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 지난 봄에 대전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 소식이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에게 좀 더 꿈과 희망을 줄 수는 없을까. 혼자 외로이 고민하도록 만든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콘서트를 한 번 열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의 인사가 끝나고 큰 박수 소리와 함께 대담이 시작되었습니다.
▲ 무대 위까지 꽉 드러찬 대전 시민들과 청년들. 시종일관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 박경철 : 큰 틀에서 질문을 드려야겠다. 국가 경영에 참여 하셨던 분으로서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가?
- 윤여준 : 사회경제적 불평등, 즉 양극화이다. 이것을 완화하거나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는 우리의 시장경제 시스템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금은 체제위기의 시기로 시장경제는 불평등 구조를 안고서는 오래가지 않는다.
- 박경철 : '평등' 이야기 하면 우리 사회는 '좌빨'이라고 몰아붙이지 않는가?
- 윤여준 : 대법원에 자유, 평등, 정의라고 씌여 있는데, 그럼 대법원이 좌빨인가.(웃음) 평등을 얘기하면 결과의 평등이라고 단정하고 몰아붙이는데, 우리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기회의 평등, 즉 경쟁 과정의 평등이다. 똑같은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이다. 승자와 패자가 나오더라도 이에 승복하는 합리적인 불평등이야말로 공정사회다.
공정사회란 기회균등의 사회다. 경쟁의 출발점에서의 조건의 평등이다. 같은 조건으로 출발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똑같은 룰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도록 감시하는 일을 바로 국가가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국가가 자기 임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약자는 억울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억울한 사람들은 끝까지 안 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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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 저는 리더십에 대해 여쭤보고 싶다. 과거는 리더십이 개인에게서 나왔는데, 요즘 리더십의 요체는 대중에게서 나오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등장해서 "나를 따르라"하면 대중들은 '그 사람이 과연 내가 따라갈 만한 사람인가' 따져보고 판단이 서면 따라간다. 리더십은 대중이 리더에게 선물로 주는 것 같다.
- 윤여준 : 그렇다면 안선생님은 선물을 이미 많이 받았으니, 사회에 보답을 하셔야겠네.(웃음)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유통되고 있다. 이제는 정보를 가지고 권력을 유지하는 시대가 지났다. 국민을 섬기는 사회, 수평적인 리더십, 나를 따르라 이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가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 박경철 : 대통령의 발언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공부해라" 이렇게 말하면서, 매일 술 먹고 들어와서 와이셔츠에 립스틱 묻혀 놓으면서 “너는 정말 바르게 살아라” 이렇게 말씀하시면, 아들이 듣기에 전혀 동의가 안 된다. 리더십의 요체는 그 대상으로 하여금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닌가.
- 안철수 : 대중이 무엇을 원하느냐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저도 그런 대중의 한사람으로서 봤을 때 제일 중요한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안정성이다. 오늘 이야기 했던 것을 내일은 다르게 말하면 웃기지 않은가. 약속을 잘 지키고 자기 철학과 가치관에 기반해야 한다. 두 번째는 희망이다. 저 사람 따라가면 내가 잘 될 수 있는지 이런 구체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공감능력이다. 전혀 우리들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공중에 떠 있으면 공허한 사람이 된다. 현장에 내려와서 같이 공감하고 같이 슬퍼하는 게 필요하다.
- 윤여준 :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시대정신은 다수 국민의 희망, 요구, 기대다. 다만 국가라는 것은 크고 작은 공동체를 다 포괄하고, 국민에게 의무도 부과하는 강제성을 갖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공공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안교수가 이야기한 3가지에 딱 1가지만 더 추가하면 좋겠다. 공인의식. 공인의식만 딱 집어넣으면 완벽한 국가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 행사장 통로까지 빼곡히 채운 2천800여명의 대전시민들과 학생들
- 박경철 : 오늘 아침 신문에 전경련 회장이 “복지정책 같은 포퓰리즘은 망국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1992년 이후 자본이 권력을 접수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 윤여준 :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굉장히 심각한 상태다. 자본권력이 국가권력을 압도하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다수 국민의 이익을 위해 실천해야 할 공공정책들이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걸 견제해야 할 국가권력이 약해졌으니, 남은 건 시민권력 뿐이다. 시민권력 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자본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다. 시민권력이 제 역할을 하려면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주장하고 싶다.
“청년이여, 시민이 돼라!”
국민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서도 또한 국가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감시와 견제가 없으면 괴물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이 되려면 냉철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 박경철 : 굉장히 지혜로우시다는 생각이 든다. 사물의 현상을 넘어 본질을 보고 있으신 것 같다. 사실 이 자리에는 공직에 나가고자 하는 이들도 많을 텐데, 공직에 몸 담으셨던 분으로서 공직에 나가고자 하는 청춘들을 위해서도 한 말씀 해 주시죠.
- 윤여준 : 공직이라는 것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대통령부터 9급 공무원까지 기본적으로 ‘공인의식’이 있어야 한다. 도덕성은 남에게 빌릴 수 없다. 정신은 능력을 담는 그릇이기에 굉장히 중요하다.
- 박경철 : 정신이 능력을 담는 그릇이다... 깊은 사색에서 나온 말씀 같다. 저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경륜에서 나오는 촌철살인의 지혜라고 할까, 청춘들에게 이런 목표를 가지고 살아라 말씀해 주시라.
- 안철수 : 어른 분들과 일할 기회가 많은데 포스코 이사회의 경우 제가 유일한 40대이고, 바로 윗분이 갓 60대가 되신 분이 있는데, 70대 어른들이 60대 되신 분에게 '내가 자네 나이면 못할 일이 없겠네' 라고 말을 하더라. 즉 60세 때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못했는데 10년이 지나서 보니 늦지가 않았던 것. 세상에 늦은 때란 없다. 지금 시작하면 10년 후에 후회 안 할 수 있지만 지금 늦었다고 생각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반드시 후회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 윤여준 :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라.
- 박경철 : 저는 조정래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겠다. 최선을 다해라.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자신의 노력이 순간순간 자신을 감동시킬 때 그때 비로소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거다.
▲ 자원봉사로 함께 참여해준 80여명의 희망서포터즈들과 함께.
뜨거운 박수, 뜨거운 함성이 강연장을 가득 메웁니다. 2시간 동안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말씀 하나 하나 속에 청춘들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마지막에 박경철 원장님이 해주신 "자신이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결과만 잘 되기를 바라고 살아오지 않았난 반성이 되었습니다. 또 "청년들이여, 시민이 돼라" 이 윤여준 전 장관님의 말씀이 큰 울림으로 남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건 시민권력이고, 깨어있는 시민의식이야 말로 진정한 리더십이라는 말씀이죠.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가 큰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세 분의 멘토로부터 큰 에너지와 기운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스스로가 감동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또한 개인의 성공에만 안주하지 말고, 불공정한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우리 청춘들이 힘을 모아 나갔으면 합니다. 이런 청춘들이 계속 늘어나는 한 한국 사회의 미래는 밝습니다. 청춘들이여, 힘내십시오!