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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시를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까?
-글. 연곡파 26세 이윤정 시인-
시를 어떻게 읽는 것이 잘 읽었다고 할 수 있을지 도움의 글을 써 달라는 편집팀의 부탁을 받았다. 사실 ‘시’라고 하는 문학작품은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고, 각자 맘대로 해석을 하는 것이다. 시를 쓴 시인의 의도와 맞게 해석을 하고 읽는지, 굳이 걱정하면서 읽을 필요가 없다. 시 해석엔 정답이 없다. 시인이 써서 발표하면 해석은 각자 해석해도 문제는 없다. 단지 시란 어떤 것인지, 어떤 시를 잘 썼다고 하는지, 이론을 조금 알고 있으면 시의 맛을 느끼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메일로 받은 시 3편을 함께 감상해 보기로 하고, 개인적인 나의 견해를 담아볼까 한다.
작품을 받아보니 우리 족친님들이라서가 아니라 모두 어물쩍 대충 쓴 작품이 아니라, 상당히 경지에 이른 빼어난 작품들이라 놀랍고 반가웠다. 수준이 안되는 시를 놓고 잘 썼다고 평을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보는 순간 수준이 높아 평이 좀 길어지게 생겼구나 하는 걱정이 앞섰음을 밝힌다.
이희극 시인의 ‘저 눈발의 뒷장을 넘기면’
이 작품은 6연(6묶음)으로 되어 있는데, 1연부터 6연까지 전 문장이 모두 빛나는 은유와 비유로 타고난 예술성을 지니고, 오랜 세월 시를 써 오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빼어난 작품이었다. 이렇게 탁월한 시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시 작품은 마치 수저를 놓을 때 더 먹고 싶은 묵은지 조림처럼 맛깔스럽다. 그러므로 좋은 시는 천천히 여러 번 다시 읽을수록 맛이 더욱 깊어지고, 독자가 각자 뒷말을 보도록 다 설명하지 않고, 상상에 맡기는 여백을 남겨주면 더 좋은 작품이라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한 연에서 좋은 비유를 한 줄 가져다 놓기도 매우 어려운데, 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적 언어의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그만큼 편히 쉽게 쓰지 않고, 오래 사유한 흔적이 보이는 시 작품이라서, 좋은 작품이 된 것이다. 노력하지 않고 쓰는 초보는 제목부터 단순하게, 타성에 젖어 ‘눈 내리는 날’ 이렇게 간단히 붙이는데, 한 단계 올려 ‘저 눈발의 뒷장을 넘기면’이라고 하였다.
1연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를 쓰지 않는 일반인들은‘눈이 내린다.’라고 할 텐데, 시인은 ‘바람이 송이 눈을 배달하고 있다.’라고 한 바퀴 돌려서 새로운 시각으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2연에서는 ‘12월이 지나가고 있다.’라고 했다면 시가 되기 어렵다. 그런데, ‘12월의 모서리가 닳고 있다.’란 표현으로 바꾸어서 독창적인 시어를 가져다 앉혀 놓은 것이다.
3연에서, ‘봄이면 개나리가 다시 필 것이다.’라고 표현했다면 독자는 이미 시선을 접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봄 일시에 둑을 덮치던 개나리도/제 주소를 기억하고/ 다시 3월을 노랗게 물들일 것이다.’라고 했다. ‘꽃들이 자기 주소를 기억하고 다시 온다.’라는 표현이나,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둑을 덮친다.’라는 표현으로 한결 강하게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4연은 ‘밤새 창틀을 적시고 사라진 /눈발도 다시 돌아와 창틀을 흔들고 /그리운 이름들 모두 이곳으로 호명할 것이다.’ 이 부분은 눈이 우리 곁에 와서 한 번 내려 녹은 것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와서 그리운 사람들 이름을 불러준다는 시어로 독자의 가슴 안으로 파고 들어온다.
눈이 오는 날은 소년 소녀가 되어서 누군가를 불러내어 차도 마시고 싶고, 잊고 있었던 고향 동무도 생각이 나고, 마냥 눈길을 걷고 싶기도 하고, 나이를 잊고 강아지처럼 눈밭을 뛰고 싶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조용히 에둘러 담아내는 것이 시라는 장르의 글이다.
