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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의회 사무과에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21일 남원 만인의총 관리사무소로 인사 조치 당한 채연길(왼쪽) 씨와 문화관광과에 근무하다 지난해 12월26일 위도로 발령받은 유영균(오른쪽) 씨/부안21 2004년 01월 12일 '부안사는 이야기' 자료ⓒ부안21
부안군의회 사무과에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21일 남원 만인의총 관리사무소로 부당인사조치 당한 채연길(왼쪽) 씨가 9개월여만에 부안군청으로 복귀했다. 아래 글은 채연길씨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안군지부(http://buangh.or.kr)'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파견근무를 마치며...동료 여러분께
작년 11월21일 전북도 만인의총관리사무소에 파견을 받은지 9개월하고 조금 넘은 것 같습니다. 눈내리는 겨울을 보내고 꽃피는 산길을 매일 오가다 보니까 어느덧 뜨거운 태양이 출.퇴근 길을 괴롭히더니 이제는 벼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군요.
매일 4시간씩 출퇴근을 하다보니까 가끔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내가 일을하러 출퇴근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출.퇴근하기 위하여 일터로 가는 것인가... 마직막 날인 오늘도 그 해답을 못찾고 말았습니다.
처음 파견명령을 받았을 때 이거는 분명 잘못되었구나, 군수한테 부여한 인사권은 인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지 권력은 아닌데 군수는 권력으로 착각하였나 보다. 라는 생각을 하며 파견지로 갔습니다.
또한 부당한 인사를 철회하라는 300여명 이상의 동료직원의 따뜻한 동지애를 가슴 깊이 느끼며 이러한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군수는 주위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독선을 가진 것 같다라고....
하지만 우리는 약자가 절대 아니라고 다짐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동료직원들이 이제는 끈끈한 동지애로 느껴지고 있으니까요..
분명 저는 부안에 핵폐기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 것은 사실이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고유한 생각을 누군가 이렇게도 말을 하더군요. 어떤 인사나 단체의 조종으로 반대한다. 라고요...
하지만 저는 저의 생각을 말했을 뿐이고 지금도 자신의 생각을 감추며 허위로 살기는 싫습니다.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말 다 하며 살 수는 없지만 꼭 할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생각 합니다.
언젠가 군청 모담당이 이제는 공무원도 아닌 것을 당당히 옳다고 말을 할 용기가 필요 하다.라고 전직원 게시판에 게시 한걸 지금도 기억합니다. 아닌 것을 옳다고 하는 것은 분명 용기가 아니라 아부입니다.
검은 옷은 검게 빨아야 하고 흰 옷은 희게 빨아야 합니다. 검은 옷을 희게 빨려고 하면 무리가 따르고 그렇게 해서도 빨아지지 않으면 흰색 염색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역시 그 속은 검습니다.
동료 공무원 여러분.. 여러분도 공무원이고 저도 공무원입니다. 저는 공무원 그 이상을 생각해 본적도 없을뿐더러, 특정인을 상대로 저의 신분을 가지고 모험을 할 정도로 무모하지도 또한 간사한 머리를 쓸 정도로 복잡한 생각을 싫어하는 단순한 성격입니다. 또한 누가 시키면 성격상 더 안하는게 사람의 심리이지요.
지난 97년도 내변산에서 직원 야유회 과정에서 술취한 동료직원의 모습을 촬영중인 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아 던져버렸을 적에도 저의 생각은 공무원도 술을 먹고 취할 수 있다. 왜 같은 사람이니까, 다만 안취해 보일려고 노력은 좀 더 한다, 라는 생각이었으며, 술취해 있는 동료 직원이 가족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단순한 성격에 순간적으로 카메라를 부수게 된 것입니다. 그로인해 본의 아니게 많은 동료들의 따뜻한 온정을 받은 바 있으며, 그 온정 아직 잊어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부당한 인사 철회하라는 동료들의 동지애를 잊어 버릴 수 없습니다.
파견기간 중 저한테 전북도로 전입을 하라는 권유가 있었습니다. 그 권유를 받았을 때 처음에는 망설였으며, 순간 고민도 하였습니다. 어떠한 것이 과연 나한테 이로우며 앞으로 좋을까... 라고 하지만 이거는 아니더군요...
인사라는 사탕을 던져주고 그것을 빨아먹을 정도로 양심이 허락지 않았으며, 강아지한테 뼈다구 던져주고 짖지 말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뼈다구 빠는 강아지보다는 차라리 저의 자존심과 양심을 지키며 살자라고 생각해서 거절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동료들과 다시 근무도 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구만요...
할일을 하면서도 눈치를 봐야하며, 상사의 눈치여하에 따라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옆자리 짝꿍과 소리내어 잡담도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고, 또한 동료 보다 조금 앞서갈라고 갖은 수단이 난무하는 우리 공직사회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어짜피 마지막 자리는 다 같은데...........
어떤 선배 동료공무원이 저한테 걱정을 하며 이런 말을 하더만요. 왜 칼날 위를 걸으며 생활하냐 라고, 하지만 그 칼날도 자주걷다보면 무뎌지고 더 걸으면 길이 될지 누가 압니까..
동료직원 여러분.. 가장 중요한 사람은 옆자리 짝궁입니다. 옆자리 짝궁과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0,30년을 같이 갈 동료이자 동지입니다.
우리 공무원들은 지금까지 눈앞에 있는 1,000원들 소중하게 생각하고 뒤돌아 보면10,000원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분명 우리를 사용하고자 채용한 사람은 국가이고 우리가 노동을 배풀어야 할 사람은 군수가 아닌 군민이며 국민입니다.
우리 짝궁과 함께 앞만보지 말고 뒤돌아 봐서 그동안 잊었던 10,000원을 찾아 나섭시다.
조금 더 성숙된 모습으로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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