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리교육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고등학교 학생이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은가 등에 대하여 문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나는 먼저 지리교육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은 자신이 지리를 좋아하는가에 대하여 진지한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리에 대하여 공부하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고, 자기가 배워 알게 된 점을 남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알려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없이 '딴 마음'으로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울대학이라는 대학의 '명성'에만 관심이 있고, 일단 들어와서는 틈만 나면 '다른 공부'를 해보려고 눈을 돌릴 사람은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지리교육과를 좋아 지원한 다른 학생들의 입학 길을 막을 수도 있으며, 대학 들어와서 '어디가 좋을까'하고 '잘 차려진 잔치상'만 찾아다니는 것은 본인의 개인적 성장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나는 1980년에 지리교육과의 전공과정을 시작한 이래 오늘날까지 지내오면서 많은 선후배 동료들을 보아왔습니다. 입학할 때에는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온 사람도 지리에 애착을 가지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은 결코 대학생활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성공적인 인생길로 꿋꿋하게 나아가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반대로 성적은 크게 남보다 앞서지 않지만, 지리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지리 공부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결국 성공한다는 것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취업이 잘 되겠냐 하면서 부정적이겠지만, 내가 경험하고 보아온 바에 따르면 다른 분야에 비하여 더 높은 비율로 대학의 교수와 연구원으로 취업하였다는 것입니다. 다른 인기분야에 비하여 수요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리교육을 전공한 졸업자, 즉 공급 또한 적기 때문에 더 쉽게 관련 전문분야에 취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누가 ‘성공이 보장되는 길’을 쉽게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겠지요? 그런데 나는 안타깝게도 ‘내가 추천하는 길로 가기만 하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성공의 비결’은 ‘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길을 가는 주인의 ‘정신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빨리’ 그리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찾습니다. 가기 편안한 길로 소문난 인기 있는 길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가는 길만 정상으로 가는 길은 아닙니다. 더구나 가기 편안하다고 소문난 길이라고 해서, 그 길이 모두 아름답거나 가는 노정이 재미난다는 것은 아닙니다. 소문나지 않은 비포장의 좁은 오솔길 중에 아름답고, 걷기에 조용하고 즐기기 좋은 길이 많으며, 정상에 이르기에도 더 빠른 지름길이 많습니다.
문제는 여러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적으로 소문난 길이라고 하여, 남이 많이 가는 길이라고 하여 무작정 따라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길은 변화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인기 있는 길이 10년 후, 혹은 여러분들이 이 사회의 주인공으로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20년 후에도, 지금 선택한 길의 위상이 그대로 유지될 것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나는 여러분 모두에게 “지리교육학과로 오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의 개인적 능력과 취향을 고려하여, 10년 후 혹은 20년 후에 진정 즐겁고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에게는 ‘지리 전공’의 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지리교육학과’로 진입하여 함께 공부해보자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첫째, 컴퓨터 만지기를 좋아하거나, 그래픽 소프트웨어 사용을 즐기는 사람에게 ‘지리’ 공부를 추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너무나 잘 아는 바와 같이 GIS는 미래의 성장산업입니다. 벌써 서울 시내에 달리는 택시 안에도 GIS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지 않습니까?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시대가 오면, 자동차에 장착된 컴퓨터가 스스로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컴퓨터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대량의 데이터를 빨리 처리하는 일을 잘 합니다. 그런데, 공간데이타를 처리하는 기법은 통계처리기법 중에서 매우 어려운 일 중의 하나입니다. 지리교육학과에서 지리통계학, 공간분석론 등을 배우면, 일반적인 다른 통계처리법은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어느 교과에 비하여 지리과목에서 ‘그래픽’ 자료를 많이 이용합니다. 그래픽 자료를 개발하고, 이러한 그래픽 자료가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떤 효과를 갖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지리교육’을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세계적 안목을 가지고 사회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지리’ 공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미래의 한국 리더가 세계 각 지역의 지역문제, 환경문제 등에 대하여 무지하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지리교육학과에서는 유럽지리, 아시아지리, 아메리카지리 등등의 세계 주요 지역의 지역문제를 공부하는 교과가 개설되어 있으며, 환경지리, 환경교육 등의 교과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환경’의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안목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 미래의 지도자가 되기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지리교육학과는 대학원에 다른 관련 전공학과와 함께 환경교육협동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앞으로 환경교육의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지리교육학과를 지원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모험심이 많고, 여행을 좋아하여, 세계 각 지역을 다니면서,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이러한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지리’ 공부를 추천합니다. 여행지리, 관광지리, 역사문화지리는 지리학의 전통적인 연구 분야입니다. 1960이나 1970년대와 같이 경제개발이 중요한 이슈이던 시절에는 ‘여행이나 관광’은 ‘노는 행위’이지, 학문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0년 후, 혹은 20년 후에도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추천이 별 의미가 없겠지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언제 ‘다이어트’가 주요한 학문분야로 등장하였는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넷째, 문과에 속해 있지만, 자연과학적 소양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지리’ 공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리교육학과에는 자연지리, 지형학, 기후학, 환경지리 등의 교과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학문분야는 벌써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 환경학 분야에서 기여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섯째, 도시생태계, 도시문화, 유통, 산업입지, 세계화 등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도 ‘지리’ 공부를 추천합니다. 도시지리학, 사회지리학, 경제지리학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주제를 주요 연구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리교육학과의 소개는 이 정도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학과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려면, 시간이나 원고지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이 ‘자기 자신이 가장 즐거워하는 가운데, 같은 노력으로 가장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학과를 자신이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학과에 가면, ‘성실히’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버리지 말기 바랍니다. 어느 학과를 가든 ‘놀면서 편안하게 성공’할 수는 없다는 점을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첫째,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둘째, '놀면서도 편안한 인생이 보장되는 곳을 찾자'는 허망한 꿈을 과감히 버리고, 남다른 열정과 노력으로 내 꿈을 이루리라는 자세로 여러분들의 진로를 결정하기 바란다는 것입니다.
심심하시면 아래의 적성 테스트를 한번 해보고 고민을 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또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에는 어떤 전공의 교수님들이 계시는가도 한번 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리교육과에 내 적성이 맞는가 테스트해 보기
그리고 다음의 글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진로결정: 어느 길이 좋은가?
->잘 차려진 잔치집만 찾지 마라.
->지리를 사랑하라.
->20년후를 생각하자.
->자기를 개발하자.
->청소년에게 고함: 편안으로는 편안을 얻을 수 없다.
(출처 : 지리 사랑 이야기 - 싸이월드 페이퍼)
첫댓글 류재명 교수님 페이퍼 아닌가여? 저도 읽어본듯...
ㅋ 페이퍼 마지막에 출처 있지요? ^^ 맞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