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오사카(大阪)
오사카성 / 웅장한 오사카성 천수각
오사카(大阪)는 예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오갔던 일본 제2의 도시로, 항구(港口)도시이자 운하(運河)의 도시이다. 우리나라 부산에서 카페리가 이곳까지 직접 오는 것도 있는데 열여덟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후쿠오카에서 부산행 오후 3시 30분 페리가 예약이 되어있어 서둘러 오사카조(大阪城)만 보기로 하였다. 오사카에서 후쿠오카 하카다(博多)까지 신칸센 히카리(光)호로 2시간 40분정도 걸린다.
나고야(名古屋)성, 구마모토(熊本)성과 함께 일본 3대 성으로 불리는 오사카(大阪)성은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 깊고 넓은 해자로 둘러싸인 성은 높은 언덕위에 늠름하게 우뚝 솟아있다. 오사카 JR역에서 성으로 들어가려면 해자에 걸린 돌다리를 건너 구불구불 돌이 깔린 언덕길을 상당히 걸어 올라가야 한다.
성벽은 어마어마하게 큰 돌들로 쌓았는데 일정하지 않은 모양으로 깎아 교묘하게 석축을 쌓아올렸다. 페루 잉카인들 석축기술의 정교함에서는 못 미치지만 그 규모와 크기에서는 단연 앞서는 것 같다.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 의하여 16세기에 건축되었다는 이 성은 태평양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복원되었다는데 그 수려한 외모와 일본건물 특유의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모습은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웅장하다. 오중탑(五重の塔) 구조의 천수각(天守閣)은 오래된 목조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복원하면서 많은 부분이 철 구조물로 바뀌었고, 맨 꼭대기까지는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나선형의 계단도 있어서 걸어 오르내릴 수도 있다.
각 층별로 많은 유물과 사진이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시간이 촉박하여 엘리베이터로 맨 위까지 올랐다가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전시품들을 관람하였다. 일본의 성(城)이나 절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하나같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체로 일본인들을 축소 지향형(작은 것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알고 있었는데 옛날의 일본인들은 지금과 달리 무엇이든 크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옛 일본인들은 이런 거대한 건축물들(거대한 석축 성곽과 해자)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땀을 흘렸을까.....
시간이 촉박하여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비지땀을 흘리며 역으로 와서는 도시 환상선(都市環狀線)을 타고 오사카 역까지 와서 다시 신오사카 역까지 가야 후쿠오카 행 신간센을 탈 수 있다. 구경에 정신을 빼앗긴 탓으로 가까스로 시간에 맞추었는데 신칸센에 오르고 채 1분도 안되어 출발한다. 이 기차를 놓쳤으면 어찌할 뻔 했을꼬...
<8박 9일간의 배낭여행을 마치며>
우리의 이번 여행은 뒤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폭우가 내려 계획하였던 도쿄의 후지산(富士山) 등산과 큐슈의 아소산(阿蘇山) 등산을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면,
물가가 너무 비싸다. 한 끼 식사가 우리 돈으로 8천~1만 원 정도인데 양이 너무 적고 반찬도 없어 평소 식사량이 많은 사람은 어렵겠다는 느낌이 든다. 숙박비도 너무 비싸서 젊은이들은 부담스럽겠다.
도쿄에는 한국인이 하는 민박도 있는 모양인데 여럿이 비좁게 자도 1인당 4만 원은 주어야 한다.
호텔도 그렇지만 민박도 사진에서 보니 돌아서기가 어려울 정도로 좁다. 교통비도 만만치 않아 가급적 JR 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그래도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버스 기본요금이 2.500원 정도, 택시 기본료가 8.000원 정도였다.
기차도 지역노선(Local)은 물론이려니와 신칸센은 엄청나게 비싸다.
8박 9일간의 여행경비가 1인당 대충 16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오히려 패키지로 여행하는 것이 더 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감수한다면....
일본의 고성(古城)에서는 말을 탄 뿔 달린 괴상한 투구의 쇼군(將軍)과 깃발을 등에 꽂고 달려가는 일본의 옛 군사들 모습, 성을 공격하고 지키는 치열한 전투장면이 연상되었고, 또 어둑한 달밤,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싼 닌자(忍者)들이 담벼락 위로 소리 없이 달려가는 모습도 연상되어 즐거웠다.
어느 곳에서나 줄서는 일본인들, 미소 띤 얼굴로 소곤소곤 작은 소리로 말하고 관광객(외국인)들에게는 자기 일을 팽개치고 직접 나서서 길을 가르쳐 주고 자신이 모르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가르쳐 주던 일본인들, 말끝마다 ‘아리가도, 스미마셍,...’
몇 년 전이던가 일본에서 ‘오아시스 운동’ 이 전개되었다고 한다.
-오하요고자이마스(おはようございます。/안녕하세요?)
-아리가토고자이마스(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감사합니다.)
-시쯔레이시마스(しつれいします。/실례합니다.)
-스미마셍(すみません。/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우리나라의 ‘아나바다 운동’ 이나 ‘고미안 운동’ 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아나바다 운동은 IMF 사태가 터지던 1998년에 우리나라에서 전개한 운동으로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 는 운동이었고 고미안 운동은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하세요’ 라는 말을 생활화하자는 운동이었다.
일본인들의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철저한 청결의식 등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국제매너라고 생각되었다. 아무튼, 일본은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된 선진국이라는 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