5연의 ‘ 저 눈발의 뒷장’ 에는 벌써 5월의 장미를 키우고 있는 자연을 강조하고 있다. 눈이 내리는 그 추운 겨울이라고 해서 자연은 쉬는 법이 없이, 강물을 녹일 준비를 하고, 장미꽃을 피울 꿈을 꾸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 지금 힘든 독자들도 자신의 자세를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살짝이 제공해 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6연의‘형체도 언어도 없이 무리를 지어 봄을 위하여 기도하는 바람은 있다.’는 것은 세상에 분명 존재하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입이 있어도 발언권이 없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조차 없이 뒤로 밀려나 사는 사람들이, 좀 더 나아질 내일을 꿈꾸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을 해 볼 수 있다.
봄이라는 것은 희망을 암시하는 계절이고, 겨울은 노인이나 힘든 상황을 상징하거나, 생명의 끝자락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겨울이라고 비관적으로 몰고 가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춥기만 한 계절이 아니라 겨울도 희망의 봄을 품고 있다는 것을 노래하는 시 작품이다.
막연히 겨울만 노래하거나, 눈 오는 날의 풍경만 담았다면, 좋은 시라고 할 수 없는데, 이 시는 희망적이고 역동적인 삶이 깃들어있다. 문체의 아름다움도 피어났고, 숙련된 비유와 상징성으로 읽는 재미까지 더하였으니, 시 예술이 요구하는 감동을 불러온 수작이 되었다.
이윤정 시인의 ‘심心(마음)
필자의 작품이다. 5연 15행으로 이루어진 작품인데, 15행 모두 마음 心자를 넣어서, 다양한 은유나 비유가 없이 시각적 효과를 높인 작품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짧으면서 시각적인 효과를 노린 시를 참 좋아한다고 한다. 마음이란 것은 수없이 강조해도 모자란다. 하여, 이 시뿐만 아니라, 마음이라는 연작시를 다수 발표하였다.
첫 행부터 마지막 행까지 모두 한 행도 빠지지 않고, 마음 ’심心‘ 를 넣어서 말이 되고, 시가 되게 쓰기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이러한 시는 연중 많이 쏟아져 나오는 시풍은 아니고,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어쩌다가 가끔 한두 작품이 빚어지는 것이다.
시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이렇게 5각에 호소하는 기법이 있다. 행과 연에서 소리글자인 한글 배열이나 디자인에서 시각적 효과를 주거나, 두 가지 뜻을 가진 단어를 가지고 재미나게 묘사하거나, 반복어를 가지고 리듬감을 살려 쓰거나, 마치 눈으로 보는 듯하게 그려내는 것이 시각적 기법에 해당한다.
읽어서 소리로 들었을 때 더 시가 더 살아나는 청각 효과를 높인 시가 있고, 마치 손으로 만지는 듯한 촉각 효과, 냄새가 날아오는 듯한 후각적 표현 기법, 침이 넘어가게 맛을 느끼게 하는 미각적 기법 등이 있다.
연간지에 넘기는 시 작품을 선택할 때, 제법 멋이 나는 비유를 많이 가지고 있는 다른 작품으로 바꾸어, 시어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내려가는 재미를 안겨주고 싶다는 갈등도 없지는 않았지만, 독자층의 연세가 대체로 높다는 점을 감안 하여, 이곳에서 공감대를 높이는 시를 선택하다 보니, 이 작품이 결정되었고, 설명과 해설이 크게 필요한 작품은 아니다. 자신의 작품을 놓고 칭찬을 늘어놓는 것도 웃기는 일이니 작품성에 관한 칭찬은 생략하기로 한다.
마음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15가지 마음이 이 시에 등장한다. 우리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마음이 좌지우지한다. 마음이란 것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군데 가만있질 않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움직이기에, 저렇게 많은 마음 문자가 탄생이 된 것 같다.
