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향 외 4
이 제 순
먼 산 너머
그리운 추억의 길
소녀적 뛰어놀던
아름다운 영상의 길
그 고향 길을 생각한다
강이 흐르고
산을 들어서면
쉬임없이 내리치는 폭포의 함성
줄기찬 그 끈기가
내 어린시절
내 마음에 선한 꿈을 주었었다
먼 고향 길
산들한 바람결에
시름을 놓고
오늘도 그 길 앞에서
추억 하나를 본다.
겨울나무 가지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고 웃지 말아요
저 나무가 봄이 되면
따뜻한 바람과 함께
한잎 두잎 싹이 나서
하늘아래 울타리가 되고
여름이 오면 화사한 나뭇잎을 피우고
가을이 오면 그 푸르던 잎
울긋불긋 단풍으로 변해
오가는 이들에게
결실의 의미를 주잖아요
그리고
다시 겨울이 되면
세찬 북풍의 날서림에도
꿋꿋하게
눈꽃송이 가슴에 품고
새 봄의 찬란한 꿈을 꾸잖아요
앙상한 저 겨울나무 가지
얼마나 아름다운 희망입니까.
인삼(人蔘) 찬가
예로부터
태백의 맥(脈)을 받아
그 신선함과 맑음이
조상들의 기운을 일구어온
한국의 인삼(人蔘)
북쪽으로
중국 산수를 호령하고
남쪽으로
동남아 산수를 얕잡는
뛰어난 한국의
오색(五色) 토질 속에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변화로운 사계(四季)의 기(氣)를 얻어
그 어떤 자연물보다도
영험하기 그지없는
신령한 약효의 신비여!
오늘 내 고요한 기도 속에
그대의 아름다운 모습
사람 인(人) 자(字),
당당한 그 의지가
한국인의 자랑으로 영원할 것임을 본다.
꽃바구니
당신이
내게 보낸
5월의 장미꽃 백송이
아직도
그 온유와 정열의 빛이
붉은 꽃잎에 남아
따뜻한
당신의 손길
다시 그리움으로
내 가슴을 전율케 한다.
나의 고독
나는 오늘도
겨울 벌판
추수가 다 지난
마치 화려한 공연이 끝난 뒤
막장 무대 같은
넓은 벌판에 홀로 서 있다
저 멀리
하염없이 날아가는 철새들
우두커니 서서
시부문 등단 201
홀로 춤을 추는 허수아비
그리고
붉게 물들어 가는 노을 산이
이제
삶의 고뇌도 아픔도
모두 고스란히
나만의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때에,
나의 고독은
허허로운 벌판에서
새로운 의지로
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심사평>
한국신춘문예 2014년 겨울호 시부문 당선작에 신인 이제순의 ‘고향’ 외 4편을 선정한다.
시 작품은 대개 주제와 전개, 시어(詩語)와 연, 행의 나열로 조화된다.
여기에서 ‘조화’라고 표현을 하는 것은 시를 그냥 생각에서 나오는 대로 표현해서는 안되며, 요리를 하면서 재료의 배합을 염두에 두
어 요리의 목적인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그 본연의 목적을 잘 이루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시 문법이라든가 작법같은 것은 사실은 ‘시’라는 순수한 장르엔 필요가 없지만 시의 가장 우수한 장점은 함축적인 언어로 대상(對象)의 본질을 극명하게 표현해 내는데 있다.
신인 이제순의 응모작품들은 하나같이 고요한 물이 흐르듯‘서정’이 곳곳에 배여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부담을 주지않는 자연스러운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주제와 전개가 잘 이루어져 있고 연과 행의 나열도 잘 배치되어 오랜 습작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모쪼록 시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후일 훌륭한 시인으로 대성하리라고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엄원지, 김성호-
<당선소감>
한국신춘문예 2014년 겨울호 시부문 먼저 부족한 저의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올린다. 한 편의 시를 쓸 때마다 그저 내 감흥이 일어나는 대로 그간 노트에 적어보곤 하였는데, 이렇게 당선의 영광을 안고 시인으로 출발하는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이 기쁘기가 한이 없다.
그러나 더욱 큰 두려움이 앞서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앞으로 내 시가 세상에 나가서 어떤 평을 받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고민하고, 써 보는 진지한 자세를 더욱 갈고 닦아야 한다는 시인의 사명감을 느낀다.
이 당선의 기쁨을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 그리고 이웃과 함께 나누면서 재삼 당선의 영예를 주신 한국신춘문예 심사위원 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 이제순 프로필
미국 뉴욕에서 오랜 세월 거주 / 인삼 공예 연구, 창출 / 한국인삼공예협회 이사장 / 아름다운 시낭송회 회원 / (사)대한민국장인예술협회 정회원 / 2014년 대한민국장인 인증(인삼공예) / 詩와 공예작업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