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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한문 속 지혜 찾기’-5>
13. 까닭 없이 허리를 굽실거려서야. 14. 말보다는 마음 15.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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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能爲五斗米折腰 불능위오두미절요
다섯 말의 쌀을 얻기 위해 허리를 굽힐 수야 없지.
《晉書(진서)》〈陶淵明傳(도연명전)〉에 나오는 말이다. 동진 시대의 전원시인인 도연명은 은거하기 전에 한 동안 彭澤縣(팽택현)의 현령을 지낸 적이 있다. 어느 날 상급기관인 군(郡)에서 督郵(독우)가 팽택현으로 감찰을 나온다고 하자, 현의 아전이 도연명에게 “의관을 바르게 하고 허리를 굽혀 맞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도연명은 “내가 다섯 말의 쌀을 얻기 위해 시골의 소인에게 허리를 굽실거려야 한단 말이냐?”고 하면서 그 날로 관직을 내놓고 귀향하였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도연명은 단지 상급기관의 관리라는 이유만으로 그 앞에서 허리를 굽힐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정감사 때만 되면 국회의원 앞에서 필요이상으로 허리를 굽실거리는 공무원이 너무 많다. 떳떳하다면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자.
能:능할 능 爲:할 위 斗:말 두 米:쌀 미 折:꺾을 절, 굽힐 절 腰:허리 요
14.말보다는 마음
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蹄者所以在兎, 得兎而忘蹄. 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 전자소이재어, 득어이망전. 제자소이재토, 득토이망제. 언자소이재의, 득의이망언.
통발은 물고기를 잡기 위한 것이다.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쓸모가 없다. 올가미는 토끼를 잡자는 것이다. 토끼를 잡고 나면 올가미는 필요가 없다. 말이라는 것도 뜻을 얻기 위한 것이다. 뜻을 얻고 나면 말은 필요 없게 된다.
《莊子(장자)》〈外物篇(외물편)〉에 나오는 말이다. 말은 뜻을 얻고 뜻을 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뜻이다. 그런데 요즈음 세상을 보면 진정한 뜻은 없고 말만 무성하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물론 말도 중요하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표현이 안 되면 뜻을 전할 수 없기 때문에 말도 중요하다. 그러나, 거의 매일 같이 반복하는 “사랑해”라는 말로 표현되는 사랑보다는 묵묵히 바라보는 눈빛 속에 담긴 사랑이 더 값지지 않을까? 가장 낮은 수준의 말은 입으로 하는 말이고 그 다음 수준의 말은 눈으로 하는 말이며 가장 차원 높은 말은 마음으로 하는 말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요즈음 세상엔 말만 너무 많고 실천은 부족한 것 같다. 도구만 넘쳐나고 내용은 없는 것이다. 다 같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筌:통발 전 者:놈 자 所:바 소 以:써 이 在:있을 재 得:얻을 득 魚:고기 어 忘:잊을 망 蹄:올무 제 兎:토끼 토 意:뜻 의
15.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
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여손.
두부며 오이며 생강 등의 나물을 풍성히 삶아 놓고, 우리 부부, 아들 딸, 손녀들이 높은 뜻 품고 모여 앉으면......
추사 김정희 선생이 만년에 쓰신 대표적인 예서(隸書) 대련(對聯) 작품에 나오는 글이다. 이 작품의 양쪽에는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 있다. “이것은 촌사람이 누릴 수 있는 제일의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에 됫박만한 황금 도장을 차고 식사 때마다 시중드는 첩을 수 백 명씩 거느린 권세가(權勢家)라 하더라도 능히 이 맛, 이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산해진미라야만 맛이 있는 게 아니다. 푸성귀라도 가족끼리 화목한 분위기에서 먹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게다가 가족 모두가 비록 가난하더라도 속되지 않게 살아가려는 높은 뜻이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오늘은 햇감자라도 한 소쿠리 삶아 놓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볼 일이다.
烹:삶을 팽 豆:콩 두 腐:썩을 부 瓜:외 과 薑:생강 강 菜:나물 채 會:모일 회 夫:남편 부 妻:아내 처 兒:아이 아 孫:손자 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