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황토 벽돌 공장에 집 짓는 일을 잠시 했습니다.
황토, 황토벽돌, 황토집에 관한 말은 정말이지 너무 많아서 한 줄이라도 더 보태고 싶지는 않지만,
기실 공개된 정보 가운데는 자기 기준에서 판단한 일천한 경험으로 객관적이지 못한 자료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사방에서 들었던 것과 보았던 것 또 실제 건축하며 체험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조심스럽지만, 그 중 비교적 확실한 사항과 확신할 수 있는 부분만 언급 하고자 합니다.
제가 황토 벽돌 사장에게 물었습니다.
"손으로 찍은 벽돌이 기계를 써서 높은 압력으로 찍은 벽돌에 비해 통기성도 좋고, 습기를 잘 받아들이고
황토가 갖는 본래의 장점을 그대로 갖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 좋다는 말이 있는데 어떠신지?"
"습도의 조절과 통기성에 관한 것은 벽돌 성형 시에 압력의 여부에 따라 흙 사이의 구멍이 넓으냐 좁으냐의 문제가 아니고,
황토 분자가 갖는 본래의 속성을 말하는 것 아닐까요?"
"오!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명쾌한 답변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그럼 이제 제가 마루님께 한가지 묻겠습니다.
저의 공장 기계 시스템을 보고 딴 곳의 벽돌 공장 사장이 말하기를 자기 공장에서는 벽돌 찍는 기계 틀에 흙을 넣고
위에서 압력을 가해 만드는데, '이곳의 시스템은 겉으로는 대단해 보이지만 가래떡을 만들 듯 옆으로 밀어내어 잘라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 건축 시 위에서 누르는 압력에 약할 수밖에 없으니 좋은 벽돌이 아니다.' 라고 하는 데 마루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하하 얼핏 그럴듯한 주장같이 들립니다만, '밀폐된 용기 속에 있는 유체의 어느 한 부분에 가해진 압력은 그 유체의 모든 부분과 용기의 안쪽 벽에 똑같은 크기로 전달된다.' 라는 파스칼의 원리를 몰라서 그런 말을 한 것 같으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아!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게 파스칼의 원리군요. 중학교 때 배웠는데 하하하"
"그럼 제가 질문할 차례군요.
벽돌을 말린다는 것은 곧 벽돌의 수분을 제거한다는 것인데 처음부터 반죽을 대게하고
높은 압력의 피스톤으로 눌러 버리면 되겠습니다"
"크 하하하! 마루님도.. 참 보기와 달리 단순 무식한 구석이 있군요.(농담입니다.)
황토의 분자끼리 서로 잘 붙게 하려면 적당한 수분이 있어야 점성이 좋아집니다. 수분 없이 모래를 쥐어짜면 성형이 되나요?"
"예! 아는 내용을 혹시 싶어 물었더니, 그렇게 심한 말씀에 충격을 받았습니다.(진담입니다) 하하하"
여러분 ! 대화 내용을 이해하셨습니까?
제가 표현을 잘하고 있는지. (제발 댓글 좀 달아 주소서!>
그리고, 벽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창고를 만들어 그늘에서 말리는 이야기며 필요에 따라 밖에 내놓고 말리는 데 비가
와서 허겁지겁 비닐을 덮기도 하고... 실내로 넣기도 하고... 덜 굳은 것을 실내에서 선반을 만들어 말리는 이야기며
지게차를 이용하긴 하지만 일일이 손으로 옮기고 뒤집어야 하는 고충과
인력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 죽이 잘 맞으니 숨길 것도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던 중,
"이 기계 시스템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진공 펌프입니다"
"아! 저도 옛날에 유리관에 알곤 가스를 주입하기 전에 진공펌프로 내부의 공기 등등을 빼내는 작업을 한 바 있는데,
진공펌프로 공기를 빼내는 것은 무식하게 피스톤 압력만 높이는 것보다는 엄청 효율이 생기겠군요'
"그렇지요. 딴 데 가서 말하지 마세요. 우리 공장의 비결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제가 입이 무겁습니다. 글은 쓸지도 모르겠어요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어요.
황토 벽돌에 경화제니 시멘트니 뭘 섞지 않느냐는 의심이 많고 또 제작 공장을 믿지 못해 직접 만들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선 어떻게 하시는지?"
"아! 그런 질문을 또 듣게 되네요. 믿네! 못 믿네! 하시지 말고 공장에 와서 직접 보면 됩니다.
저기 구석에 벽돌 말리다가 금 간 것, 만들다 불량 난 것이 있는데 밖에 두었으니 빗물에 녹는지 아니면
불량 난 채로 빗물에 녹지 않고 버티고 있는지 보고 판단하면 되겠지요. ㅎㅎ"
"알았어요. 그런데 나는 실제 시공 일선에 있다 보니 백 시멘트나 생석회를 조금 섞어 외부 빗줄기에 상하지 않는
강도가 높은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십 년간 콘크리트 집에 살고, 콘크리트 건축물로 된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이제 황토집 짓는답시고
석회 한 줌이라도 들어가면 건강이 다 날아 가는 줄로 아는 건축주를 만나면 엄청 힘들어요.
