안은 대형 증권사들의 오랜 숙원으로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는 증권사들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기업대출 등 IB업무를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는 IB 업무가 가능해 진 것이다. 또 이 법률안에는 대체거래소라고 불리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제도도 포함됐다. ATS는 기존 한국거래소와 별도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로 이로 인해 한국거래소의 독점이 무너지고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대기업 연봉 5억원 이상 등기 임원은 연봉이 공개된다. 연봉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에 대해 개인별 보수와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을 기재토록 했으며, 공개 대상은 기업 200여곳의 임원 60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등기임원이 아니면서도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는 재벌 총수가 연봉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 외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시세조종 등으로 부당이익을 취하거나 손실을 회피한 주가조작사범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도 개정되었다. 하도급법 개정안에는 기술 유용 행위뿐 아니라 하도급 대금의 부당한 단가 인하, 부당한 발주 취소, 부당한 반품 행위에 대해 3배의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원사업자와 납품단가 조정 협의권을 부여하고, 결렬시 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조정하도록 했다. 원사업자가 부당행위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수주기회를 제한하거나 거래를 정지할 경우 벌금 상한을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높였다.

정년연장, 하도급법 개정안, 그리고 자본시장법의 대기업임원연봉 공개와 관련하여 경영계의 반발이 컸지만, 이 3개의 법률안이 이번 국회를 통과하였다. 정년연장과 관련하여 경영계는 임금조정을 전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정년연장이 임금피크제 및 임금체계 변경 등 임금의 저하를 수반해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또한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각종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하는 문제, 또 대기업이 법을 피해 해외로 거래선을 변경할 경우 중소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등을 들어 반대했다.

• 대체휴일제, 비정규직법상 차별시정 효력 확대제도, 사내하도급법안

대체휴일제는 4월 21일 국회 안전행정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였으나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재계는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반대했으나, 안행위는 국내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많은 편이면서도 노동생산성은 크게 낮기 때문에, 근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대체휴일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한 제조업 중심의 기업은 반발하고 있지만 휴일이 늘어나면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창출되어 생산 유발 효과는 물론 내수진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입장을 표했다.

비정규직법 가운데 차별시정명령의 효과를 동일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 모두의 처우 개선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4월 24일 국회 환노위에서 다루어졌다. 확정된 시정명령을 받을 경우 감독관이 그 사업장을 방문해 차별시정 신청 노동자 이외의 노동자 근로실태를 조사하고, 차별적 처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노동부 장관이 사업주에게 ‘일괄적 차별시정’을 명령하도록 하는 것이다. 파견법상 차별시정명령 효력 확대는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었으나, 같은 내용의 기간제법 개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같은 법 내에 단시간노동자의 초과근무에 대한 할증임금이 논란이 되어 기간제법 개정안이 통째로 처리되지 못했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사내하도급법안 역시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사내하도급법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자 새누리당 총선 1호 공약으로 이한구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 이번 국회에서는 결국 처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정책이다 보니, 완전히 철회시키지 않는 한 이번 국회를 넘겼다 하더라도 이후 국회가 열릴 때마다 처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 동향>

• 지난 10년간 저소득 비정규직 늘고, 고소득 일자리 비중은 감소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10년간 일자리 구조 변화와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임금근로자 중 고소득(중위소득의 150% 이상) 일자리 비중은 전체의 29.5%에서 25.7%로 감소한 반면 저소득(중위소득의 50% 미만) 일자리는 10.5%에서 14.0%로 늘어났다. 최근 10년간 한국에 임금근로자가 늘고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등 일자리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저부가가치 일자리 증가, 근로빈곤층 등장 등으로 실제 전반적인 일자리 질은 나빠졌다는 것이다. 특히 55세 이상의 고령층이 저소득·비정규직 일자리로 많이 내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일자리에서 비정규직 고령층의 비중은 지난 10년간 5.4%에서 8.8%로, 저소득 고령층은 2.5%에서 5.1%로 급증했다. 또 단시간 노동자의 수도 늘어나고, 이것이 고용불안정의 확대 및 저소득으로 이어지고 있는 문제도 드러났다. 저소득 일자리에서 과소근로(주당 36시간 미만 근로)의 비중이 5.7%에서 9.9%로 확대된 것이다.

보고서는 “소득 감소, 고용안정성 하락 등 부정적 효과도 우려된다”며 “저소득·비정규직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저학력·저기술·고령층일 가능성이 크다. 사회보장제도나 실업급여·최저생계비 보장과 같은 안전망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 국민권익위, 보험모집인에 대한 퇴직금 지급 결정

특수고용종사자로 분류되는 보험모집인에게도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정황 등이 있는 경우 근로자성 여부를 고려하여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표명 결정이 나왔다. 해당 민원인인 이씨는 지난 해 10월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보험사에서는 직원으로 채용한 것이 아닌 위촉계약 형식의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이씨는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보험사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보험사와 같은 이유로 근로소득이 원천징수 되거나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서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모씨는 위촉계약 형식으로 근무했으나 실제 보험사에서 수행한 업무가 보험모집인 육성·교육, 영업관리 등을 수행하는 영업·교육실장으로 종사하였으므로「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지난 2월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 보험사가 매월 고정급 형태의 수수료(기본활동수수료, 장기활동수수료, 원격지 수수료)를 지급했고, 기본수수료의 비중이 월등이 높은 점 ▲ 독립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한다거나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 휴가 등 근태에 대해 사용자인 보험사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자 인정여부를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민원인이 지난 2월 제기한 퇴직금 지급요구를 다시 검토할 것을 의견표명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오는 5월 10일까지 권익위로 그 결과를 회산할 예정이다.

