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특집
겨울은 짐승이다
김미애
어릴 적 불었던 바람이 오늘도 잉잉 대는 밤
몸서리에 바람 터는 소리를 낸다
추락하는 대낮
고드름으로 각인을 한다
모호한 부호들이 머릿속을 후벼 판다
낯선 모형들이 난무 한다
눈꽃 모양으로 바스러진다
물이나 바람이나 얼음으로 신발아래 밟혀 견고 해진다
성깔을 바꿔가며 증거 없이 소멸 한다
돌 틈 사이사이 스며들어 큰 돌을 잘게 부순다
은밀히 잠입하는 차가움
짐승소리를 내며 아침에 내놓은 길을 모두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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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김 미애
소금과 칼질에 비린내를 품었다
비늘을 물기 전 생각해 보았어야 했다
짜릿할까 맛있을까 승부에 능통한 생선은
아니었기에 덥석 물었다
바다를 석쇠위에 구웠다
냄새가 등짝을 타고 왔다 눈을 뜬다
줄무늬 문신으로 남아 있다
지글지글 셀룰 로즈 졸이는 냄새
순간 벌떡 일어났다
이러구 있을 때가 아니다 곧 태풍이 몰려 올 텐데
속초행 버스를 타야지
차편은 끊겼다 심야 버스는
내 살이 다 어디 간 거지 바쁜데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만져보지만 손 찔렸다
버릴 것 버려두고 가야야 한다 차표 예매가 될까
파도를 안고 출렁이던 그때 물무늬에 부표를 고정시켰다
아가미도 없고 지느러미도 파도타기는 글렀다
돌아 갈 수 있을까
난 지금 밥반찬인가 찌꺼기 인가
습한 공기의 이동이 시작됐다
메꽃은 입 다물고 개미군대의 행군이다
돌아갈 수 있을까
낚시꾼의 손에 떡밥이 되어 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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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 오골계 집
김미애
땡볕 사그러지고 그림자 길어지면서
긴만큼 검은빛 잃어간다
산 물건 하러간 그는
약괭이 만큼 뾰족한 어느 봉우리 타고 있을까
원두막 아래 강아지 파리 쫓아 나름의 일과 바쁘다
방에서 뒹굴뒹굴 하던 그녀
귀가가 늦다며 중얼중얼
도시락을 옳게 싸줄 걸
가끔 뒤란에서 오골계들의 투정소리
닭 밥 주러 나간 사이 주전자 덥혀
현미녹차 물 내리는 소리
그림자는 땅거미에 묻히고 길들도 사라지는데
삼거리 차들은 연고 없이 지나간다
저녁은 방을 밝혀주고
밥물이 넘치면 불꽃이 작아진다
식탁 앞에 앉은 그녀의 중얼거림이
밥 뜸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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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을 뒤적이다 .문득
김미애
양지머리를 들기름에 달달 볶는다.
장사동 모래톱에서 건져온 미역을 뽀얀 국물로 뜨겁게 들이킨다
TV 아침 드라마선 남자 주인공이 간암으로 죽어가며 가족친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내 생일에 한사람이 힘겨운 유언을 남긴다 모두들 울먹이며 손을 잡고 침통하다
닭털 같은 날들을 살아왔을 그 남자
첫 돐 때 불러 모았을 사람들 먼 곳을 갈 때도 불러 모은다
죽음은 등 돌리면 있는 것을 몰랐음은 뒤돌아보기 꺼려함이라.
그 남자 사망으로 드라마는 종영된다
난 누구의 생일에 사망을 할지
늘 태어나고 죽는 것이 이치라지만 생소함이 남의 일이라.
