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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락 짜임새의 유형
단락은 소주제문과 뒷받침문장이 어떤 순서로 어울리느냐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소주제문을 어느 위치에 두고 뒷받침문장을 배열하느냐에 따라 단락의 짜임새가 몇 가지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위치 관계에 따라 단락은 두괄식, 양괄식, 미괄식, 중괄식 그리고 무괄식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1) 두괄식 단락 [소주제문 + 뒷받침문장들] 두괄식의 단락은 소주제문을 맨 앞에 내걸어 놓고 그것을 떠받드는 뒷받침문장들을 그 뒤에 늘어놓는 짜임새이다. 첫머리 부분에 단락의 핵심이 놓이고 그 뒤에 그것을 풀이하거나 합리화하는 뒷받침 요소들이 이어지는 꼴이다. 이른바 역 피라밋 형식의 짜임새인 것이다. 우리가 이제껏 보기로 들어 왔던 단락은 거의 모두 이 두괄식이다.
[보기 3.1] 사람은 누구나 가치를 사랑한다. 가치 곧 진선미를 향해서 우리 마음은 움직이게 마련이다. 아름다운 것, 착한 것 그리고 참된 것을 발견하였을 때에 우리의 마음은 본성적으로 끌리고 세차게 움직인다. 아름다운 꽃이나 그림을 보고 기뻐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며, 착한 어린이의 순진한 행동을 보거나 남을 위해서 희생을 하는 이들을 대하고 흐뭇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이는 거의 없다. 누구나 모든 일에서 거짓보다는 참다운 것을 천성적으로 좋하하고, 특히 탐구심이 강한 이들은 진리를 향해서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이고 그것을 위해서 자기를 오롯이 바치는 일조차 있다. 전체 내용을 요약한 소주제문이 맨 앞에 제시되어 있다. 그 뒤에는 소주제문이 나타낸 요지("가치의 사랑")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따라서 이 글은 두괄식의 구조를 보이는 것이다.
두괄식의 단락을 이루는 데 유의할 점은 뒷받침문장 하나 하나를 이어갈 때마다 앞의 소주제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소홀히 하면 빗나간 뒷받침이 되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아래의 보기에 서는 모든 뒷받침문장들이 첫머리의 소주제문을 구심점으로 하여 배열되어 있어서 착실한 짜임새를 보인다.
[보기 3.2] 성군 밑에 충신 난다고 세종 때 유난히 청백리(淸白吏)가 많았다. 천성이 검소한 황희(黃喜)는 정승의 자리에만 30년 있었지만 검약 생활은 벼슬하기 전과 조금도 다음이 없었다. 좌의정을 지낸 유관(柳寬)도 마찬가지였는데 빗줄기가 방안으로 쏟아져 내리자 우산으로 가리며 부인에게 "우산 없는 집에서는 어떻 게 견딜고" 하고 걱정했다 한다. 사육신 중 박팽년, 성삼문, 유응부도 청백리로 명성이 높았는데 모두 세종이 등용해 아끼던 분들이다. --"횡설수설",
<동아일보> 위 글은 그 소주제인 "유난히 많은 청백리"를 그 뒤의 모든 문장들이 잘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의 청백리와 관련된 사항만을 선택하여 맨앞의 소주제를 잘 떠받들고 있어서 핵심이 선명한 단락이 되고 있다.
문장력의 기본을 튼튼히 다지고자 하는 이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 두괄식 단락을 이루는 요령을 알아 두어야 한다. 그 이유로는 첫째, 이 두괄식은 소주제문을 앞에다 두고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목표점을 앞에 두고 전진하는 것처럼 빗나가지 않는 뒷받침이 가능하게 한다. 둘째, 두괄식은 글을 읽는 데도 매우 능률적 이라는 점이다. 두괄식은 그 요지를 첫머리에서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읽기가 편하다. 셋째, 두괄식은 다른 모든 단락 구조 유형의 기본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다른 유형의 단락은 이 두괄식을 다소 조정하거나 손질하면 이룰 수가 있다. 이처럼 두괄식은 가장 효율적이고 기본적인 단락 유형이 되므로 글쓰는 이는 누구나 일차적으로 익혀 두어야 한다.
2) 양괄식 단락 [소주제문 + 뒷받침문장들 + 소주제문] 양괄식의 단락은 소주제문을 첫머리에 내걸고 그것을 뒷받침한 다음에 마지막에 가서 소주제문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는 짜임새이다. 이 단락은 실제로 두괄식의 짜임새와 같은 것인데, 끝에 가서 소주제문의 내용이 한번 더 되풀이 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앞의 [보기 3.1]을 양괄식으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기운 글씨로 쓰인 부분이 뒷 쪽에 첨가된 소주제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치를 사랑한다. 가치 곧 진선미를 향해서 우리 마음은 움직이게 마련이다. 아름다운 것, 착한 것 그리고 참된 것을 발견하였을 때에 우리의 마음은 본성적으로 끌리고 세차게 움직인다. 아름다운 꽃이나 그림을 보고 기뻐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며, 착한 어린이의 순진한 행동을 보거나 남을 위해 서 희생을 하는 이들을 대하고 흐뭇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이는 거의 없다. 누구나 모든 일에서 거짓보다는 참다운 것을 천성적으로 좋하하고, 특히 탐구심이 강한 이들은 진리를 향해서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이고 그것을 위해서 자기를 오롯이 바치는 일조차 있다. 이처럼 사람은 진선미의 가치를 발견하였을 때 그것을 본성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양괄식을 이루는 데에 주의할 점은 마지막의 소주제문이 첫머리의 소주제문과 내용적으로는 일치하되 그 표현 형식을 달리 하는 점이다. 만일 앞뒤 소주메문이 내용적으로 다르게 되면 주제 파악에 혼선을 가져 올 것이므로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형식까지 똑같은 문장이어서는 꼴이 사나울 것이다. 아래의 예문에서처럼 같은 내용의 소주제이지만 얼마쯤 다른 표현을 써야 한다.
