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 원형의 흙집을 지을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서까래를 올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든다. 직접 지어 본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수수께끼같은 부분이 바로 서까래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원형의 서까래는 건축적인 시각에서는 매우 불안정해 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서까래로 쓰는 재목은 '낙엽송'이다. 낙엽송의 특징은 휘는 힘에 강하다는 것이다. 소나무는 가볍고 향이 좋지만 휘는 힘엔 약하다. 그래서 말구(나무의 굵은 부분)가 15~20cm 짜리 서까래는 낙엽송이 적합하다. 서까래는 산지에서 간벌된 것을 바로 구매하면 개당 약 3,000원선이다. 이것이 재제소를 거쳐 말끔하게 다듬어지면 개당 9,000원선이 된다. 나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낙엽송을 사서 시간이 나거나 아침에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몸풀기 삼아 하나씩 깎았다. 낙엽송 껍질엔 가시가 있어 필히 고무코팅된 장잡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껍질을 벗기는 낫이 따로 있지만 일반 조선낫으로도 충분히 벗길 수 있다. 이제 아흔 고개를 넘긴 나의 할머니. 손주 하는 일을 그저 보고만 계시지 않았다. 저렇게 야윈 손으로 쓱싹하면 서까래 하나가 홀라당 옷을 벗는다.
벗긴 서까래는 세워서 말린다. 잘 마른 서까래를 그라인더로 매끈하게 다듬는다. 이때 너무 하얗게 하지 말고 얼룩이 남도록 하면 집이 더욱 자연스러워진다. 그라인더 작업을 할때는 반드시 방진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가 며칠을 아주 고생했다.
다듬은 서까래의 시구(가는 쪽)를 '원형 종도리'에 끼우기 위해 쐐기 모양으로 깎는다. 시구 첫 두께는 3~5cm 정도, 길이는 약 15~20cm 정도로 한다. 이때 엔진톱이 서툴면 일반톱으로 해야 정확도가 높아진다.
첫 서까래는 반드시 굴뚝 바로 옆에 놓는다. 그래야 나중에 서까래가 굴뚝 위로 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굴뚝 연통은 나중에 설명을 하겠지만 완전히 설치된 것이 아니라 서까래를 놓기 위해 굴뚝 위치만 미리 잡아 놓은 것이다.
서까래를 원형 종도리에 끼우는 방법은 사진과 같다. 파놓은 홈에 서까래를 끼워 맞춘다. 그리고 대못을 박아 고정시킨다. 대못은 위에서 하나를 박는 방법과 좌우 두개를 박는 방법이 있다. 초보들은 위에서 박기가 어렵다. 긴 대못을 휘지 않게 박는 것은 난이도가 있는 기술이다. 그래서 조금 쉽게 옆에서 박는 방법이 있는데, 확실히 박아넣지 않으면 옆 서까래를 놓을때 못이 방해를 한다. 위 두번째 사진을 보면 서까래와 원형 종도리에 삼각형의 틈이 보인다. 이때는 서까래를 잘라 간격을 메우면 된다. 그리고 서까래를 원형동도리에 끼우다 보면 윗부분이 남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서까래 길이가 충분하다면 가는 부분을 잘라내고 다시 쐐기를 만들거나, 여의치 않으면 윗부분을 나무 조각으로 채워 넣어도 된다. 그렇게 해도 구조에 결함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방법으로 서까래를 놓는데, 놓는 순서는 8개까지는 180도 수평으로 놓고, 그 다음엔 각 간격 사이에 2개씩 간격을 맞추어 놓는다. 그럼 모두 24개의 서가래가 놓인다.
위 사진에서 보듯 8개를 놓고난 다음 각 간격안에 2개씩 맞추어 놓으면 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원형 종도리에 맞게 서까래의 쐐기를 만들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남은 틈을 보아가며 쐐기의 굵기를 맞출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서까래를 올리면 모두 24개의 서까래가 오산 모양으로 놓인다.
위 사진은 흙집을 배울때 실습으로 지은 집의 서까래 사진이다. 좌측 아랫부분에 보이는 각목은 집과는 상관없는 것이니 마음쓰지 않아도 된다. 서까래가 중도리와 만나는 부분은 대못을 좌우로 박아 고정하면 된다. 더 이상의 고정 장치는 필요없다. 중도리와 서까래가 만나는 부분은 나중에 벽체가 되기 때문에 흙벽으로 다시 한번 고정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