1연 ‘악심 (惡心)에 이끌려/탐심(貪心)에 잡히면/난심(亂心)이 찾아오고’ 악한 마음이 욕심을 불러오면 기필코 어려움을 당하고야 만다는 것이다. 2연에서 ‘선심(善心)이 무너져/흑심(黑心)에 젖어 들면/치심(癡心)을 얻게 되네’ 선한 마음이 무너져 달아나면, 어두운 마음에 빨려들어가,수치를 당한는 것이며, 3연, ‘조심(操心)이 무너져/방심(放心)하는 사이에/고심(苦心)이 스며들고’ 조심성을 잃어 나대고, 긴장감을 놓아버리고 사는 사이에, 괴로움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며, 4연,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본심(本心)을 지키니/안심[安心]이 찾아드네.’처음의 마음을 끝까지 잘 끌고 가고, 기본 양심을 잘 지키고 살면, 항시 편안한 마음으로 사건 사고 없이, 안정되게 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5연, ‘관심(觀心)을 가지고/세심(細心)히 살펴서/발심(發心)을 내어볼까’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세밀하게 살펴서, 좋은 마음을 세상에 펴 보이며 살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5연까지 내용을 한 번 짚어 보았다. 이런 시는 시의 중심이 철학적 무게로 많이 쏠린 작품이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좀 있는, 내용의 글을 독자는 좋아하지만, 시집 한 권 전체가 다 이렇게 가 버리면 곤란하고, 양념으로 한 수 정도 넣어볼 만한 작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창원 시인의 ‘내가 살아있음에 ’
이 시 역시 계절이 겨울이라서 그런지, 위에 이희극 시인의 시처럼 시의 소재는 겨울과 봄을 가지고 와서 뼈대를 세웠다.
구어체나 1인칭이나 접속어나 감탄사를 난발하지 않아 좋고, 혼돈을 줄 염려가 없는데도 한문을 굳이 사용하는 곳이 없어 좋다.
뭔가 힘들고 가혹한 현실 탈피를 꿈꾸는 작품인데, 그렇다고 해서 독자들은 이 시인의 현재가 그렇다고 단정 지어 읽지 않아야 한다.
물론 시인의 현재 심정이 그러할 수도 있지만, 시인은 나 하나 보다, 다른 더 많은 힘든 사람들을 대변하고,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하는 위치에서 쓴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초상이 났을 때, 상주처럼 대신 구슬프게 울어주는 ‘곡비’와 같은 존재가 시인이다. 자신의 치부도 드러내어 담지만, 타인의 아픔을 살피고, 땅에 딱 붙어서 눈길이 잘 가지 않는 민들레처럼, 달동네나 반지하로 밀려난 사람들의 아픔이나, 병약하거나, 사회적으로 뭔가 부족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아내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시인들이다.
이 시를 살펴보면 ‘엄동설한 살을 에는 가혹한 아픔’이니 얼마나 큰 아픔일까 싶다. 더구나 ‘눈 덮인 땅거죽에 육신을 묻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한다. 또 ’무엇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북풍한설과 맞서려니 참으로 혹독하고 가혹하다‘ 는 말이 나온다. 첫 연에서 다 쓰지 못한 부분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있다. 그래도 숨이 붙어살아있음을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나서, ’머잖아 자연의 순리로 봄은 오고, 꽁꽁 얼었던 육신에 온기가 돌아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는 내용이다.
우울이, 우울만으로 끝나지 않고, 부정적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힘든 가운데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작품이다.
한 편의 좋은 시는 누더기에서 더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니 시는 연민이다. 세상의 귀퉁이에서 이리 찢기고 저리 구르다가 생긴 자신의 얼룩이 좋은 글감이 된다. 이창원 시인의 시에서는 그러한 연민을 끌어내고 있다. 기쁨을 노래하면서 감동이 크게 와 닿도록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들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연민에 호소하는 편이 좀 더 쉽다고 한다.
너무 아프고, 매우 미안하고, 매우 고맙고, 너무 화가 나고, 너무 아름답고, 너무 감동적이고, 너무 힘들고, 너무 사랑스러운, 이런 감정들이 시가 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직설적으로 적으면 일기장이 되고, 사실 기록이 되고, 편지가 되고, 시가 될 순 없다.