[보기 3.3]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학문"하면 "어렵다"고 말한다. 만약 누가 학문을 쉽다고 말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라도 날듯이 자못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들로 "학문은 어려운 것이다"라고 말한다. "학문"하면 "어렵다"고 말하는 것, 그것은 우리 나라에서는 신중한 처사다. 그렇게 말하지 않고 달리 말하면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문은 어렵다"는 말에 최면 걸려 있는 듯 하다.
-- 하일지, "학문 공포증에서 벗어나자" 중에서 위에서 보듯이 끝의 소주제문은 앞의 것과 내용으로는 같으나 그 표현 형식은 달리하고 있다.
3) 미괄식 단락 [뒷받침문장들+소주제문] 미괄식 단락은 뒷받침문장들이 앞에 놓이고 소주제문은 맨 끝에 제시 된다. 소주제문의 위치로만 보면 두괄식과 반대의 짜임새이다. 앞 부분 에서는 소주제문 대신에 그것을 이끌어 내기 위한 구체적인 서술이 이루어진다. 소주제문을 맨 마지막에 드러내기 위해서 그 전제적인 서술을 앞 부분에서 하는 것이다.
이 미괄식의 경우도 따져 보면 두괄식과 거의 마찬가지의 요령으로 전개된다. 두괄식에서 소주제문을 뒤로 옮기고 약간의 조정을 하면 미괄식이 이루어진다. [보기 2.1]의 두괄식 단락을 미괄식으로 고쳐 보면 그 요령을 알 수 있다.
가치 곧 진선미를 향해서 우리 마음은 움직이게 마련이다. 아름다운 것, 착한 것 그리고 참된 것을 발견하였을 때에 우리의 마음은 본성적으로 끌리고 세차게 움직진다. 아름다운 꽃이나 그림을 보고 기뻐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며, 착한 어린이의 순진한 행동을 보거나 남을 위해서 희생을 하는 이들을 대하고 흐뭇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이는 거의 없다. 누구나 모든 일에서 거짓보다는 참다운 것을 천성적으로 좋하하고, 특히 탐구심이 강한 이들은 진리를 향해서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이고 그것 을 위해서 자기를 오롯이 바치는 일조차 있다. 이처럼 우리는 아름다움, 선함 그리고 참다움 곧 가치를 본성적으로 사랑한다.
위 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두괄식인 [보기 3.1]에서 다른 뒷받침문장들은 거의 그대로 두고 다만 소주제문을 뒤로 이동하면서 그 앞에 적절한 접속어(한마디로, 이처럼, 따라서 따위)를 써서 접합시키면 자연스런 미괄식 단락이 되는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미괄식 단락은 두괄식 단락의 변형이므로 미괄식 단락을 짓는 데도 두괄식 단락의 경우와 같은 요령으로 할 수가 있다. 소주제문을 가상적으로 내걸어 놓고 그것을 두괄식으로 뒷받침하여 전개 한 다음에, 동일한 소주제문을 마지막에 제시하면서 앞의 가상적인 소주제문을 지우는 것이다. 다음의 보기에서 ( )안은 가상적으로 내건 소주제문이다.
[보기 3.4]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권력 지상 주의의 꿈은 언제나 정치적 비극의 불씨가 되어 왔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의 애를 칭찬 하는 말로서, "그놈 대통령 감이다." "그 놈 장군 감이다."는 말을 흔히 쓴다. 이런 말은 그애 부모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주는 말인지도 모른다. 아니, 이것은 모든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게 거는 꿈인지도 모르겠다, 이 꿈 뒤에 서려있는 것은 이조 오백년 동안 맺쳐왔던 모든 백성들의 꿈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입신양명(立身揚名)하는 것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고, 과거에 급제한다는 것은 관리가 되는 것이고, 관리가 되는 것은 곧 일반 서민을 지배하는 계급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모든 백성들의 꿈이란 남보다 나은 지위에 오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꿈은 모든 백성들이 가지고 있을 때 결과적으로 예상되는 것은 권력 투쟁이다. 죽고 죽이고 유배당하는 이조의 피비린내 나는 당쟁이 그것을 실증한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권력 지향의 꿈은 언제나 정치적 비극의 불씨가 되어 왔다. --김상태, "꿈" 중에서--
일반으로 미괄식 단락은 두괄식과는 다른 효과가 있다. 두괄식은 소주제문이 맨 앞에 놓여 있어서 단락의 요지 파악에는 간명한 점이 있다. 그렇지만 속이 처음부터 너무 빤히 드러나는 면이 있다. 이와는 달리 미괄식 단락은 소주제문을 이끌어 내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거친 다음에 마지막으로 소주제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미괄식 단락을 이루는 데는 상당한 글솜씨의 숙달이 필요하다. 소주제를 마지막에 제시하고 앞에서는 그것을 이끌어 내기 위한 서술을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옆길로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또 뒷받침 문장의 배열에서도 두괄식에 비하여 어려움이 있다. 목표점을 뒤에 두고 뒷걸음질치는 것처럼 그 배열이 부자연스러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글쓰기의 초보자는 처음부터 미괄식 단락을 시도하기보다 는 두괄식이나 양괄식을 익힌 다음에 써버릇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구나, 그 요지를 선명하게 드러내야 할 설명문이나 논술문 따위에서는 미괄식 단락을 많이 쓰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은 면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