미역국을 다 들이키고 홈쇼핑을 탐색하며 소비를 염탐한다
사망도 일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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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축제
김미애
도시변두리에서 하얀 꽃을 대량생산하고 있다
그 꽃이 사쿠라 이어도 상관없다
사람을 모아들이는 강력한 숙련공의 매력
꽃무리를 복사하고 꽃비를 흠뻑 접수하고 가라앉은
웃음 끌어올려 폭죽으로 분사한다
사월이어서 피는 꽃이라면 사월에 태어난 나도 피어보리
경포 호숫가로에 배추
흰나비면 어떻고 흰 모시나비면 어떤가
가슴속 굳은살 꽃차에 녹여 떠나는 나비들에게 무사히 만날 것
같은 입술에 벚 꿀로 다가서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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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수렵
김 미애
갈대가 이삭을 패고 있다 물비늘 일어나는 하류에서
물과 뒤엉켜 비늘 말리는 피라미 여럿에게 연두색 투망을 던진다
패랭이 바람에 입술 파래지고 양동이 들고 급수장 뛰어 다닌다
설악은 취해있다 폭염을 마시고 갈증으로 물을 켜대고 있다
앞강 허리가 줄었다 그 속에 갈대가 익사상태다
양동이 가득 고기를 키웠다
집에 와서 설악을 꼭꼭 씹어 한 번에 넘겨 버렸다
어젯밤 미시령이 통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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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날에 꿈을 꾸다
김 미애
산 아래 낮게 엎드려 무심히
너를 헤아릴 때 스며 들었는가
무게가 부담스러운 관절 하나 꺽으며
땅 아래 잠들었던 무수한 씨앗들
퍼 올린다
산 그림 각막에 밀착 시켜 떠나간
언제쯤일까 네가 더듬어 꿈틀거렸던
지금은 돌아 갈수 없는 먼 땅
돌아 갈수 있을까 떠나자
어디로 가는가 휘파람 부는
그래서 떠나야 한다 예고 없이
쿨럭이는 늙은 나무에게 잎 떨구는 법을 배운다
사라질듯 몸을 섞었다 가끔 눈빛을 건네며 다가오는
봄 날
산 동백 터지면 갈채를 보내고 사산된 꽃들은 떠나갔다
어지러운 홀씨 기슭에 묻어놓고
버려진 흑백필름 저 돌 틈에 꽂아두고
미루어 놓았던 골짜기 향해 문 열린다
떠나간다 갈풍나무 뒤척이는 소리
들리는가 마주보는 침엽수 곧게 솟아있듯
다가갈수록 낮 설은 모습들
어느 때인가 사월과 오월의 따듯한 바람에 다져진
견고한 물로 잠들었던 지난날
이제는 소스라쳐 깨어 무언가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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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망
김미애
누추해진 그물 추슬러 도도한 여름위에 던진다
구멍사이로 빠져 나가는 일상 살림망 속에 살려둔다
물살에 찢긴 심장, 눈동자 힘겨워 보인다
힘껏 던져 가두려 해도 빠져 나가는 지느러미
물이끼 너의 모습으로 한때를 관조하며 여기까지 왔구나
이제 보여줄 것 없느니
구석에도 강 가운데도 여울목에도
너는 떠나고 없다
장마가 긴 까닭이다
온순한 너를 지치게 하였으니 어떤 방법으로 보상해야하리
손해만 끼치고 살지는 않았으리라
평생 갚아도 모자를 여생이 남아 있다
함께하고 싶다
던지기를 멈추어 너의 수고가 헛될지라도
구멍 기우면서 함께하고 싶어 너의 동의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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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점에서
김 미애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침묵한다
얼굴과 꼬리 그리고 뱃속 울화통에 녹슨다
모두가 외면하고 귀먹어있어 조용한 그들
소리 한번 내지 못해 전시용으로 독립하다
먼지 낀 소리통 속 진폐증으로 콜록 거린다
혹여 관심 없으면
누가 만져 주겠나
무심한 사이 변성하는 그들에게 선율 알려줄까
어쩌다 어울려 소리 낼 수 없다면
알지 못할 불협화음으로 소외당하고
완벽한 심포니를 위해 조화를 이루어야할 그날
긴장한 눈빛으로 화음 튕겨본다
오선이 지나가는 지휘봉아래 나름대로
움직이는 금관과 목관
튕겨줘야 할 것과 떨어 주어야 할 것
어떤 손짓으로 알려줘야 하지
멈춰지고 소리 낼 것 말하지 않아도
알면서 심벌즈로 마무리 할 수 없다
마치고 나면 느슨해지고 목쉴 줄 뻔히 알면서 방치 할 수 없다
땡기거나 조여 주면서 쉴 수 있게 따로
떼어놓거나 잠시 덮어두어 또 다른 연주의
완벽한 조화를 위해 수업 반복하기 여러 번
변성하는 그들 응시하며 플룻의 매끄러운 목청으로
피아노의 청아한 튕김으로 갈고 닦고 조이며 냉정한 관객의
앙코르를 유도하며 탄성의 기립박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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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집 버리기
김 미애
다리 건너 이사왔다 포장이사라고 춘천에서 왔지만
어제 개업했는지 영 서투르다
서른 세평이 기분을 바꿔준다
이사는 짐꾼이 했는데 내 몸은 요지부동이다
먼저 살던 집을 청소하는 사이 탑 차는 떠났다
입주를 기다리는 무질서한 이사 짐 다리 건너기전
이름 있었다 쉬고 쉽다
비를 피해 이사 했는데 몸은 물먹은 솜이다
그림을 건다 작지만 키워주고 싶다
이웃이 없었던 벽에게 동무를 만들어준다
침대를 동쪽으로 하고 커텐을 달았다
아껴 두었던 그릇들이 제자리에 들어가 앉는다
무언가 담기기 기다린다
냉동실 빠져나온 덩어리 몸 풀고 입실 준비 중
이사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