<노동안전>

● "폭발사고" 대림 여수공장 산업안전법 1천여건 위반

지난달 폭발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림산업 여수공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을 1천 넘게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주를 사법처리하고 대림산업에 8억4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사고발생 직후 공장에 내렸던 작업중지 명령은 위험조치 개선 전까지 해제하지 않기로 했다.

특별감독 결과 대림산업은 하청업체에 지원해야 할 안전관리 비용을 주지 않는 등 하청근로자 안전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시설보수 등 132건의 공사에서 하청업체에 안전보건관리비 7억7천8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무자격자에게 안전관리업무를 맡겼다. 하청근로자 보호를 위해 운영해야 하는 안전보건협의체는 구성조차 하지 않거나 분기별 1회 이상 열어야 하는 원·하청 합동 안전보건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화학공장설비 용접 작업자에게 실시해야 하는 특별안전보건교육을 규정대로 시행하지 않았고,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비상조치요령 등을 알려주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교육도 진행하지 않아 적발됐다.

고용부는 대림산업의 안전관리가 부실하다고 보고 전주공장에도 안전보건진단 및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협력업체 2곳에 대해서도 감독을 벌여 256건에 대해 사업주 2명을 처벌하고, 8건의 위법 사항에 대해 2천19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 진해에서 한달 새 5명의 산재 사망사고, 창원 고용부에 사업장 철저 감독 등 촉구

4월 11일까지 최근 한 달 동안 진해구의 공장·건설현장에서 노동자 5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3월 14일에는 조선소 사내 하청 노동자가 크레인 일상점검 차 아웃트리거(지지대)를 빼지 않고 붐대를 선회하다가 장비가 중심을 잃고 넘어져 숨졌다. 크레인 이동 시 유도자 배치가 무시돼 빚어진 사고였다. 같은 조선소에서 LNG선 건조를 위해 선체 탱크에서 아르곤 용접을 하던 50대 사내 하청 노동자가 아르곤 가스에 질식사한 사고도 있었다. 진해구 남양동 남양산업단지에서는 자동차부품업체 두 곳에서 지게차 수리를 하던 노동자, 금형 수리를 하던 노동자 등 2명이 각각 숨졌다. 옛 진해화학 터에서는 토양 정화 작업의 하나로 독성물질인 '불소'가 함유된 폐석고 정제 작업을 하던 60대 하청 노동자가 파쇄기로 이어지는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말려 들어가 숨졌다.

잇따른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등 5개 노조·노동단체로 꾸려진 경남지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원회(이하 건강권 대책위)는 올 들어 잇따르는 창원지역 산재 사망 사고를 두고 지난 9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을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산재 사망사고(중대 재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어 사업주 구속 수사 △중소 영세 사업장 지도 감독 철저 △유해화학물질 사용사업주 지도 감독 시행 △사망 사고 발생 사업장 특별안전보건감독 시행 △산업안전보건교육 제도 개악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 허리통증 있어도 사고로 악화되면 산재

4월 21일 울산지법은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0년 중소기업에서 배관 용접을 하다가 허리를 다친 뒤 병원에서 허리뼈 골절과 같은 ‘요추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그가 앞서 2008년께 허리를 다치거나 통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업무상 재해를 승인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 자문의는 이 당시 “자연적으로 나타난 증상으로 판단되고, 재해 경위와 인과관계가 높지 않다”는 소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의 병은 업무나 사고 때문에 기존 질환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병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2008년께 허리통증으로 진료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용접작업 중 추락사고로 인해 허리에 충격이 있었다면 증상의 악화 등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학적 소견이 제시된 만큼 요양불승인 처분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 근무기간 짧아도 힘든 일 했으면 산재

근무기간이 짧아도 허리나 척추에 부담을 주는 일을 하다가 다쳤다면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만큼 산업재해로 봐야한다는 울산지법의 판단이 나왔다. 해당 노동자 김씨는 2009년 중소기업 환경미화원으로 입사해 생활폐기물과 재활용 폐기물 수거 작업을 했다. 그는 2011년 병원에서 허리와 척추에 통증이 생기는 ‘신경 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기타 추간판 장애’ 진단을 받았다. 2010년부터 심한 엉덩이와 다리에 통증이 생긴 김씨는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다 심한 통증을 느낀 뒤 병이 났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그러나 재해 경위가 명확하지 않고, 김씨가 1년 7개월밖에 일하지 않아 병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공단 자문의사들도 ‘원고의 퇴행성 변화에 따른 것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재해와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추간판 탈출증으로 이전에 진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허리에 부담을 주는 업무를 한 점, 통증을 느낀 뒤 한의원에서 침술치료를 받은 점, 파열성 추간판 탈출증은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갑자기 발병할 수 있다는 의학적 견해가 제시된 점, 대체인력이 없어 허리 통증이 있더라도 근무를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인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폐기물 봉투를 들어 올려 차량에 싣는 일을 하는데 폐기물 봉투 중에 무거운 것이 많고 비교적 가벼운 것이라 하더라도 모두 합하면 하루에 3t∼5t을 반복해 들어 올리는 것’이라며, ‘원고가 업무 때문에 병이 났거나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돼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여 업무와 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