아무것도 안 섞고 오로지 흙으로만 하면 금도 가고 바닥도 울퉁불퉁해지는 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할 텐데....
아무것도 넣지 마라! 그러나 개미 한 마리 들어와서는 안 된다 연기가 새도 안 된다 바닥은 수평몰탈을 친 듯 반듯 해야 한다 .
외부 벽체는 비가 몰아쳐도 물을 먹거나 쓸리지 말아야 한다.
그게 가능이나 한 겁니까?
제발 나를 좀 속여 달란 얘기지! 나 원 참!"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황토에 관한 특허가 만 개가 넘는다고 합디다. 하하하"
공주 계룡산 아래서 생산된 벽돌입니다.
홑겹으로 쌓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설명합니다.)
벽돌의 구멍이 보이는 것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통나무 구조체를 만들고 벽체만 황토 벽돌을 쌓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황토벽돌 조적을 내력벽(기둥 없이 구조체 구실을 하는 벽체)으로 할 수는 있지만,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제가 이렇게 단호하게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황토집을 원하시는 분은 방바닥을 꼭 황토로 하시고 나머지 벽체는 벽돌 쌓기 쉬운 곳에만
하시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황토 벽돌이 무슨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건축자재의 하나로서 인체에 무해한 것이지 좋은 성분을 팍팍 주는 것은 아니란 말씀입니다.
상온에서는 나무보다 원적외선 방출량도 훨씬 적고...
온 벽을 황토 벽돌로 하고 메지도 무조건 살리려는 건축주를 가끔 봅니다.
바보 같은 일입니다.
전기 배관, 화장실 주방 등등 급수 배관 공사를 몹시 어렵게 하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하자도 발생합니다.
황토집을 지으려는 분은 정말 황토가 어떤 것인지 깊이 공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황토물을 들인 누른 색의 황토 팬티가 정력을 높인다는 광고 카피를 보았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저는 욕탕에 황토 반죽을 해서 거기서 살겠습니다.(거시기로 욕조를 깨고서야 나올 것이여!!!)
황토방에 진공관 앰프와 탄노이 스피커가 보입니다.
아! 저도 사치 한번 해 보고 싶어집니다. ㅠㅠ
차 끓여 드시고 남은 물을, 쪽창을 열고 버리라고 작은 창문을 하나 내어 드렸어요....
창을 열고 연못 물 위를 뛰노는 소금쟁이를 바라보다가 바람이 솔솔 들어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낮잠이나 한번 때렸으면 좋겠다는...
제가 저 부뚜막을 만들고 있을 때 주인장께서 "마루님 돌 참 잘 쌓네요" 라고 칭찬하시더군요 ㅋㅋ
칭찬 말씀만 마시고, 아궁이에 첫불 때는 날이니 조왕신한테 막걸리 한 사발 올립시다 했더니....
"내 그럴 줄 알고 냉장고에 딱 재워 뒀지요.
오늘은 마누라 눈치 보지 말고 합법적으로 당당하게 한잔 합시더! 하하"
이러고 또 한잔했습니다.
구들 놓은 김씨도 술값 하느라 허리를 숙이네요. ㅋㅋ
제가 이러고 삽니다 .^^*
산만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루 씀
첫댓글 저만... 그런가~? 배꼽 보이는 거이 많습니다
그래요? 작성중입니다. 사진을 새로 올려 볼께요.ㅠ (아울러 대빵님을 통나무학교 감사로 임명합니다 ㅋ)
이 벽돌공장이 쩌 남쪽에 있는 그 공장입니까?
그 아아가 손재주는 굉장했는데.
대충 밀어도 직각이 바로 나와부렀으니까.
사가지는 어찬지 난 몰르것소마는.
맞아버렀소.
고물상에 고철 얻어와서 저렇게 만들었다고....
사가지가 어찬지 몰라도 술은 잘 삽디다글씨
이제는 자-알~ 빕-니더~!ㅋ
근데...
평생 소원(?)이던 "사"字를 부치 주신다구여~?
감사가 이 해꾜에서 젤~루 높은 계급 맞지유~???
감사 우에 또 무엇이 있겄소?
건축쪽으로는 일자무식인 저역시도 황토 벽돌은 질문 과 답변을 하신것처럼 압력으로 인한 훼손이 많지 않을까 지금까지도
그런 생각을 했네요...일반 벽돌 과 황토 벽돌의 가격이 차이가 많이 나나요 ?
일반 벽돌은 생산성이 높고 수요가 많으니 당연히 사겠죠.
하지만, 황토 벽돌을 손수 만든다면 돈이 적게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몸은 고생을 좀 하겠죠? ㅋ)
경남 진주 경상대학교에서 황토벽돌을 만드는 접착제가 나온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주가 제 고향인지라...^^;
통나무 수업을 좀 받고 싶어도 가격이 가격인지라 ...ㅠㅠ
황토벽돌을 만들어서 쓴다면 더욱더 좋을꺼 같단 생각이 들긴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