이러한 감정을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독창적인 가리고 덮어가는 시어로 바꾸어와서, 관념이 구체화 되고 형상화되었을 때, 다시 말해서 기가 막히고 적절한 비유를 가져와서 에둘러 표현하면 훌륭한 시 작품이 되는 것이다. 잘 형상화가 된 작품은 가장 중요한 시의 요소인 감동이 빠질 수가 없다. 독자는 한 시인이 시를 잘 쓰는지, 못 쓰는지를 알고 싶으면, 얼마나 멋진 비유를 척척 끌어오는지를 제일 먼저 살펴보면 보면 된다. 시의 생명은 바로 그것에서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이 충실하면, 굳이 비유나 상징을 많이 끌어 오지 않아도 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또 시는 감추기와 보여주기를 감각 있게 적절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긴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압축한 것이 시라는 예술 장르라서, 훌륭한 시는 뜨거운 가슴만 가지고 쓸 수 없고, 명석한 머리만으로도 쓸 수가 없다. 두 가지 고루 갖춘 사람이 좋은 시를 쓴다.
시를 읽는 방법은, 이보다 훨씬 많은 분량이 있으나, 부족한 부분은 다음 기회로 넘기고, 지면 관계로 이 정도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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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눈발의 뒷장을 넘기면
이희국
동짓날 새벽
매서운 바람이 거실 유리창을 흔들고
성에 낀 창밖으로
바람이 송이눈을 배달하고 있다
겨울밤 한 페이지를 넘기는 바람소리에
12월의 모서리가 닳고
한걸음 봄이 다가선다
지난봄 일시에 둑을 덮치던 개나리도
제 주소를 기억하고
다시 3월을 노랗게 물들일 것이다
밤새 창틀을 적시고 사라진
눈발도 다시 돌아와 창틀을 흔들고
그리운 이름들 모두 이곳으로 호명할 것이다
저 눈발의 뒷장에는
개울물 흐르는 소리와
태양의 품에 안길 오월의 장미가
붉게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저 언덕 너머
형체도 언어도 없이 무리 지어 사는 이들이 있다
봄을 위해 기도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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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국 (010-9113-0159)
E-mail: slimpha@naver.com
14499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403 동경약국(국제빌딩1층)
서울 출생, 〈시문학〉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재정협력위원.
한국경찰문학회 자문위원, 약사(가톨릭대학교 외래교수)
시집 : 『자작나무 풍경』(2014), 『다리』(2017), 『파랑새는 떠났다』(2020)
외 공저 『흙집을 짓다』외 4권
〈한국문학비평협회〉작가상(2018), 〈푸른시학상〉(2022) 수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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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心 (마음)
글/ 청량 이윤정
악심 (惡心)에 이끌려
탐심(貪心)에 잡히면
난심(亂心)이 찾아오고
선심(善心)이 무너져
흑심(黑心)에 젖어 들면
치심(癡心)을 얻게 되네
조심(操心)이 무너져
방심(放心)하는 사이에
고심(苦心)이 스며들고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본심(本心)을 지키니
안심[安心]이 찾아오네
관심(觀心)을 가지고
세심(細心)히 살펴서
발심(發心)을 내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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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良이윤정
*월간 '심상’ 신인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문학기념물조성운영위원
*현대시인협회 회원, 산림문학회 회원
*코리아나 문학동인회 회장
*현재 ‘인사동문예학교’ 시와 수필 강사
*저서 ‘ 창문 너머에서 행복이 불어 온다’ 외 다수
*가곡 ; ‘ 가슴 온도’ 외 4편 작사
*제9회 글벗문학상 대상 수상
*제5회 불교문학상 대상 수상
*제12회 대한민국 문화예술 명인대전 시 부문 대상
*1988년 울산 mbc 주최 전국백일장 전체 장원(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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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있음을
글| 이창원(한국문인협회 의인파21세)
엄동설한 살을 에이는 가혹한 아픔을 참으며
눈 덮인 땅거죽에 육신을 묻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함에
그저 이 혹한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무엇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북풍한설과
맞서려니 참으로 혹독하고 가혹하다
그래도 숨이 붙어있고 헐떡거릴 수 있는 약한
힘 이리도 있으니 천만다행이지
이 또한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이기에
그저 참고 견딜 수밖에
머잖아
자연의 순리로 봄은 오고
꽁꽁 얼었던 나의 육신에도 온기가 돌아와
내가 살아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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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의인파 21세)
1956년 안동예안 출생 (김포 거주)
MBC문화방송 35년 근무, 정년퇴직
2008년 문예춘추, 문학세계, 한비문학 시ㆍ시조ㆍ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검은태양,단비는 밤새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